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갈대가 만들어내는 가을 향연

깊은 가을에 찾는 창녕 우포늪은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한 여름 우포의 전경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 초록이 강렬했다면 가을 우포는 철새와 갈대, 물억새의 세상이다. 화왕산 정상의 억새 군무도 만추의 향연을 부추긴다.

자연이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우포늪을 찾을 일이다. 늪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고,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있을 시간이다.

외지인에게는 우포늪으로 통칭되지만 현지 주민들은 우포늪을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 등으로 나눠 부른다.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소벌로도 불렸다. 모래가 많았던 사지포는 모래벌, 나무가 무성했던 목포늪은 나무벌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우포 서쪽의 쪽지벌은 네 개의 늪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청정 늪 따라 이어지는 생명길

대대제방을 따라 우포에서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는 길은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 벌판이 나란이 이어진다. 우포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철새의 군무와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포의 사계절중 가장 많은 철새를 관찰찰 수 있는 시기다. 우포에서는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등의 군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우포늪의 주민들이 추천하는 풍광이 새벽과 함께 우포의 별밤이다.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기 때문에 이 일대의 별은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난다. 우포늪에 사는 온갖 동물들의 소리까지 어우러져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8.4km 이어지는 우포늪 생명길은 차가운 시멘트길이 아닌 흙을 다진 비포장 길이 따사롭게 연결된다. 우포늪을 걸어서 탐방하는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화왕산 참억새의 흰빛 물결

가을 창녕여행 때는 화왕산 억새 또한 놓칠 수 없다. 화왕산 정상아래 화왕산성 일대가 가을이면 온통 억새의 향연으로 채워진다. 우포에서 경험했던 물억새가 억새감상의 전주곡이었다면, 해를 마주보고 펼쳐지는 참억새의 흰빛 물결은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낸다. 억새가 드넓게 펼쳐진 화왕산성은 임진왜란때 의병장 곽재우의 분전지로도 알려져 있다. 화왕산 억새산행은 창녕읍내 자하곡 매표소를 기점으로 제2코스를 이용하면 왕복 서너시간이면 족하다.

화왕산은 관룡사를 거치는 코스가 또 한적하고 멋스럽다. 통일신라 시대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룡사는 몇차례의 재건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보물인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펼쳐지는 산세가 웅장해 관룡사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위세에 매료된다. 많은 불교 유적들을 뒤로하고 용선대에 오르면 보물 295인 석조석가여래좌상을 만나게 된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한 석가여래좌상은 멀리 화왕산을 한눈에 조망하는 위치에 거룩하게 세워져 있다.

창녕읍내에는 옛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유적들이 곳곳에 있다. 가야시대 고분인 교동고분군은 가을 산책을 도우며, 국보 33호인 신라진흥왕척경비와 국보 34호 술정리 동삼층석탑 등도 걸어서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다. 창녕 석리 성씨 고가촌에서 오래된 한옥집만 구경해도 마음은 넉넉해진다.

늪 산책과 산행으로 다가서는 피로는 부곡온천에서 푼다. 부곡온천은 옛날부터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부곡이라 불렸고, 자연 분출된 온천물은 국내최고 온도를 자랑한다. 부곡온천 지구에는 물놀이 시설인 부곡하와이가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대구~창원 고속도로 창녕IC에서 빠져나온다. 회룡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우포늪 방향이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창녕까지 버스가 다닌다. 4시간 소요. 대구 서부터미널에서는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간다.

▲음식=찬바람 불 때 창녕에서 식욕을 돋우는 별미는 수구레 국밥이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 아교질 부위로 씹는 맛이 쫄깃쫄깃한게 일품이다.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삶아내는 수구레 국밥은 창녕시장의 왕순한우식육식당이 유명하다. 화왕산 관룡사 일대는 이곳 송이를 넣어 만든 송이닭탕도 명성 높다.

▲숙소=창녕의 깔끔한 숙박시설은 대부분 부곡온천 지역에 밀집돼 있다. 각 숙소마다 지하에 온천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식과 보양을 위해 좋다. 부곡 로얄관광호텔, 부곡하와이 관광호텔 등이 묵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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