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길, 근대골목을 거닐다

대구로 떠나는 가을 여행은 추억이 서려 정겹다. 김광석 길, 근대골목 등은 잊혀졌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중한 매개다. 빛바랜 건물과 옛길에는 따사로운 온기가 전해진다.

추억의 대구여행은 김광석 길에서 시작한다. '청춘'이라면 꼭 한번 방문하는 명소가 된 곳이 대봉동 김광석 길이다. 해질무렵, 골목에 들어서면 그가 생전에 불렀던 노래들이 아련하게 흘러나온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이었던 김광석은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뛰어놀던 신천 인근에 그의 목소리와 미소를 빌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됐다. 350m 둑방 공간에 들어선 벽화길은 김광석의 삶과 음악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은율과 사연이 흐르는 김광석 길

골목 입구에 기타를 들고 웃고 있는 김광석 동상이 자리해 있고, 대형 초상과 조형물 등 70여점의 애틋한 볼거리가 골목을 채운다. 주말이면 ‘제2의 김광석’을 꿈꾸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버스킹 공연도 무대를 적신다.

김광석 길의 여운은 방천시장으로 이어진다. 김광석 길에서 모퉁이를 돌아서면 방천시장이다. 옛 시장의 따사로운 풍경에 최근에는 문화, 예술의 향취가 덧씌워졌다. 조형물과 함께 곳곳에 들어선 공방에서 예술체험이 가능하며 풍류가 흐르는 빈대떡집 등을 기웃거리며 막걸리 한잔 걸쳐도 좋다.

본격적인 향수는 옛도심으로 이동하며 무르익는다. 가을색은 근대골목이 가지런하게 이어지는 계산동 일대에서 더욱 완연하다. 근대골목투어의 출발점은 청라언덕이다. 계산오거리와 서성네거리를 잇는 길목에는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등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청라언덕은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이 된 공간으로 1900년대초 대구에 정착했던 선교사들의 가옥이 남은 곳이다. 복원된 옛 주택은 선교, 의료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 정원에서 맞는 가을은 커피 향처럼 은은하다. 청라언덕에서 내려서는 3.1만세운동길은 정겨운 계단길이 이어진다.

가을 향수를 자극하는 근대골목

청라언덕 맞은편 계산성당은 근대골목의 상징과 같은 건축물이다. 서울,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은 영남 최초의 고딕양식 성당이다. 당초 한식 기와집으로 세워졌던 성당은 1902년 현재 모습으로 재건됐으며 야간조명이 설치돼 밤이면 운치를 더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의 한옥 고택도 골목 한편을 채운다.

일상의 삶이 투영된 근대골목을 엿보려면 진골목으로 발길을 옮긴다. 진골목은 100여년전 대구 도심의 골목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도심속 사라져가는 옛 골목을 반추해보면 진골목이 보존된 것은 반갑고도 고맙다. 옛 맛집들이 투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으며 대구 최초 2층 양옥인 정소아과의원, 미도다방 등도 시선을 붙든다.

진골목 옆, 대구약령시 거리를 지나면 단아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지역 근대건축사의 귀중한 자료인 제일교회다. 근대골목투어는 이곳에서 차분하게 마무리된다. 대구, 경북지역 최초의 교회인 제일교회는 제중원을 세워 의료활동을 전개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의 세월과 길들은 가을이 물드는 앞산 전망대에 오르면 아득하게 조망이 가능하다. 추억을 되새기며 거닐었던 대구의 골목들은 다시 한번 여운을 남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동대구역까지 KTX열차 등이 수시로 오간다. 동대구역에서 근대골목, 김광석 길 등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납작만두, 누른국수 등은 서문시장 등에서 맛볼수 있는 대구의 별미들이다. 해질녘이면 안지랑 곱창골목을 찾는 젊은층의 발길도 늘고 있다.

▲숙소=근대골목 주변에 운치 있는 숙소들이 여럿 있다. 진골목 인근에 ‘공감게스트하우스’가 자리했으며, 옛 구암서원에서는 한옥스테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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