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마을 품은 지중해의 낙원

그리스 키를라데스 제도의 미코노스는 여행자들에게는 오랜 로망의 섬이다. 흰 담장과 교회당이 어우러진 미로같은 해변 골목길을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지중해의 햇살과 함께 벅차오른다.

미코노스는 낮과 밤이 다른 이색적인 풍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코노스는 키를라데스 제도 최고의 어촌마을을 간직한 섬이다. 항구옆으로는 아늑한 어촌이 있고, 해안가 레스토랑 끝자락에는 섬의 간판 풍경인 풍차가 나란히 서 있다.

중심가의 코라의 뒷골목은 온통 미로처럼 길이 어지럽다. 바닥과 벽은 온통 하얗게 채색돼 착시현상마저 일으킨다. 미로 모퉁이마다 들어선 부띠크숍과 붉은 색 부겐빌레아 꽃으로 단장한 아담한 카페가 이곳에서는 정겨운 이정표다. 이 골목길들은 완연히 보행자들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일반 차량이나 모터바이크 등은 도심의 골목길로 들어설 수 없다. 오히려 다운타운에 가장 근접해 있는 교통수단은 포구에 정박한 형형색색의 보트들이다.

여름이면 축제로 들썩이는 섬

어시장까지 들어서는 소박한 낮 풍경과는 달리 밤이 무르익으면 미코노스는 변장을 시작한다. 미코노스는 축제의 섬이라는 점에서는 산토리니와 또 다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미코노스에 머물며 그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서 미코노스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여름이 좋다. 호텔이 만원이고, 근처의 디스코텍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어도 여름의 미코노스는 굉장히 즐겁다. 그것은 일종의 축제인 것이다.’

섬은 계절에 따라, 밤낮에 따라 거리 풍경이 이렇듯 달라진다. 다른 계절에는 을씨년스러운 섬은 한 여름밤만 되면 축제가 열린다. 흡사 홍대의 주말밤 같다. 만토광장 인근의 클럽들을 기점으로 다운타운의 클럽과 바들은 밤새 문을 열고 새벽까지 흥청거린다. 유럽의 청춘들이 미코노스로 달려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화려한 밤에 매료돼서다.

은밀한 해변을 간직한 바다

미코노스를 오가는 버스들도 여름 성수기때는 자정을 넘어 운행된다. 주말에는 새벽 4시까지 버스가 오가기도 한다. 대도시의 도심버스들이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심야에 버스가 운행되는 것과는 별도로 이곳에서는 파티족들이 새벽의 주요손님들이다.

미코노스의 들뜬 기운은 해변까지 이어진다. 플라티 얄로스비치, 파라다이스 비치 등에서도 흥겨운 파티가 열린다. 미코노스는 슈퍼 파라다이스 누드 비치, 동성애자들이 선호하는 엘리아 비치 등을 지닌 이채로운 섬이기도 하다. 플라티 얄로스 포구 앞에는 누드비치들로 향하는 전용 보트들이 가지런하게 정박해 있다.

이색 비치와는 별개로 소박한 볼거리들도 섬에는 녹아들어 있다. 앤티크 마을로 알려진 아노 메라나 델로스, 레니아 섬의 유적을 간직한 고고학박물관 등이 미코노스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수도 아테네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테네에서 미코노스까지는 고속 페리가 다닌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간에도 페리가 오간다. 페리는 결항되는 경우가 있으니 탑승전 미리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현지교통=미코노스에서는 코라 남쪽 파브리카 광장 터미널에서 인근 해변으로 향하는 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한여름에는 새벽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미코노스 섬주민들도 그리스인의 기질을 이어받아 운전습관은 다소 거친 편이다.

▲숙소= 미코노스의 코라가 숙소가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에도 편리하다. 성수기에는 일찌감치 숙소가 동나니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4,5,9,10월은 상대적으로 한가해 가격이 할인된다. 11~3월에는 문을 닫는 숙소도 있다.

▲레스토랑=전망 좋은 카페는 코라의 어촌 포구 해변가에 늘어서 있다. 이곳 전통 레스토랑들은 '타르베나'로 불리며 오징어 튀김 칼라마리나 꼬치구이 수블라키 등을 맛볼 수 있다. '우조'라는 현지 술이 식사에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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