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와 더덕과 잔대는 우리 먹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며 또한 한약재다. 옛날 시골에서 잠깐이라도 살았던 사람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고 캐보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등산을 하다가 마주치는 여러 식용 버섯이나 산나물 중에 유일하게 확실하게 아는 것이 도라지다. 더덕과 잔대는 등산이 끝나고 뒤풀이할 때 막걸리나 동동주에 곁들이는 비싼 안주로 나오면 얼추 알 수 있다.

도라지는 비빔밥의 주재료로 쓰이고 제사상에도 오르지만 길경(桔梗)이란 한약재로 쓰인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얘기했다. 다만 잔대와 더덕, 사삼(沙蔘)과 양유(羊乳), 제니(薺苨)는 용어가 완전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 헷갈릴 수 있다. 도라지와 더덕은 뿌리를 절단하면 양(羊)의 젖같이 뽀얀 즙이 나와서 혹간 양유근(羊乳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다만 잔대는 양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셋 다 모두 초롱꽃과 즉 길경과(桔梗科)에 속하고 약효가 서로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우선 먼저 동의보감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하자. 사삼(沙蔘)이란 한약재 부위를 보면 한글로 ‘더덕’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제니(薺苨)는 모싯대의 뿌리로 되어 있다. 양유(羊乳)란 한약재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본초학 교과서의 사삼(沙蔘)부위를 보면 ‘잔대’의 뿌리라고 정확하게 명시해 놓고 있으며, 제니(薺苨)는 길경(桔梗) 즉 도라지의 이명(異名)으로 나와 있고, 더덕은 등재되어 있지 않다. 주영승, 최고야가 지은 ‘임상가를 위한 한약재 감별과 응용’은 한의학연구소의 K-herb연구단과 우석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이 한약재에 대해 같이 연구해서 편찬한 책이다. 그 책의 사삼(沙蔘)부분을 보면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서 ‘사삼’을 ‘더덕’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러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남사삼(南沙蔘)은 잔대이며, 북사삼(北沙蔘)은 갯방풍이고, 더덕은 산해라(山海螺), 제니(薺苨)는 모싯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가끔 북사삼을 가져오라고 하면 갯방풍(해방풍) 대신 비싼 원방풍을 가져올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4종류 모두 재배가 가능하나 더덕 즉 산해라만 약용작물로 재배하고 남/북사삼은 수입해서 쓰고 제니는 거의 유통이 되지 않는다. 본초강목에서 “人蔘補五臟之陽, 沙蔘補五臟之陰,”라고 하였는데 인삼(人蔘)은 대표적인 보기약(補氣藥)이고, 사삼(沙蔘)은 대표적인 보음약(補陰藥)이란 뜻이다. 사삼의 효능을 더덕, 모싯대, 북사삼 등과 비교해서 먼저 설명하겠다. 보음하는 효과는 북사삼(갯방풍)이 오히려 남사삼(잔대)보다 훨씬 크고 남사삼과 북사삼은 모두 보음할 수 있는 한약재이지만 산해라(더덕)과 제니(모싯대)는 보음하는 작용보다는 감기에 걸렸을 때 해열하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된다. 이 작용을 청열(淸熱)작용이라고 한다. 남사삼은 북사삼보다 보음하는 힘은 적지만 가래를 삭이는 거담작용(祛痰作用)이 더 추가되어 있다. 반면 산해라(더덕)은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최유(催乳)작용이 있어 족발, 목통(木通) 왕불류행(王不留行), 천산갑(穿山甲)등과 함께 쓸 수 있다. 꼭 사삼을 쓸 일이 있으면 국산 잔대나 중국산 남사삼을 넣으면 된다.

국산 잔대는 제니(薺苨)라는 이름으로 가져올 것이다.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다.(微寒甘) 폐경과 위경으로 약효가 들어간다. 약간 찬 기운은 폐로 들어가서 열을 살짝 꺼트려 주면서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해서 양음청폐(養陰淸肺)한다. 또한 가래를 제거해 주는 거담(去痰)작용이 있어 가래 때문에 발생한 기침을 없애준다. 사삼의 첫 번째 주 임무는 마른기침과 끈적거리는 가래가 목구멍에 달라붙어 숨을 못 쉬게 해서 발생한 기침을 치료하는 것이다. 폐가 물기가 없어 말라비틀어지면 가스교환이 어려운데 이 때 폐를 촉촉하게 해 주는 기능이 있다. 폐가 건조해지면 폐에 소속된 피부 또한 건조해져서 피부가 거칠어 지고 가려워진다. 이 때 민간에서는 닭에다 잔대를 잔뜩 넣어서 오랫동안 달여서 먹는다. 열이 펄펄 나면서 감기가 심하게 와서 기운이 떨어질 때는 열을 북돋우는 인삼 대신에 열을 끄면서 진액을 돋아주는 사삼을 주로 많이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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