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베니스’라 불리는 수로 마을

멜로 영화의 배경이 된 수로 마을, 소담스런 고택과 장어요리...후쿠오카현 야나가와는 일본여행의 다양한 로망을 단정하게 담아낸 곳이다.

후쿠오카현 남서부, ‘물의 마을’ 야나가와는 애틋한 추억을 만들어내는 고장이다. 쪽배에 기대 뱃놀이를 즐기고, 장어요리로 배를 채운뒤 고택 마루에 누으면 스멀스멀 잊혀진 풍류가 솟아오른다..

영화 <도쿄 맑음>에서 주인공인 사진작가 부부의 신혼여행지로 나와 유명해진 이곳에는 작가로 출연한 나케나카 나오토와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의 잔잔한 사랑이 잔비늘처럼 담겨 있다. 도쿄 외의 촬영지가 대부분 이곳 마을이었으며 굼뜬 여행지는 영화상영 뒤 ‘일본 속의 베니스’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쪽배 타고 나서는 에도시대 물길

야나가와는 쪽배(돈코부네)를 타고 즐기는 ‘카와쿠다리’라는 풍류를 간직한 곳이다. 400년 전 인근 야베 강의 물을 끌어 들여 성벽 주위에 물도랑을 만든 게 이곳 수로 문화의 시작이다. 한적한 마을을 거미줄처럼 가로지르는 60km의 물길은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야나가와역에는 뱃사람 복장을 한 사람들이 수로로 향하는 안내를 돕는다. 작은 소도시를 구경하며 선착장에 도착하면 10여명이 탈 수 있는 쪽배가 도열해 있다. 100엔이면 빌릴수 있는 나무삿갓 모자를 쓰면 물의 도시를 가르는 운하 여행의 시작이다.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좁은 수로 양 옆으로 오래된 정원을 갖춘 일본의 옛 가옥과 에도시대 유력한 번주인 다치바나 가문의 별장 '오하나'가 기품 있게 들어서 있다.

수로 양쪽의 나무들은 나뭇가지 동굴을 만들어내고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는 오래된 골목길은 풍취를 더한다. 드문드문 다리가 나타날 때는 머리를 숙여야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된다. 뱃놀이가 무르익을때 쯤 삿갓을 쓴 늙은 뱃사공이 옛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운치 있다.

고택 정원, 장어요리의 풍취

수로는 단순히 풍류나 관광지 뿐 아니라 물길을 오가며 결혼식과 잔치를 치르는 주민들의 축제의 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야나가와 수로에서 전통혼례식을 올리는 장면이 흔하게 목격된다. 배를 타고 들어가 고택에서 혼례를 올리기 위해 전국각지의 청춘들 역시 야나가와를 찾는다. 영화 속 신혼여행지였던 점이 적잖은 이유가 됐다.

이 지역 최고의 고택인 오하나는 번주였던 다치바나 가문의 별장으로 정원은 국가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연못 주변에는 소나무숲이 조성됐으며, 고택과 솔향기가 어우러져 편안한 휴식을 돕는다.

야나가와가 웰빙코스로 인기 높은 데는 유람 뒤에 즐기는 산책과 장어요리도 한 몫을 한다. 수로를 따라 난 산책로는 호젓하며 ‘일본에서 걷고 싶은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로에서 잡히는 장어를 직접 요리한 장어찜은 200여년 역사와 함께 건강 식단으로 식탁에 오른다. 명물인 장어구이덮밥은 구운 장어에 찹쌀밥을 찜통에서 쪄낸 뒤 계란을 얹어 소담스럽게 나온다. 배를 채운 뒤 고택 대청마루에 누워 일본정원의 아기자기함을 구경하는 것은 은밀하고도 시원한 풍류로 가슴에 남는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 다양한 직항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최근에는 저가 항공사들이 다수 운항해 항공요금이 많이 저렴해졌다.

▲음식, 숙소=야나가와의 명물인 장어구이 대통밥을 꼭 맛본다. 야나가와는 메밀면 국수(소바)로도 유명하다. 숙소는 후쿠오카쪽에 마련하고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오는 것이 수월하다.

▲기타정보=야나가와는 후쿠오카 텐진역에서 열차로 50분이면 닿는 거리다. 열차역에 내리면 도보로 수로 선착장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물놀이를 끝낸뒤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오간다. 텐진역에서는 야나가와 열차 왕복권, 셔틀버스 탑승권, 야나가와 향토음식 식사권을 하나로 묶은 ‘카와쿠다리 티켓’을 살 수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