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는 따사로운 도시다. '살기 좋은 도시'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 잉글리시베이의 산책로를 걷거나, 노천 바에 앉아 와인 한잔 기울이면 온화한 해풍이 미간을 간지럽힌다.

밴쿠버를 더욱 따사롭게 채색하는 것은 오래되고 투박한 공간들이다. 창고나 공장에서 예술, 자연의 터전으로 변신한 곳들은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는 촉매다.

밴쿠버의 서쪽은 세계적으로도 명성 높은 완연한 도심 공원지대다. 스탠리파크의 숲은 걸어서는 엄두도 못낼 대단한 규모다. 예전에 군사지역이었던 탓에 보존됐던 숲은 환경을 중시하는 최근 밴쿠버의 모토와 묘하게 연결됐다. 공원 곳곳에서 만나는 수족관, 숲속 레스토랑, 원주민의 토템들은 공원의 운치를 더한다. 자전거를 렌트해 숲을 둘러보는 여유로운 여행이 스탠리파크와는 꽤 잘 어울린다.

마천루 속에 숨쉬는 예술공간

밴쿠버 다운타운 남단의 그랜빌 아일랜드는 사연에 있어서만은 궤적을 같이한다. 마지막까지 원주민들의 섬이었던 그랜빌 아일랜드는 철강 공장 등이 들어서며 도시의 흉물스런 공장지대로 오랜 세월 웅크려 있었다. 그 공장터에 아트 클럽과 예술학교가 생겼고, 최근에는 각종 공연 예술행사가 개최되는 메카가 됐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도시인의 일상과도 밀착돼 있다. 섬 북쪽의 퍼블릭 마켓은 인근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야채, 해산물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다. 음식을 사 들고 와 바닷가 노천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으며 신선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선착장에 서면 바다, 요트, 마천루가 어우러진 밴쿠버의 정경이 눈높이로 다가선다.

다운타운 최대의 번화가인 롭슨 스트리트 일대는 다국적 사람들로 붐빈다. 예약 없이는 들어서기 힘든 유명 레스토랑도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롭슨 스트리트에서의 윈도우 쇼핑에 눈이 지칠때 쯤이면 유럽향 묻어나는 개스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5분 마다 증기를 뿜어내는 증기 시계는 개스타운의 명물이다. 개스타운의 유래가 초기 정착자들의 여관과 술집에서 비롯됐다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선술집들이 증기 시계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섰다.

자연에 기대 변화를 꿈꾸다

밴쿠버에서는 바다를 향해 들어선 캐나다 플레이스나 밴쿠버 다운타운을 내려다 볼수 있는 하버 센터 타워 등이 두루 둘러볼 만한 곳이다. 크리스트 처치 성당, 머린 빌딩 등도 다운타운에서 방문할 만한 유적 및 건물이다.

밴쿠버 북쪽으로는 자연경관이 탐스럽다. 캐나다에서 가장 긴 라이언스 게이트 현수교 너머 연결되는 캐필라노 강 협곡은 아슬아슬한 또 다른 현수교와 절벽 걷기 체험이 독특하다. 해발 1128m의 그라우스산은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다른 계절에는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산 정상에서는 눈 아래 펼쳐지는 밴쿠버와 캐나다 흑곰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밴쿠버에서는 거리 곳곳의 딱딱한 대중교통을 따뜻한 디자인 작품으로 단장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밴쿠버의 거리를 지나치며 문득 문화적 감성이 느껴진다면 이런 끊임없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밴쿠버가 지닌 따뜻하고 여유로운 이미지는 작은 변화 속에서 더욱 무르익고 있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밴쿠버까지는 에어캐나다 등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캐나다라인 전철을 이용해 수월하게 닿을 수 있다.

음식=바다를 낀 밴쿠버에서는 해산물 요리가 인기 높다. 롭슨 스트리트 골목의 '조 포르테' 레스토랑에서는 해산물 요리의 진수를 맛볼수 있다. 잉글리시베이 산책로의 '밴쿠버 룩아웃'도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에 스테이크 맛이 뛰어나다.

▲기타정보=밴쿠버의 3대 대중교통이 버스, 시버스(seabus), 스카이트레인이다. 3가지 교통수단은 티켓 한 장만 있으면 일정 시간 동안 환승 이용이 가능하다. 밴쿠버의 가을은 흐린 날이 잦다. 캐나다 관광청 홈페이지(kr-keepexploring.canada.travel)를 통해 상세한 현지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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