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계곡에 흐르는 노천 온천

코스타리카는 화산천국이다. 원시의 향이 가득한 땅에 화산이 11개다. 활화산도 4개나 숨쉬고 있다. 중미 카리브해 연안의 코스타리카를 찾은 이방인들은 아레날 등 화산 체험에 매료된다. 화산 옆에서 자고, 노천 온천욕을 즐기며, 화산 호수에서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긴다.

가장 활동이 왕성한 활화산인 아레날은 코스타리카의 숨은 보물이다. 외지인들이 화산 근처로 허니문을 올 정도다.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산호세 주변에서 꾸물거리지 않고 보통 화산으로 직행한다. 아레날은 수도 산호세에서 북서쪽으로 차량으로 4시간 거리에 자리했다.

마그마로 데워진 타바콘 온천

아레날 화산 주변의 포르투나 마을에는 별 다섯 개짜리 특급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1968년 화산이 폭발해 마을을 뒤덮어 80여명의 사상자를 낸 땅은 관광지로 꽃을 피웠다. 화산은 지금까지 매일 부글거리며 활동을 한다.

리조트에 묵으면 화산과 이웃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낮에 피어오르던 뽀얀 연기는 밤이 되면 기이한 괴성으로 변한다. 마그마의 낮은 저음이 깔리면 “꽥꽥”거리던 원숭이들도 숙연해진다. 화산이 솟구치고 마그마가 붉게 흐르는 광경을 볼 확률은 30%. 그 웅대한 광경과 조우하려고 사람들은 이곳에 며칠씩 머문다.

화산 근처에는 온천수가 흐르는데 한국이나 일본에서 만나는 온천과는 규모가 다르다. 그중 타바콘 온천은 흐르는 냇물이 죄다 온천수다. 마그마에 데워진 뜨거운 물은 시냇물처럼 흘러 노천온천을 형성했다. 펄펄 끓는 마그마가 계속 활동중이니 가능한 일이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누워있으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레날 정상(1633m)이 보인다. 중미의 늘씬한 미녀들을 해변이 아닌 온천계곡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뜻밖의 일이다. 따뜻한 온천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와인 한잔 즐기는 풍경도 낯설다.

원시의 숲과 화산 호수 체험

아레날 주변으로는 체험의 ‘3종 세트’가 갖춰져 있다. 보트를 타고 호수에 나서 화산으로 재형성된 자연을 만날 수도 있다. 밀림을 가로지르는 트레킹을 하며 원시의 숲과 곤충과 새들을 구경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에코 트레킹은 아레날 국립공원 등 코스타리카 전역의 대표 체험이다. 나무사이와 협곡을 가로지르는 캐노피 투어 역시 인기 레포츠로 자리 잡았다.

끓고 있는 활화산이 아레날 뿐만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포아스 활화산은 분화구의 넓이만 1.5km, 깊이만 300m다. 해발 2700m 높이에 위치한 분화구로 다가서면 유황냄새가 자욱하다. 뚜렷한 옥빛 석호를 지닌 화산은 영험하고 매혹적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맑은 날에도 분화구 근처는 늘 구름이 자욱하다. 연기 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화산은 몸이 약한 자들에게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다른 중남미의 도시같은 고대문화의 향취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대신 코스타리카의 식물 종수는 아프리카 대륙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비의 종류는 2000여종이나 된다. 그야말로 생태의 보고다. 영화 <주라기 공원>의 주요 촬영무대도 ‘원시의 땅’ 코스타리카였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코스타리카 산호세공항까지는 미국 LA나 멕시코시티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없다.

▲숙소, 음식=아레날 화산 인근 포르투나 마을에 리조트 형태의 숙소들이 다수 있다. 현지인들은 쌀과 검정콩을 섞은 현지식인 ‘갈죠 핀토’를 주식으로 즐겨먹는다. 비옥한 화산토에서 재배한 코스타리카 커피 역시 명성 높다.

▲기타정보=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날씨는 연중 선선하다. 국민소득도 높으며 축구에 대한 관심이 광적이다. 유럽계, 아르헨티나계 백인이 주민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티코스’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는데 친절하고 똑똑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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