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시에 거장의 흔적이 깃들다

밀라노의 이탈리아의 실세 도시다. 산업, 금융에 있어서만은 로마를 제치고 이탈리아 제1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도시의 빌딩 군락은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와의 것과는 분명 다르다. 페라리, 아르마니 등 수십여 개 브랜드의 본사들이 밀집해 있는 명품의 본고장에 명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결이 나직하게 닿아 있다.

밀라노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그는 ‘명품 도시’ 밀라노가 아끼는 보석과 같은 존재다. 빌딩군락 사이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인 붉은색 벽돌의 한 건축물에 주목한다.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다. 건축의 대가인 브라만테가 1492년 완성했고, 내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 보존돼 있다. 화려한 밀라노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이 성당이 유일하다.

15세기 중반, 한때 서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밀라노는 부흥을 꿈꿨다. 천재 화가를 밀라노로 끌어들인 것은 문화적, 경제적 기반을 지닌 부호들이었다. 밀라노 남부 소도시 출신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이 당시 밀라노에 입성해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을 그려냈다.

세계유산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세나콜로’로 불리는 최후의 만찬은 예수의 예언을 듣고 놀라는 12제자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후의 만찬’ 답게 작품이 성당 식당 안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본래 도미니크 수도회의 성당이었던 주요 공간들과 달리 식당을 구경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인원과 관람시간까지 까다롭게 제한을 두고 있으며 사진촬영은 철저하게 금지된다. 재생과 복원에 오랜 정성을 기울였기에 요구되는 세심한 배려다. 2차대전 때는 반원의 아치가 도드라진 교회의 대회당이 폭격을 맞아 붕괴됐다. 전반적인 복구 외에도 최후의 만찬의 복원작업에만 20년이 걸렸다.

본당은 고딕양식이지만 브라만테의 손길이 닿은 부분은 신르네상스 양식이다. 성당의 숨겨진 자존심만은 밀라노의 어느 공간에도 뒤지지 않는다.

성당은 투박한 도로변에 한적하게 들어서 있다. 정문 앞에는 나무벤치가 있어 여유롭게 붉은 색 벽돌의 신르네상스풍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성당 앞 뜰은 꼬마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곳곳에서 만나는 명장의 손길

산타마리아 성당에서 나서면 스포르쩨스꼬 성으로 이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건축에 관여했던 성으로 한때는 귀족의 요새였다. 성 안은 중세의 미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됐고 성 밖은 셈피오네 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녹음 짙은 공원 산책로와 성의 조화는 견고하면서도 고즈넉하다.

네 명의 제자를 곁에 두고 서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상도 스칼라 극장 앞 공원에서 만난다. 예술의 거장이 서 있는 공원 한편에는 동성연애자들의 파격적인 키스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기술 박물관에는 회화뿐 아니라 과학, 해부학, 지리학, 천문학 등에도 능했던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밀라노의 예술 품격은 두오모 덕분에 한층 도드라진다. 두오모는 1890년에 준공되기까지 500년의 세월이 걸렸고 수많은 건축가의 손을 거쳤다. 명품의 도시 한 가운데 위치했지만 우아함과 정교함만은 뒤지지 않은 채 밀라노를 빛내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도시로 명성을 떨치지만 사실 밀라노가 이탈리아에 편입된 것이 불과 150년 전 일이다. 그동안 독립준비위원회까지 발족했었고 인근 북부 도시들과 함께 분리를 늘 운운해 왔다. 낙후된 이탈리아 남부와는 다르다는 콧대 높은 의식은 밀라노 사람들의 저변에 깊게 배어 있다 여러모로 융성한 도시인 밀라노가 그래도 탁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도시 속에 배어 있는 거장의 흔적 덕분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밀라노까지는 다양한 직항, 경유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국제선 전용인 말펜사 공항은 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열차를 이용해 밀라노 센트럴역에 도착하는 것도 일반적이고 수월한 방법이다. 말펜사 공항에서 센트럴역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시내 곳곳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뜨라또리아(Trattoria), 오스떼리아(Osteria) 간판이 붙은 식당에서는 품격 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두오모 인근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루이니(Luini) 숍에도 들러본다. 루이니는 빵 안에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양념해 고로케처럼 만든 것으로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기타정보=몬떼 나뽈레오네 거리, 보르고스페소, 델라 스피자 거리 등은 밀라노의 패션을 주도하는 명품 거리로 그중 두오모 인근의 몬떼 나뽈레오네 거리는 쇼핑에 호기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려보는 명소다. 숙박요금은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보다는 비싼 편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