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별미 곁들여진 제방 드라이브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다. 당진 포구의 뱃전에도, 제방 위에도, 살며시 내린 차창 사이로도 싱그러운 갯내음이 스쳐 지난다.

나른한 계절에는 봄 입맛을 부추기는 당진으로 핸들을 튼다. 당진 드라이브 때는 번잡한 해상공원을 지나고 한적한 포구에서의 심호흡도 가능하다. 곳곳에 펼쳐진 난전은 여행자의 식욕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언뜻 드러나는 샛길로 접어들거나 이정표 앞에 멈춰서면 추억의 관광지들로 연결된다.

당진의 북쪽바다는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삽교호 방조제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3대 제방을 잇는 드라이브 루트는 총 47km에 달한다. 해변 길에는 당진의 포구 등 살가운 명소들이 알토란처럼 매달려 있다.

장고항의 제철 봄맛 간재미회

드라이브의 중간지대는 석문방조제다. 석문방조제에서 서산쪽으로 향하면 대호방조제로 연결되고 아산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삽교호방조제와 이어진다.

석문방조제를 넘어 첫 번째로 만나는 포구인 장고항은 봄이면 간재미회, 실치회 등의 별미로 명함을 내민다. 인근 포구들이 비대해지고 개량화 된 반면 이곳 장고항은 옛 풍모를 간직하고 있다. 포구에 딸린 식당에서 전해지는 구수한 인심들도 예전 그대로다.

간재미는 갱개미로도 불리는데 생긴 것은 꼭 홍어 새끼를 닮았다. 홍어가 삭힌뒤 톡 쏘는 맛을 내는데 반해 간재미는 삭히지 않고 막 잡은 것들을 회무침으로 먹는다. 당진에서 건져 올린 간재미는 대부분 자연산으로 힘도 좋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간재미는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장고항에서 일출, 일몰로 유명한 왜목마을까지는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다. 왜목마을은 최근에 가장 비대해진 곳이다. 예전에 어촌 민박 몇집 있는 한적한 마을의 모습이었다면 요즘은 수십여곳의 식당, 펜션 등이 들어선 이 일대 포구중 가장 번화한 곳으로 변신했다. 왜목마을에는 해변을 잇는 나무데크길이 갖춰져 산책을 즐기는 운치가 있다.

심훈의 필경사와 함상공원

왜목마을에서 대호방조제를 경유하면 도비도 관광지로 연결된다. 섬에서 육지로 변신한 도비도는 서해에서 다도해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도비도 관광지 앞 바다는 난지도, 소조도, 우무도 등의 섬들로 채워진다.

포구의 바다를 음미했으면 문향으로 마음을 채울 차례다. 방조제 길을 벗어나 38번 국도를 따라 송악IC방향으로 이동하면 소설가 심훈의 고택 필경사가 위치했다. 심훈은 이곳에서 직접 상록수를 집필했는데 기념관, 생가터, 상록수를 상징하는 조형물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서해대교를 조망할 수 있다.

제방질주는 38번 국도를 따라 삽교호 관광지로 이어진다. 삽교호 방조제는 당진 방조제들의 형님 격이다. 함상공원이 있고 해양테마과학관이 있고 활어들이 요동치는 수상시장도 한자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두 척의 퇴역전함으로 구성된 함상공원은 삽교호 방조제의 오랜 세월을 묵묵히 대변하고 있다.

마음 들뜬 드라이브는 솔뫼성지에서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으로 그의 생가터와 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기념관과 생가터를 잇는 길은 솔뫼라는 이름답게 소나무숲과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따사로운 봄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에서 빠져나온다. 38번국도를 기준으로 석문방조제, 장고항, 왜목마을 등을 둘러본뒤 방향을 돌려 삽교호 관광지로 이동한다.

▲음식=간재미와 함께 당진 장고항 일대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실치회다. 실치는 4월을 기점으로 출하돼 5월 중순까지 쏟아진다. 성질이 급해 배에 오르면 곧바로 죽는 까닭에 당진 외의 지역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다. 봄 한철 산지까지 달려가야 맛 볼수 잇는 ‘귀한 생선’이다.

▲숙소=왜목마을 일대에 펜션들이 있어 가족들이 하룻밤 묵기에 좋다. 서해대교 넘어 해안가 일대에도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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