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강이 흐르는, 배낭여행자의 아지트

라오스 방비엥은 배낭여행자들의 숨겨진 아지트다.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에 문화적 향취가 강렬하다면, 쏭강이 에돌아 흐르는 방비엥에는 라오스의 자연과 액티비티가 담긴다.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과 현 수도인 비엔티안이 연결되는 길목에 방비엥은 위치했다. 방비엥의 실루엣들은 불교 국가인 라오스 곳곳에 간직된 황금빛 사원들로부터 비로소 자유롭다. 게스트하우스 평상에만 앉아 있어도 수려한 산세와 강물이 차곡차곡 겹친다.

나무다리를 오가는 이방인들 아래로 물길을 거슬러 주민들은 한가롭게 다슬기를 채취한다.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산자락에는 방비엥 체험의 진수인 종유 동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천진난만함 녹아든 강변마을

방비엥에서는 아침 산책이 좋다. 장작을 때 피어올린 연기 사이로 식당이 문을 열고, 검정색의 투박한 삶의 자전거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마당 한 귀퉁이에서 식사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손자만큼 해맑은 표정이다. 고깔모자를 쓴 여인이 지나고, 커다란 눈망울의 아이가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슬라이드 넘기듯 차곡차곡 드러나는 방비엥의 아침은 이렇듯 완연하게 그들만의 소유다.

누군가 중국의 계림에 빗대 방비엥에 '소계림'이라는 별칭을 붙여놨는데 그래도 신선이 놀다갈 듯한 그런 먹먹한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방비엥의 강변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높이가 채 50cm가 안 되는 탐남동굴은 물길에 누워 튜브를 타고 탐방하는 수중동굴이다. 머리에 전등을 달고 줄을 붙잡아 이동하다 보면 그 귀한 종유석이 손에 턱턱 잡힌다. 다른 나라 같으면 천연기념물 정도로 지정됐을 수억년 세월의 자연이 외지인의 손길을 받아들여 반질반질하다.

물길 따라 이어지는 이색 체험들

미니 트럭인 쏭테우를 타고 방비엥의 외곽으로 나선 뒤 쏭강을 따라 내려오는 카약킹과 튜빙(튜브 타기)은 한껏 여유롭다. 물길에 몸을 실으면 번잡한 거리 뒤에 가려 있는 삶과 자연의 단상들이 하나 둘씩 베일을 벗는다.

해가 저문 뒤 방비엥의 여행자 거리에는 이방인들의 모터사이클이 달리고, 햄버거와 피자가 팔리고, 강렬한 음악과 비키니 차림의 춤이 어우러진다. 이때쯤 되면 낮에 익숙했던 풍경들이 오히려 어색하다. 촘촘히 들어선 게스트하우스와 빨래 1kg에 8000낍(약 1000원)을 받는다는 간이 세탁소들, 이방인들의 아지트인 여행자 거리의 품격을 높여줬던 작은 갤러리마저 낯설어 보인다.

방비엥에서의 시간은 다른 템포로 흐른다. ‘노는게 좋다’는 라오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가난보다는 느긋함으로 치장되기를 바란다. 그런 면면이 이방인의 동경과 어우러져 라오스의 외딴 마을에 고스란히 녹아 든다.

방비엥에서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향하는 길목은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마을, 베틀로 라오스 전통 천을 짜는 마을, 전통주를 만드는 마을 등이 각각의 일상을 지닌 채 길가에 도열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여행서적인 론니플래닛 라오스 편에는 프랑스인의 말을 빌려 라오스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베트남인을 쌀을 심는다. 캄보디아인들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본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고.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방비엥까지는 수도 비엔티안에서 버스로 이동하는게 일반적이다. 라오항공이 비엔티안행 항공편을 운항중이다. 태국, 베트남 등의 경유 방법도 있다.

▲숙소=여행자거리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다수 있으며 한인 민박집들도 영업중이다. 강변 경관이 좋은 게스트하우스들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기타정보=라오스는 체류기간 15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유로나 달러가 있으면 거리 환전소에서 손쉽게 환전이 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프라방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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