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바쁜 일상 때문에 세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 세탁 후 곧 바로 의류를 건조시켜주는 기능이 있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햇볕으로 빨래를 말리는 것이 개운한 가정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의 최대 약점은 사방이 눅눅하고 끈적거리면서 달라붙기 까지 하는 여름철이다. 바짝 말린 옷도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 지는 마당에 세탁한 옷을 보송보송하게 말리는 것은 여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 제습기를 사용하면 ‘물먹는 하마’같이 습기를 제거해서 보송보송하게 해 준다.

언제부턴가 필자는 제습기가 빨아들인 수분의 양을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었다. 한여름에는 비가 1 달간 오지 않아도 하루 밤 사이에 제습기 물받이 통에 물이 가득 찼었는데, 요즘 같은 초가을 날씨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하루 반나절이 지나도록 물이 한가득 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하(長夏)에는 습열(濕熱)이 주관하고 가을에는 건조(乾燥)한 기운이 대기를 지배한다는 한의학의 이론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한여름의 푹푹 찌는 습열의 기운은 곡식이나 과일을 빠르게 자라게 하지만 익지는 않아서 식감도 별로고 별다른 맛도 못 느낀다. 설익은 곡식과 과일은 가을의 따가운 햇살과 건조한 기운을 만나냐 단단해지고 영글어진다. 평소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은 피부가 더욱 건조해져서 보습이 필요한 시기에 이른다.

특히 감기가 오랫동안 낫지 않고 진행되면 우리 몸 안의 끈적끈적한 진액이 모두 졸아서 말라버린다. 그러면 목안에 진액이 없어 목이 건조해져서 간질간질하면서 기침을 심하게 연달아 하게 된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사삼(沙蔘)이나 맥문동(麥門冬)이다. 폐가 건조해져서 가스교환이 안 되서 생기는 마른기침인 폐조건해(肺燥乾咳)에 맥문동을 쓰면 폐를 촉촉하게 적셔서 가스 교환을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폐에 속해 있는 기관지나 피부 또한 촉촉하게 해줘서 보습을 시켜준다. 이를 양음윤폐(養陰潤肺)라 한다.

건조한데 계속 기침을 하다보면 기관지 내막이 울혈이 생기고 심하면 피를 토하는 객혈(喀血)을 할 수 있다. 이 때는 지혈약과 함께 반드시 건조한 것을 잡아주는 사삼이나 맥문동, 천문동을 함께 써야 한다. 오랫동안 폐병을 앓으면 몸이 바짝 마르게 되는데 이 역시도 윤폐(潤肺)하는 한약과 함께 보음하는 한약을 같이 써야 한다.

또한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려서 맥관으로 흐르는 혈(血)이 부족하면 심장이 혈(血)이 부족한 심허혈증(心虛血症)이 된다. 이 때 맥문동을 보혈약(補血藥)과 함께 써서 심장을 강하게 하는 강심(强心)작용에 사용할 수 있다. 세상의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산란하고 답답하고 초조하며 가슴속에 번민이 있을 때 가슴에서 열불이 일어나는데 이를 심번(心煩)이라 한다. 이런 심번 증상이 과로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허번(虛煩)이라 한다. 허번으로 생긴 허열(虛熱)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약이 치자(梔子)나 황련(黃連), 대두황권(大豆黃卷, 청국장)이지만 마음을 맑히고 번(煩)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맥문동(麥門冬)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장에 진액이 없어 말라비틀어진 대변 때문에 변비(便秘)가 된 경우 진액을 공급해서 대변을 불리고 대장의 점막에 기름칠을 해주는 기능이 있는 맥문동을 사용할 수 있다.

맥문동의 수치를 보자. 폐(肺)와 위(胃)의 음분(陰分)이 부족해서 이를 보충해 줄 때는 찬 물에 담가서 속에 있는 심(心)을 거심(去心)해서 쓰고, 심장의 음분을 보태서 심장을 맑게 하려면 심(心)을 그대로 넣고 달여야 한다. 보폐(補肺)하는 한약으로 쓸 때는 술에 푹 담가서 거심(去心)해서 끈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쓸 때는 맥문동 6Kg에 주사(朱砂)를 120g를 섞어서 주맥문동(朱麥門冬)으로 만들어 쓴다. 필자는 주맥문동은 써 보지 않았고 주사가 수은이 주 성분이라 저어된다. 한 여름 뙤약빛 아래서 일하고 갈증이 날 때 생맥산(生脈散)을 쓴다. 오디션에서 목이 갈라졌을 때 보폐원탕(補肺元湯)을 쓰는데 둘 다 맥문동이 군약(君藥)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참가자는 도라지 달인 물만 먹지 말고 보폐원탕을 한 번 복용해보기 바란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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