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해바라기의 향연에 빠지다

해바라기가 핀 산골 풍경은 아득하다. 태백 구와우마을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노란 해바라기의 여름 향연에 푹 빠져들게 된다.

태백 구와우마을은 국내에서 가장 흐드러지게 해바라기가 피는 곳이다. 매년 100만송이 가량 꽃이 핀다. 해발 850m인 이 일대는 본래 고랭지 배추밭이었는데 해바라기 씨를 심은 뒤로 최대의 해바라기 꽃밭으로 변신했다.

16만㎡의 산구릉에는 해바라기가 지천이다. 형식상 작은밭, 큰밭을 나뉘어 놓았을 뿐 산마루따라, 샛길따라 해바라기가 피어 있다. 개화시기가 조금씩 달라 수줍게 몸을 연 꽃잎부터 활짝 만개한 꽃까지 다양하다. 화려하게 몸을 열어젖힌 꽃 사이를 거닐면 누구나 꿈같은 화폭의 주인공이 된다.

해발 850m에 들어선 해바라기 꽃밭

해바라기꽃밭에서 혼자 사색에 빠지든, 연인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든 아랑곳하는 사람들은 없다. 모두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고 해바라기꽃밭의 주연이나 조연으로 활약한다. 큰 밭으로 접어들면 방문객들의 미소 역시 꽃잎만큼이나 한 뼘 더 열린다. 누구나 찍으면 예술이 되는 사진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백두대간의 외딴 마을에서 노란 해바라기가 빚어내는 색의 마술과도 같다.

구와우라는 마을 이름은 이 지역의 지형이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어서 붙여졌다. 마을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수령인 외진 땅에 위치했다. 해바라기가 만개하는 시기는 8월 중순 전후. 해바라기를 심는 시기를 조율해 최근에는 꽃을 보는 시기가 예전보다 좀 더 길어졌다. 이 시기에는 해바라기 외에도 태백 산간 일대의 야생화 향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구와우마을은 가능하면 주말은 피해가는 게 호젓한 산책과 사진촬영에 좋다. 방문 전에 개화여부를 확인하는게 필요하며, 만개한 꽃밭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면 편리하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추억의 철암역

구와우 마을 여행 때는 한강의 발원지인 인근 검룡소 구경을 빼놓을 수 없다. 검룡소 주차장부터 1.3km 이어지는 검룡소 오름길은 심한 오르내림이 없어 가족들이 함께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구와우마을에서 철암방면으로 향하면 태백의 화려한 꽃밭과는 다른 정취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철암 일대는 한때 국내 굴지의 석탄 선탄장으로 태백시에서는 가장 번화한 동네였다. 석탄 산업이 사양화하면서 상가들이 문을 닫고 주민들도 떠나 쇠락했던 철암역 일대는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은 역에서 철암천을 거쳐 삼방마을로 이어지는 투박한 길이다. 달동네를 향해 오르다 보면 옛 저탄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발아래 펼쳐진다. 비축용 석탄이 쌓인 철암역두선탄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1호에 등재돼 있다. 이 선탄장에서 영화 '인정사정 볼것없다'의 격투신이 펼쳐지기도 했다.

철암역과 광산이 내려다 보이는 삼방동 일대는 벽화마을로 재구성중이다. 집주인이 떠나 드문드문 빈집들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담벼락에 빛과 색이 깃들고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마을은 다시 온기를 되찾고 있다. 철암천 위에 들어선 옛 건물들은 허물지 않고 보존해 탄광역사 체험촌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철암에는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등 호젓한 숙소가 인근에 있어 태백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도 좋다. 화려한 해바라기의 향연과, 소박한 탄광마을의 정취에 깃든 소회를 시원한 태백의 휴양림에서 정리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울 청량리역에서 태백읍내까지 기차가 다닌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도 오간다. 태백터미널에서 구와우마을과 검룡소로 향하는 버스가 운행중이다.

▲음식=태백은 한우로 유명한 곳이다. 읍내 황지시장 일대에는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실비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닭갈비, 막국수 등도 두루 맛 볼수 있다.

▲기타정보=숙소는 고원자연휴양림외에도 오투리조트 등이 있다. 성수기지만 8월 빈방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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