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를 전쟁으로 휘몰아치며 몰고 가고 있다. 이쪽은 문외한인지라 잘 알 수 없지만 양 진영에서 일견 전쟁도 불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런 와중에 처갓집의 장모님의 호출이 있었다. 서리가 내리면 감이 홍시가 되는 관계로 그 이전에 감을 따야한다는 것이다. 딸이 셋이라 신랑도 셋이지만 공교롭게도 윗 동서는 1년간 교환교수 자격으로 영국으로 출국했고, 두려움이 많은 아랫동서는 국내정세에 불안감을 느끼고 사업을 핑계로 베트남 사업체로 출국한 느낌이다. 처남들까지도 공사다망해서 둘째 김 서방이 감 따는 대업에 당첨된 듯하다. 올 봄에 거름을 많이 준 관계로 올해는 유달리 감이 많이 열렸고 씨알도 굵었다.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여덟 접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낮에는 여름 같은 오묘한 날씨라 아무 생각 없이 반팔을 입고 감 따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곧이어 감나무들이 자신의 소중한 열매를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팔뚝과 아래팔에 긁힌 자국이 채 아물지 않고 선명하게 남아있다. 왠만하면 설렁설렁할 요량으로 따기 힘든 감나무 꼭대기 부분에 있는 감들은 까치밥을 핑계로 안 따려고 했는데 열외가 없다고 해서 가열차게 감나무와 전쟁할 수밖에 없었다. 한 나무가 유독 키가 커서 사다리 위에서 장대를 이용해서 감을 따야 했다. 못을 빼는 장도리 같이 생긴 쇠를 긴 장대 끝에 단단히 묶어 감꼭지 부위나 가는 줄기 부위에 대고 비틀면 감이 땅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감 중에 대봉이란 품종은 뾰족하면서 단단해서 왠 만 하면 바닥에 떨어져도 상처도 입지 않는다. 떨어뜨린 감을 주우러 마당 내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니 여러 먹거리와 한약재가 눈에 들어 왔다. 먹거리는 텃밭이 있는 여느 집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맥문동과 백하수오로 착각하기 쉬운 은조롱이 그리고 둥굴레가 담벼락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울타리로 쓰였던 가시가 많은 탱자는 측백나무로 바뀌어 가을에 노란 탱자를 볼 수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황정(黃精)은 옥죽과 이웃사촌이고 층층둥굴레, 전황정, 낭사황정의 뿌리줄기를 건조해서 사용한다. 비장과 폐장 그리고 신장으로 약효가 흘러들어간다.

주치는 보중익기(補中益氣) 즉 소화기인 비위(脾胃)의 기운을 올려준다는 뜻으로, 비위의 기운이 올라가면 음식물을 더욱 더 잘 분해하고 흡수해서 몸 전체의 기운이 올라가게 된다. 또한 황정 안에 점액질과 전분 그리고 당분은 심폐를 촉촉하게 해 준다. 이를 윤심폐(潤心肺)라 한다. 또한 신장으로 들어가서 몸의 근육과 골격을 튼튼하게 해준다. 이를 강근골(强筋骨)이라 한다. 성질은 차지도 뜨겁지도 않고 독이 없고 달달해서 식품으로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런 성질과 맛을 가진 또 다른 한약재가 있는데 숙지황(熟地黃)이 그것이다. 하지만 숙지황은 오로지 신장의 음분(陰分)으로만 유입되어 정혈(精血)을 만드는 기능 쪽으로 약효를 치중해서 나타낸다. 황정은 숙지황만큼은 아니지만 신장의 음분을 보하면서 폐와 비위의 기운을 높이는 동시에 음분(陰分)을 보하는 역할도 부수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황정은 온열병 즉 미열(微熱)이나 열(熱)이 오래토록 가시지 않는 병에 사용된다. 열사(熱邪)가 오랫동안 우리 몸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미열불퇴(微熱不退)의 상황에서는 미열 때문에 우리 몸에 있는 정상적인 상태의 진액이 졸여져서 몸이 건조하게 되고 그러면 진액에 기대어 살아가는 기운 또한 성치 못하게 된다. 이를 기음손상(氣陰損傷)이라고 한다. 이 때가 황정을 사용할 수 있는 적기다. 황정은 기운을 올리지만 걸죽한 상태로 점분이 있어서 습이 많아서 몸이 무겁고 가래가 많고 쉬 잘 체하는 사람에게 쓰면 더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써야 한다. 또한 몸이 차서 대변이 묽거나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 쓰면 역시 안 된다. 수치는 황주 즉 막걸리와 버무려서 쪄서 쓴다. 황정과 산약을 함께 쓰면 기음(氣陰)을 보하는 효과가 배가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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