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수놓는 산벚꽃 잔치

4월 중순이면 충남 금산군 군북면 보곡산골에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진해, 하동을 수놓는 벚꽃들이 풍성하고 화려하다면, 산골에 자생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스럽다.

깊은 오지마을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벚꽃은 요란하지 않고 아늑하다. 군북면 보곡산골은 산이 수려한 금산의 서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다.

보곡산골은 국내 최대의 산벚꽃 자생 군락지중 하나로 600만㎡의 산자락에 산꽃들이 피어난다. 보곡산골은 서대산 아래 보광리, 산곡리, 산안리 등 3개 오지마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명명된 이름이다. 3월초까지 얼음이 얼고 고랭지 농업이 성한 마을은 4월이면 그 색을 바꾼다. 동네를 에워싼 산자락에 산 벚꽃이 피어나며 희고 붉은 꽃세상이 열린다. 산골의 주연은 벚꽃이지만 조팝나무, 진달래, 생강나무 등도 뜻 깊은 조연이 된다.

녹음 속 자생하는 소담스런 산벚꽃들

보곡산골로 향하는 열두 굽이 비들목재에서부터 봄꽃 향기는 완연하다. 마을에 닿기 전 보곡산골을 알리는 아담한 이정표가 길손을 반긴다. 굽이치는 꽃길을 따라 접어들면 보곡산골의 중심마을인 산안리(자진뱅이마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마다 4월 중순이면 열리는 보곡산골 산꽃축제의 주무대는 산안리 일대다. 마을 뒤 산자락을 따라 비포장 임도가 조성돼 있고 그 길을 걷는데 서너시간이 소요된다. 길 중간에 자리한 정자는 방문객들의 오붓한 그늘이 된다. 힘든 다리를 쉬게할 벤치도 곳곳에 준비돼 있고 300년 세월을 간직한 기품 있는 소나무도 눈길을 끈다.

임도에 접어들면 고요한 꽃천국에 발을 딛는 기분이다. 산벚꽃은 왕벚꽃만큼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초록 안에서 제 빛깔을 낸다. 아스팔트와 어우러진 벚꽃이 아니라 짙은 황토와 녹음과 함께한 꽃들이라 더욱 싱그럽다. 정자에 앉아 산골 정취에 어우러지면 청량한 공기와 상큼한 꽃향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싱그런 꽃축제 뒤, 인삼약령시장 나들이

보곡산골에서 남쪽 고개를 넘어서면 조팝나무의 군락지와도 연결된다. 산골이라 기온이 4~5도 낮은 탓에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 역시 타 지역보다 한 템포 늦다. 만개한 꽃에 대한 아쉬움에 한 숨 지을 무렵에야 이곳에서는 꽃 잔치가 수줍게 소식을 전한다.

산골 나무 아래에서 다람쥐, 토끼와 맞닥뜨리는 것도 흥겨운 체험이다. 보곡산골에서는 산나물, 버섯 뜯기 외에도 야생화와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보곡산골은 자연생태 우수마을로도 지정돼 있다. 보곡산골에서는 4월 15, 16일 이틀간 '비단고을 산꽃축제'가 열린다. 포크송 콘서트, 인삼과 맥주를 결합한 ‘삼(蔘)맥(麥)파티’가 곁들여진다. 고구마, 가래떡도 현장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금산 여행 때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읍내 금산인삼약령시장이다. 전국 인삼의 80%가 이곳에서 거래되며 시장에서 팔리는 약재만 500여종이나 된다. 금산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인삼과 약초가 매매되는 시장에서는 진품 금산 인삼 뿐 아니라 이곳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과도 만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대전 진주간 고속도로 추부IC에서 빠져나온다. 군북방향 601번 지방도를 경유해 군북면사무소를 지나면 보곡산골 초입이다.

▲음식=금산인삼약령시장내에는 원조 간판의 삼계탕집들이 성업중이다. 금강 일대에는 배가사리 등을 수제비와 함께 넣어 만든 어죽이 유명하다. 금산 수삼센터 앞 서울식당은 30년 전통의 구수한 백반을 내놓는다.

▲기타 정보=금산읍내 시장인근에 인삼탕을 곁들인 24시간 찜질방들이 들어서 있다. 금산남이자연휴양림은 숲속의집과, 오토캠핑장, 야영장을 갖추고 있다. 금산에서는 보석사 전나무숲 등을 두루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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