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닭 식용, 제사에도 사용… 닭 요리 오해ㆍ왜곡 상당해

2017년 닭의 해, 인류와 친근한 닭, 식용으로 널리 사용

삼계탕, 프라이드치킨 등 잘못 알려져…닭도 알아야 제맛

2017년 닭의 해가 밝았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의 해’다. ‘붉은 닭의 해’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한다. 닭은 지혜를 상징한다. 2017년, 닭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세상, 지혜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우리와 친근한 닭, 닭고기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본다.

닭은 억울하다?

닭은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다. 닭은 오래 전부터 동서양에서 널리 사육했던 동물이다. 가축화된 역사도 길고, 모든 지역, 모든 민족들이 식용으로 사용했다. 종교적으로도 닭고기를 금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닭에 대해서 상당 부분 오해하고 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귀한 사위가 오면 맛있는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한다고 여긴다. 과연 씨암탉은 맛있을까? 씨암탉은 귀하긴 하지만 맛은 없다.

예전 시골에서는 이른 봄,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3월을 기준으로 병아리 40마리쯤을 부화시키면 자연스럽게 수탉과 암탉은 각각 20마리쯤 된다.

여름, 가을을 지나며 알을 생산하고, 늦가을이 되면 수탉 대부분이 사라지고 씨암탉만 남는다. 적은 수의 암탉은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까지 남는다. 알을 낳아서 다시 이른 봄, 병아리를 생산해야 한다. 최소한의 암탉만 남는다. 바로 씨암탉이다. 귀한 닭이다.

사위가 왔다.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다. 결국 씨암탉이 희생된다. 일 년 내내 알을 낳은 닭이 맛이 있을 리 없다. 질기고 기름기도 많다. 하지만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이다. 귀한 사위를 위해서 맛은 없지만, 귀한 씨암탉을 대접한다. 귀하지만 맛은 그리 대단치 않다.

‘꿩 대신 닭’이란 표현이 있다. 꿩은 맛있고 닭은 맛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꿩고기를 먹어본 사람들은 꿩고기가 별 먹을 것도 없고, 맛도 그리 대단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꿩 대신 닭일까?

꿩은 비용이 들지 않는 먹을거리다. 노동력이 흔했던 시절이다. 산에서 꿩을 잡으면 ‘공짜’다. 닭은 사육비용이 든다. 닭은 네 것 내 것이 있지만 꿩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실향민들 중에는 “겨울방학이 되면 냉면을 파는 아버지를 위해서 뒷산에 가서 꿩을 잡아왔다”고 회상하는 분들도 있다. 꿩고기가 맛있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 꿩은 산에서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잡았다는 뜻이다. ‘꿩 대신 닭’은 “공짜로 산에서 구할 수 있는 꿩을 마침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귀한 닭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닭은 결코 꿩보다 못하지 않다.

닭은 육축(六畜)의 하나다

조선은 유교의 나라다. 유교는 인간이 6가지의 동물을 가축화, 식용토록 규정한다. 바로 육축(六畜)이다. 소, 말, 개, 돼지, 양, 닭이다.

소는 농경의 도구이니 금육 대상이다. 도축을 엄격히 금했다. 말은 통신, 교통도구다. 역시 금했고 조선 중, 후기에는 말고기 식용이 서서히 사라진다. 돼지와 양은 한반도에서 키우기 힘든 동물이다. 돼지의 경우, 야생돼지인 멧돼지와 기른 돼지를 동시에 사용했다. 개는 조선후기부터 식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한다. 결국 만만하게 남는 것이 닭이다. 한반도에도 닭은 일찍 나타난다. 벼슬 이름에도 ‘닭 계(鷄) 자’가 자주 나타나고 지명에도 빈번히 나타난다. 신라의 도읍지인 경주 ‘계림(鷄林)’이 대표적이다. 가야국의 김수로왕도 알에서 태어났다. 주몽, 박혁거세도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 닭은 친숙한 동물이었다.

닭을 이용한 음식들도 많았다. 닭고기는 제사상에도 사용했다.

1418년 8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는 어린 나이에 죽은 태종의 4남 성녕대군의 제사상에 닭고기를 올리는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이날은 결론은, 제사상에 닭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법도에 맞는다는 것과 성녕대군의 제사상에 5일에 닭 한 마리를 올리기로 하는 것이었다.

닭고기는 왜곡되었다

여름 보양식, 삼계탕은 왜곡된 음식이다. 조선시대에도 삼계탕이 있었다고 강변하지만 명백하게 틀린 주장이다. 조선시대 닭을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은 백숙(白熟)이다. ‘백숙’은 희게 익혔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런 조미도 하지 않고 ‘그냥’ 익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국가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귀한 인삼을 썼을 리는 없다. 만약 쓰고 싶었다 하더라도 조선시대에 수삼(水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조 이전, 대부분의 인삼은 산삼이다. 이름은 인삼이지만 대부분 깊은 산속에서 채취한 산삼이다. 산삼은 금수품목이다. 민간의 인삼 거래는 불법이다. 인삼은 철저하게 국가가 통제, 관리했다. 귀중한 수출품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삼계탕 즉, ‘계삼탕(鷄蔘湯)’은 1960년대를 넘기면서 나타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통, 보관이 편해지면서 수삼이 이용된다. 식당에도 ‘닭+수삼’의 ‘계삼탕’이 나타난다. ‘계삼탕’은 인삼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름이 삼계탕으로 바뀐다. 이때의 삼계탕은 “인삼을 넣고 푹 곤 닭백숙”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삼계탕은 또 한 번 왜곡된다. 이번에는 인삼이 아니라 닭이 뒤틀어졌다.

원래 백숙은 다 자란 닭을 이용한다. 문제는 국적 불명의 ‘영계’다. 영계는 ‘영YOUNG+계(鷄)’다. ‘어린 닭’ 영계는 없는 표현이다. 우리 식 표현은 부드러운 닭 ‘연계(軟鷄)’다. 연계백숙은 다 큰 닭을 부드럽게 만들어 먹는 것이지 어물쩍 ‘영계’라는 이름으로 채 자라지도 않아 맛도 들지 않은 어린 병아리를 삼계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세는 엽기적인 삼계탕이다. 각종 성장호르몬과 항생제 등을 사용한 어린 닭은 500g, 혹은 550g 정도다. 우리는 부화 후 20여일 정도 지난 기형의 닭을 삼계탕이라는 이름으로, 여름철 보신용으로 먹고 있다.

프라이드치킨도 마찬가지다. 프라이드치킨은 ‘닭고기+곡물가루’를 고열의 기름에 튀긴 것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고열로 가열한 기름에 튀기면 당연히 맛이 강하다. 여기에 한국식 양념을 얹는다. 감칠맛과 매운맛, 조미료의 깊은 맛이 뒤범벅이 된다. 미국식 원형 프라이드치킨이 한국에서 인기를 잃은 이유다. 그러나 최근엔 양념치킨도 대세이면서 한편으로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너무 강한 맛은 쉬 식상한다.

글ㆍ사진=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닭고기 맛집들

‘박달재’− 서울 마포 먹자골목

마포 먹자골목 안의 ‘박달재’는 삼계탕은 아니지만, 백숙과 매운 닭볶음탕이 제법 알차다. 제법 자란 닭을 사용한다. 2kg 정도다. 나이든 주인 내외가 꾸준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백숙에 엄나무 등을 넣지만 백숙에 가장 가깝다.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만들 때 조선간장을 사용한다. 얕은 감칠맛이나 단맛 대신 깊은 맛을 낸다. 예약을 하면 어죽도 가능하지만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권한다.

‘동원가든’− 충북 제천

제천시에서 제법 떨어진 외진 농촌지역에 있다. 닭, 오리 등을 내놓는 전문점. 재미있는 것은 닭고기와 더불어 찹쌀누룽지가 특이하고 맛있다는 점. 숯불닭구이, 백숙, 닭죽 등이 아주 좋다. 찹쌀누룽지를 닭고기 국물에 말아먹는 닭죽이 특이하다.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것은 별미다. 2kg 정도의 닭을 사용한다.

‘내촌식당’− 전북 남원

남원시 주천면 육모정 가는 길에 자그마한 시골식당이 하나 있다. ‘내촌식당’이다. 동네슈퍼를 겸하고, 버스정류장 노릇도 한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기도 힘들 정도로 허름하고 작은 집이다. 노부부가 ‘닭국’을 내놓는다. 백숙도 아니고 닭찜도 아니다. 닭고기에 무를 넣어서 국으로 끓인 닭국이다. 달콤하고 구수한 닭고기의 냄새가 강하고 시원한 맛이 압권이다. 압력밥솥에 닭을 거칠게 잘라 넣고 무를 넣어서 맛을 낸 것이다.

‘원조안동찜닭’− 경북 안동 찜닭골목

시장 통 골목 대부분이 찜닭 전문점이다. 경북 안동의 안동초등학교 부근에는 찜닭 골목이 있다. 이곳의 찜닭은 다른 찜닭과는 달리 간장을 넣고 조린 찜닭이다. 당면이나 채소 등이 들어 있고 특이하게 간장 조림 형식이다. 매운 맛을 원하는 사람들은 고춧가루가 아니라 붉고 푸른 고추를 많이 썰어 넣은 것을 택하면 된다.

‘원조안동찜닭’이 유명하다. 시장 통 안의 찜닭 전문점 음식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약수닭집’− 전남 여수

전남 여수의 ‘약수닭집’은 닭고기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닭 육회, 닭구이, 닭백숙, 닭죽 등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닭고기 음식점 중 육회를 내놓는 집들은 더러 있지만 이집처럼 닭 모래주머니와 가슴살을 잘 어울리게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숯불에 구운 ‘닭고기 구이’는 별다른 양념 없이 수준급의 맛을 자랑한다. 별미는 마지막에 나오는 녹두죽. 녹두를 일일이 가려서 좋은 녹두만 고른 다음 곱게 죽을 쑨 것이다.

‘시골집’− 전남 함평

‘시골집’도 재미있는 닭고기 코스 요리 전문점이다. 닭 한 마리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닭 회, 튀김, 구이, 찜, 죽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닭 한 마리 가격을 받고 인원수는 별도로 따지지 않는다. 호남의 다른 닭고기 전문점과 다른 점은 이른바 프라이드치킨도 내놓는다는 것. 호남 음식의 기준은 ‘맛있게’ 그리고 ‘푸짐하게’다. 닭고기를 여러 가지 요리법으로 맛있게 그리고 푸짐하게 내놓는다.

‘원조숯불닭불고기’− 강원도 춘천

닭 내장과 모래주머니, 난소 등을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춘천의 숱한 닭갈비집들이 비슷한 음식을 낸다. 철판에 양배추와 몇몇 채소들에 매운 양념을 섞어서 볶아 먹는다. 굽는 것과 볶는 것은 다르다. 아무래도 굽는 것이 맛있다. ‘원조숯불닭불고기’에서는 이름 그대로 닭고기를 숯불 불고기 형태로 구워 먹을 수 있다. 손질이 번거로워 없어지다시피 한 음식인 닭 난소, 모래주머니, 내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충남식당’− 경기도 연천

연천에 있는 닭고기 전문점. 닭고기 중에서도 5∼6kg 대의 큰 장닭을 사용한다. 장닭은 질기지만 푹 고면 제대로 된 닭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넓은 공간에서 자란 큰 장닭을 먹을 수 있는 귀한 곳이다. 가기 전에 전화하고 1시간30분∼2시간 정도 푹 곤 닭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두부와 밑반찬도 수준급이다. 닭고기도 단순하게 내놓는다. 백숙과 닭죽 정도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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