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 퇴행성관절염에도 시작되다

환자가 정형외과 진료실에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양측 무릎이 모두 아픕니다." "검사하신 XR 자료를 분석하니 퇴행성관절염 3단계 입니다. 연골악화방지 주사가 필요합니다. 맞으시겠습니까?" "비용과 효과를 설명해주세요." "네, 비용은 이렇고, 장단점은 이렇습니다....." 환자를 비추던 화면이 돌아가면서 의사 쪽을 향하자 로봇 한 대가 진료를 하고 있다. “앗, 로봇이었어?”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런 날이 곧 올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할까?’ 라고 묻는 사람부터 ‘그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를 의심하던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이끌어내던 주인공, 바로 유전자 주사치료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발표장에서 나온 결과를 본 정형외과 의사들의 반응은 대부분 놀라움 일색이었다. 한 번 주사로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사람들의 염증세포를 좋은 세포로 변화시키고 그것으로 통증을 없앨 뿐 아니라 퇴행성관절염의 진행도 최대한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라는 결과였으니 필자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12개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종 임상결과에서 한 번 주사로 2년간 주사효과가 지속된 환자가 전체의 84%라는 놀라운 결과는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사실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병은 어떤 하나의 약이나 주사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였다. 최대한 염증을 가라앉힐 수는 있어도, 이미 닳아져버린 연골에서 계속해서 염증이 새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한 번 없어진 연골은 다시 재생되지 않고 오히려 그 옆의 건강한 연골이 충격을 받으면서 계속 진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사정이 그러했으니 약이나 연골주사를 써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나면 꼭 실내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무릎에 도움이 되는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적게 걷고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3단계는 정말 애매한 시기였다. 아직 진행을 많이 하지 않은 초기 관절염이라면 관절내시경을 통해 조금 상처난 연골판을 정리해주고 관리를 하면 평생 심한 관절염으로 진행할 일이 별로 없다. 완전히 심하게 진행된 4단계 퇴행성 관절염은 싫어도 인공관절 수술을 해주면 다시 예전의 활기찬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서 그냥 4단계가 될 때까지 겁내면서 주사 맞으면서 웅크리고 있었던 3단계 관절염 환자들은 말 그대로 천천히 끓어가는 물 속의 개구리 같은 처지일 수 밖에 없었다. 도망갈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 첫 물꼬를 튼 것이 줄기세포 수술이었다. 이 수술은 3단계 관절염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4단계 관절염 환자에게만 하도록 정해진 수술이긴 했다. 히딩크 감독이 수술을 하면서 유명해진 이 줄기세포는 ‘설마?’ 하던 의사들에게 ‘진짜 연골이 재생되네!’라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이때 인공관절 수술만이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했던 주류 의사들의 생각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SCI급 논문에 7년 성과를 주제로 한 결과가 인정되어 실리면서 확고한 퇴행성관절염의 치료방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7년 전의 혁신은 여기까지였다. 한 발 더 나아가려고 줄기세포 주사로 연골을 살리려는 연구는 현실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물론 많은 연구진들이 이 주사를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줄기세포 주사는 연골이 재생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염증관리 주사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던 중 이 유전자 치료주사 이야기가 나왔고, 한 번 줄기세포 주사에 기대했다가 속은 느낌을 가지고 있던 의사들은 이 유전자 치료주사에도 미심쩍은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베일을 벗고 나온 이 주사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아쉽다면 연골이 재생되는 것까지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것. 그럼에도 한 번 주사로 2년 동안 퇴행성관절염이 진행하는 것을 멈출 수 있게 했다는 결과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 숙제는 이 주사가 전방위적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퇴행성관절염 3단계 환자에게 사용되었을 때,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가에 있는 것 같다. 한정된 숫자의 환자에게 사용해서 나온 84%라는 효과가 엄청난 숫자의 환자에게도 같이 적용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유전자 치료주사를 개발한 의료진에게 뿐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주사를 적용하는 모든 정형외과 의사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기대한 수준보다 효과가 없다고 밝혀지면 실제 의료현장에서 생길 환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던져졌다. 적절한 방법으로 주사하고 그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때인 것 같다. 이 유전자 주사치료가 성공적이면 그 다음 연구되고 있는 연골재생 주사도 분명 좋은 참고가 되어 우리가 생각하는 시기보다 훨씬 빠른 때에 개발이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이 없는 시대, 무릎 치료만 하고 있는 필자에게 타격(?)일 수도 있지만 우리 인류에 큰 축복임에 분명하다. 주사치료로 모든 관절염 환자들이 행복해 할 그 때를 꿈꿔본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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