빈티지풍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현란한 그래피티(벽화)가 골목을 뒤덮는 곳. 뉴욕 다운타운의 예술적인 팽창은 맨하탄을 벗어나 동쪽 이스트강을 건넌다. 최근 뉴욕 젊은이들 사이에 뜨고 있는 곳이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다.

브루클린에 들어서며 혹 영화 ‘브루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의 공장지대를 연상했다면 이런 상상 밖의 상황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외지인들이 발길이 뜸했던 투박한 공간은 본래 남미 출신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문 닫은 공장지대에 맨하탄의 값비싼 방세를 견디지 못하던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 들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기타를 둘러 멘 뮤지션들이 중심가인 베드포드 거리를 활보하고 3,4층 짜리 작은 건물이 늘어선 골목사이에 간판 허름한 클럽들과 빈티지 숍들이 들어선 모습은 흡사 서울의 홍대 앞 거리를 연상시킨다. 맨하탄을 거닐다가 무수한 관광객들에 염증을 느꼈다면 윌리엄스버그에서는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뒷골목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윌리엄스버그는 위치로 따지면 맨하탄의 순풍을 그대로 이어받는 곳에 자리 잡았다. 클럽과 바들이 몰려 있는 맨하탄 로우어 이스트와도 지척거리다. 자전거를 타고 운치 있게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를 건너도 되고, 맨하탄에서 메트로 L트레인을 타도 단 한 정거장이다.

하지만 변화의 진폭에 있어서는 윌리엄스버그는 분명 맨하탄을 능가한다. 최근에도 새로운 공장들이 갤러리나 클럽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젊은 아티스트들의 그래피티들이 계절마다 새롭게 거리를 채색하곤 한다. 아티스트들의 정신과 함께 호흡하는 갤러리들의 수는 어느새 수십개를 넘어섰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은 길거리에 포스터, 그래피티 등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약국 , 빵집 등의 벽면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벽화와 클럽으로 채워진 브루클린의 명소

한적한 야외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것은 윌리엄스버그의 여유로운 오전을 음미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뉴요커들도 즐겨 찾는다는 베이글 스토어에서 갓 구운 빵을 산 뒤 폴란드 이민자들의 주거지인 그린포인트 지역까지 슬슬 걸어볼 수도 있다. 이 곳 공장지대 담벽에 그려진 수준 높고 재미있는 그래피티들을 감상하다 보면 노천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윌리엄스버그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덤보 지역과 이어진다. 덤보는 예술적인 품격만 따지면 윌리엄스버그의 형님뻘이다. 선착장 주변의 공장을 개조한 이곳 일대 역시 아티스트들의 작업실 겸 삶터가 밀집돼 있는데 이방인들은 직접 예술가들의 주거공간을 기웃거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윌리엄스버그는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하다. 온갖 그래피티과 빈티지 숍을 감상하며 오후를 보냈다면 주말 밤에는 클럽과 바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자유로운 뉴욕의 젊음을 체험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뉴욕까지 직항편을 운행중이다. 약 13시간 소요. 뉴욕 시내 구경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된다.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는 뉴욕 맨하탄에서 메트로 L선을 타고 베드포드역에서 하차한다. 덤보는 메트로 A, C를 타고 하이스트릿역(High St)에서 내리면 된다.

▲레스토랑, 숙소=윌리엄스버그의 ‘베이글 스토어’는 뉴요커들이 일부러 찾는다는 빵집으로 갓 구운 빵이 인기다. 다운타운의 호텔 가격은 꽤 비싼편이며, 도심 외곽에서 비앤비(민박) 스타일의 숙소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기타정보=뉴욕에서의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명품 아웃렛 매장이 밀집한 우드버리를 방문하는 쇼핑투어, 미국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투어 등 별도의 현지 테마투어를 선택해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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