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 펼쳐진 ‘아라비안 나이트’

이집트 샤름엘세이크는 홍해의 숨은 휴양지다. 시나이 반도의 남쪽 끝자락은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가 널려 있는 다이빙의 메카로 통한다. 여행자들이 오가는 도심 골목은 외딴 별천지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샤름엘세이크는 홍해 건너 땅이다. 본토 이집트에서 바다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가오는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다. 구릿빛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별 다섯 개짜리 리조트들이 아득하게 몰려 있다.

도시는 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를 점령했을 때 형성됐다.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군사거점으로 이스라엘이 끝까지 이집트에 반환을 거부한 노른자위 땅이다. 바다가 깊고, 해안절벽이 가득한 군사적 요충지는 주인이 바뀌면서 휴양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는 ‘히잡’을 둘러쓴 여인들도 드물다. 홍해의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깊은 휴식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좀 더 은밀하게 진행된다.

고급리조트 즐비한 다이빙 천국

히브리어 간판 등 아직도 이스라엘의 잔재가 남아있다지만 명목상일 뿐이다. 이집트의 땅위에 외지인들이 몰려들었고 내로라하는 호텔체인과 리조트들이 해안을 빼곡히 채웠다. 이 바다와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홍해의 뜨거운 햇살과 깊고 낮은 다이빙을 즐기려는 이방인들이다.

샤름엘세이크의 중심거리는 나마베이다. 나마베이는 낮과 밤이 다르다. 뜨거운 햇살아래 한낮의 거리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숙소와 도심을 빠져나와 바다로 몰려 간다. 스노쿨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이른 오전부터 배에 오른다. 한 짐 가득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긴 뒤 모든 액티비티는 낮 동안 홍해의 바다 위에서 진행된다.

배위에서 바라보는 샤름엘세이크의 윤곽은 또렷하다. 바다 절벽 위에 리조트들은 고대왕국의 성처럼 들어서 있다. 럭셔리 리조트들은 별도의 모래해변을 갖추고 있고 리조트 뒤편으로는 진짜 모래 사막이다. 시나이 산의 윤곽도 어렴풋이 보인다. 갈색 사막과 푸른 바다의 앙상블은 단절되고도 호사스런 휴식을 만들어 냈다.

이방인들의 아지트 나마베이

바다에는 친절하게 다이빙을 위한 안내도가 마련돼 있다. 템플, 라스 움 시드는 근해의 스노쿨링을 위한 장소다. 중급 이상의 다이빙 마니아들은 좀 더 깊은 바다로 뛰어든다. 산호 절벽과 깊이에 따라 짙은 남색으로 변하는 꿈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해질 무렵이면 도심 나마베이는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고 중심가는 수영복에서 빛나는 셔츠로 갈아 입은 외지인들로 붐빈다. 서양식 카페나 레스토랑 보다도 역시 나마베이의 명물은 양탄자가 깔려있는 좌식 노천바들이다. 양탄자 위에 걸터앉으면 대부분 물담배인 ‘시샤’를 주문해 한 모금씩 피워댄다. 기본적으로 이집트에서의 음주는 규제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외딴 도시는 중동의 부호들을 위한 배려 역시 독특하다. 요트를 타고 들어와 호텔에서 입국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VIP만을 위한 별도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다이빙, 허니문의 천국으로 자리매김한 이집트의 휴양 특구는 주변 정서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외에도 유럽 주요 도시에서 직항 노선편이 수시로 다닌다.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홍해 건너 후르가다에서 페리를 타도 닿을 수 있다.

▲숙소=샤름엘세이크에서는 졸리빌 리조트, 포시즌즈 샤름엘세이크가 묵을만한 고급 숙소에 속한다. 포시즌즈는 허니무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졸리빌 리조트는 골프코스도 갖추고 있다.

▲기타정보=나마베이 인근은 택시 외에도 미니버스가 다닌다. 시나이반도 북쪽으로의 이동은 안전 관련상 통행이 제한된다. 물가는 이집트의 타지역과 비교해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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