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들의 삶터와 예향의 골목을 더듬다

목포의 골목은 사색하며 더듬기에 좋다. 옛 일본인들이 살았다는 격자형 2층집에도, 유달산 자락에 소담스럽게 늘어선 낡은 담벽과 정원에도 오래된 사연이 묻어난다.

목포 구도심은 항구도시의 100년 세월을 담아낸 터전들이다. 옛 도심의 노른자위인 유달동 일대 일본인 거리에는 바둑판 모양의 큰 길을 내고 반듯한 골목과 가옥들이 자리 잡았다. 1897년 일제에 의해 목포항이 본격적으로 개항하면서 일본인들은 유달동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근대문화유적 산책은 일본인 거리에서 첫 발을 뗀다.

# 격자형 2층집의 일본인 거리

골목에 접어들면 예전 동양척식주식회사였던 목포근대역사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부에는 예전에 금고로 쓰던 방도 남아 있으며 목포의 근대사를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속 목포는 목포역 일대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자라목 같은 땅이었다. 현존하는 목포의 대부분은 간척사업으로 일궈진 셈이다.

근대사 유적을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은 구 일본영사관 건물이다. 목포 최초의 서구식 건물로 1900년 완공됐으며 일본인 거주 지역을 내려다보는 목 좋은 위치에 들어서 있다.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 등으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붉은 색 벽돌의 단아함은 여전하다. 건물 앞으로는 1.2번 국도의 기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자리를 채운다.

이곳에서 오거리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들에는 격자풍의 일본식 집들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한 2층집들은 용도도, 간판도 바뀌었지만 처마 구조 등이 일본 가옥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길목은 일본 관광객들이 옛 일본인 거리를 음미하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초입에는 화려한 옛 일본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 정원은 일본풍의 가옥과 오래된 향나무들이 풍취를 더하는 곳이다. 일본인 부호가 지었던 정원을 조선내화 사장이었던 이훈동씨가 사들였는데 유달산을 정원으로 끌어들인 풍경이 탐스럽다. 이곳은 예전 드라마 ‘모래시계’, ‘야인시대’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서민들의 삶이 담긴 온금동, 서산동

이훈동 정원에서 유달초등학교를 지나 서산동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반듯한 거리대신 가파른 골목길로 분위기가 바뀐다. 아랫집 장독대와 윗집 대문이 나란히 이어지는 단란한 모습이다. 이곳 달동네 산책은 산자락 동네와 달리 고단한 여정은 아니다. 십여 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목포 앞바다가 가슴으로 밀려든다. 다닥다닥 밀집된 서산동에서도 일본인 술집들이 있었던 가옥만은 가지런하게 남아 있다. 서산동 언덕에서는 옛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다.

서산동에서 목포대교를 바라보며 바다로 내려서면 온금동과 이어진다. 온금동은 목포에 시가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전 뱃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다. 마을은 유달산의 가파른 경사 길에 기댄 채 바다를 맞대고 들어서 있다. 온금동은 ‘따뜻하다’는 의미로 예전에는 ‘다순구미’, ‘다순금’으로 불렸던 달동네였다.

알록달록한 슬레이트 지붕길 사이로 스며드는 볕은 수십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바다에서 들어서는 골목길 초입에는 1938년 세워진 조선내화 건물이 굴뚝을 올린 채 덩그러니 남았다.

목포로의 추억여행은 유달산을 에돌아 오거리를 거치며 무르익는다. 예향의 도시인 목포에서 오거리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오거리 중심골목에는 옛 화신백화점, 호남은행 목포지점 등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사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서울∼목포구간을 KTX로 이동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열차는 3시간 소요. 주요 관광지는 걸어서 이동해도 큰 불편이 없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목포 IC에서 빠져 나온다. 북항, 목포해양대학을 거치면 서산동, 일본인 거리 등으로 이어진다.

▲맛집=목포역 인근 ‘신안 뻘낙지’는 서근서근하게 씹히는 오리지널 세발낙지를 내놓는다. 낙지회무침, 낙지비빕밥, 연포탕 등도 맛있다. 온금동 초입의 선경준치회집은 준치회로 정평이 난 곳이다.

▲숙소=하당 평화광장 일대에 깨끗한 모텔들이 다수 있다. 시내에서 연계 교통편이 많으며 대부분의 객실에서는 목포 앞바다와 평화광장의 운치 있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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