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노를 젓는 호숫가 사람들

미얀마 최고의 보물은 북동쪽 고산지대인 인레 호수에 숨겨져 있다. 곳곳에 위치한 불교의 흔적만 섭렵했다면 미얀마의 감동은 웅장하거나 경건함 쪽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정신이 아득해진 것은 산속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호수 때문이다.

인레 호수의 풍광은 미얀마에서 지나쳐 온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 오지의 산정호수는 삶의 모습도, 그 여운도 독특하다.

인레 호수까지 가는 길이 녹록하지는 않다. 헤호에서 내려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한참을 달려야 산정호수를 만난다. 해발 88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인레호수는 규모로만 따지면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길이 22km, 폭 11km에 호수 위의 수상마을만 17곳에 다다르지만 그 존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에코투어의 독특한 풍경을 담으려는 몇몇 여행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을 뿐이다.

호수위의 터줏대감 인따족

호수 인근 고산지대의 주민들은 버마족이 아닌 대부분 카렌족이나 샨족이다. 붉은 빛 두건을 쓰거나 기다란 목에 금빛 굴렁쇠를 차고 미모를 자랑한다. 미얀마에는 160여개의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이 지역 고산족 중 호수의 터줏대감은 인따족이다. 호수 위에 수상가옥을 짓고 수경재배를 하며 살아간다. 호수에서 태어나 자라고 수상학교를 다니며 물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마을 곁으로는 수상 재배지가 늘어서 있는데 이들은 호수에서 자라는 갈대를 이용해 밭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은 뒤 토마토나 무공해 야채를 재배해 자급자족한다. 수상 사원, 수상 레스토랑, 직물공장, 대장간 등 물 위에는 그들만의 군락이 옹기종기 형성돼 있다.

인따족들은 노를 발에 걸어 젓고 다니는 특이한 풍습을 지니고 있다. 인레호수가 세간에 알려진 것도 인따족들의 낯선 모습 때문이다. 호수가 넓어 방향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데 나룻배 위에 도열해 긴 장대로 물을 쳐서 고기를 쫓는 풍경은 장관이다. 일출, 일몰의 호수에서 인따족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은 파노라마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산정호수에서 새벽을 맞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식당 등이 밀집돼 있는 호수 북쪽 마을 낭쉐에 머무른다. 이곳에서 호수로 나서는 보트를 빌릴 수도 있고 낯선 투어를 찾아 나선 유럽의 배낭여행자들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발품을 팔아 호숫가 숙소에서 잠을 청해 볼 일이다. 수상 가옥 위의 외딴 방갈로에 묵는 것도 좋다. 호수에 대한 찬미는 물 위에서 새벽과 노을을 맞았을 때 한층 더 숙연해진다. 수상 사원의 불경 소리까지 물 위에 깔리면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연출된다. 그윽한 산정 호수와 수상가옥이 펼쳐진 이 일대는 내셔널 지오그라피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했다.

인레 호수 주위로는 추억의 5일장이 들어선다. 장날만 되면 호수와 산속에 살던 이 일대 소수부족들이 채소며 생선들을 내다 판다. 정육점도 들어서고, 휘발유도 팔고 없는 게 없다. 해가 뜨면 장터로 몰려드는 다양한 부족들의 행렬은 장관을 이룬다. 접경에 거주하는 때 묻지 않은 소수민족들을 호숫가 골목이나, 5일장에서 그들의 미소와 함께 넉넉하게 만날 수 있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레호수까지는 미얀마 양곤을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미얀마에서의 도시간 이동은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도로상황이 좋지 않아 버스는 한나절 가까이 소요된다. 항공기는 바간, 망갈레이, 헤호(인레호수)를 두루 경유한다.

▲숙소, 음식=인레 호수 주변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수상 방갈로가 여러 곳 들어서 있다. 쾅 다이앙 빌리지 리조트에 묵으면 호수의 새벽 풍경과 인따족이 고기 잡는 정경을 침실에 누워 감상할 수 있다. 미얀마의 음식은 볶음밥인 터민쪼와 볶음면인 카우싸이접이 일반적이며 미얀마 맥주도 명성이 높다.

▲기타정보=미얀마의 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3배. 위치는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 방글라데시와 접하고 있다. 인구 중 80% 이상이 불교신자다. 미얀마 화폐는 짯이다. 달러로 가져간 뒤 현지에서 짯으로 환전한다. 인레호수 지방은 저녁이나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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