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들이 부추기는 ‘무안 5미(味)’

전남 무안 여행은 입이 즐겁다. 황토와 청정갯벌을 밑천 삼은 ‘무안 5미(五味)’가 강, 들, 바다에서 명함을 내민다. 읍내에는 낙지골목이 들어서 있고 짚불 삼겹살, 영산강 장어, 양파 한우, 도리포 숭어가 입맛을 돋운다.

무안 5미중 겨울 추위를 녹이는 으뜸 별미는 짚불 삼겹살이다. 사창리의 짚불 삼겹살은 삼겹살 맛의 ‘종결자’다. 즉석에서 볏짚에 삼겹살을 구워내는데 짚의 향긋한 냄새가 고기 안에 배 지글지글할 때 바로 먹는 묘미가 있다. 고기 굽는 광경도 토속적이고 기름은 쏙 빠져 삼겹살이 야들야들하다. 목포의 삼합이 돼지고기, 홍어, 묵은 김치로 맛을 낸다면 짚불 삼겹살집의 삼합은 삼겹살, 양파김치, 기젓(게로 만든 젓갈)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삼겹살만 주문해도 보리와 홍어뼈를 갈아 넣은 된장국, 갓김치, 감태 등 남도의 인심 좋은 반찬 15가지가 밥상 위에 오른다.

짚불 삼겹살, 뻘낙지 등 매혹의 맛

무안여행을 원기 솟게 하는 조연은 낙지와 장어다. 호남 일대에서도 무안 낙지는 최고로 쳐준다. ‘뻘’에서 삽으로 파낸 낙지는 주낙으로 잡는 것과는 옹골진 힘과 쫄깃한 맛에서 다르다. 이곳 세발낙지는 민물에 씻어 기운을 뺀 뒤 초장에 찍으면 다시 꿈틀거려 ‘기절 낙지’로도 불린다. 읍내 시장 뒤 낙지골목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연다. 낙지는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이고, 연포탕은 해장에도 좋다.

몽탄역 인근, 영산강변 명산리 일대에는 장어촌이 형성돼 있다. 장어집 중에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곳도 있다. 이곳 장어구이는 양념이 맛이 비결이다. 황토 흙에서 난 무안 마늘과 한약재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양념을 육질 좋은 장어에 흠뻑 발라내 깊은 맛을 낸다.

무안의 음식들은 야무진 황토 땅에서 난 마늘, 양파 등과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무안읍 읍사무소 옆 골목에는 유독 식육점이 많다. 이곳에서는 암소한우에 양파를 먹인 양파 한우가 유명하다. 일반 사료 대신 황토에서 난 양파를 먹여 키운 암소는 육질이 특히 부드럽다.

도리포 숭어와 청정 갯벌

바다로 나서면 도리포 숭어가 길손을 유혹한다. 도리포 숭어는 눈가에 황금색을 띠는 자연산 참숭어다. 숭어껍질은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먹어야 맛이 꼬들꼬들하다. 포구 횟집 등에서 숭어회와 숭어구이를 내 놓는다. 도리포는 일몰과 일출 포인트로도 명성 높은 곳이다.

‘오미’ 외에도 회산 백련지가 있는 무안은 연 음식 또한 유래 깊다. 본래 사찰음식에서 유래된 연잎밥은 어린 잎 대신 숙성된 연잎만을 이용한다. 9월이 지나 수확한 연을 잘 보관한 뒤 찹쌀, 밤, 수수, 잣, 대추 등 갖은 재료들과 넣고 함께 쪄낸다. 다 쪄낸 밥은 한 숟가락 떠 넣으면 맛보다 향이 먼저 와 닿는다. 일부 식당에서 파는 연잎밥은 미리 쪄낸 연잎으로 밥을 싸는 약식 연 쌈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무안은 갯벌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무안 갯벌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으며 국내 최초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도리포 가는길에 문을 연 무안갯벌생태센터에서는 갯벌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호젓한 바다산책을 원하면 해송이 어우러진 홀통 유원지와 망운면의 조금나루 유원지를 들러본다. 다도를 중흥시킨 초의선사의 생가에 들러 차 한잔 기울이거나, 무안의 흙으로 빚어낸 분청사기 도요지를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정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무안IC(무안읍), 일로IC(백련지)에서 빠져나온다. KTX로 광주송정역까지 이동한 뒤 렌트카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무안공항까지 고속도로가 뚫려 광주에서 읍내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먹을 곳=낙지골목의 내고향 뻘낙지는 연포탕과 세발낙지가 맛있다. 항공우주전시관옆 두암식당은 짚불 삼겹살 전문점이다. 김정순 할머니 때부터 2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강나루는 집된장, 야채쌈이 곁들여진 영산강 장어구이로 유명하다. 도리포횟집은 숭어회가 전문이다. 연잎밥은 하늘백련브로이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숙소=읍내에 모텔들이 여럿 있으며 일로읍과 몽탄 일대에도 민박집을 운영중이다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면 해제면 송계마을이 고즈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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