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기공을 수련할 때 도장에 방문한 어떤 야인 한분의 별명이 자칭 ‘떡탱도사’였다. 정력이 월등하게 좋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지은 별명인데 ‘벌떡하고 일어나 탱탱하게 유지된다.’란 말이란다. 호사가들 입으로 가장 대표적으로 돌아다니는 정력이 좋다는 말 중에 ‘접이불루(接而不漏)’란 말이 있다. 성관계를 해도 사정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종의 ‘지루(遲漏)’의 한 종류로 보면 될 것이다.

조선후기 대선사인 경허 스님은 머슴살이 하면서 여인을 희롱해서 죽을 지경까지 매를 맞거나, 불경을 찢어서 바람막이 문풍지로 쓰고, 곡차 즉 막걸리에 돼지고기를 먹는 등 기행으로 유명했었다. 어느 날은 몸에 지린내가 나고 고름 투성이인 미친 여자를 거두어 해인사 조실의 방에서 함께 기거한다. 최인호의 소설 ‘길없는 길’에 보면 ‘육보시’를 했다고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고 좌우지간 불교의 가장 큰 계율인 불음행계(不淫行戒) 즉 ‘비구의 음행을 금하는 계율’을 어기고도 낮 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계율이라는 명분을 내새워 자신만의 이익과 안위을 도모하고 자신보다 윤리적인 의식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천박하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계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축생 취급하는 위선자들에게 보란 듯이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 분명하다. 깨달음 즉 대오각성은 계율의 실천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여겨진다.

성(性)에 대한 모든 것이 엄동설한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조선시대에 다른 여염집과 달리 합방하는 소식이 동네방네 요란하게 울려 동네 어귀까지도 들리는 대감댁이 있었다. 퇴계 이황이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율곡은 밤일할 때도 의관을 정제해서 임한 반면, 퇴계의 부부생활은 참으로 난잡스러웠다. 그래서 ‘낮퇴계 밤토끼’란 유명한 말이 나오게 되었다. 낮에는 공자와 주자의 뒤를 잊는 근엄한 대학자였지만 밤에는 색(色)을 밝히는 토끼 같다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보다 못한 제자들이 남사스럽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퇴계는 남녀 관계란 하늘과 땅의 기운 즉 음양이 마주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바람이 불고 벼락과 천둥이 치듯이 요란하게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나오는 얘기다.

한참 젊었을 때는 즐거운 상상만 해도 정(精)이 흘러넘쳐 자연스레 배출되지만 정(精)은 원래는 극도로 농축되어 깊이 고밀(固密)하게 감추어져서 그 사람의 분신이 되는 것이라 쉬 밖으로 배출되면 안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보음약은 정(精)을 응축시켜서 갈무리해야 하는 관계로 약간 차고 끈적끈적한 성질을 갖는다. 이런 정(精)이 바깥세상을 구경하려면 따뜻한 기운을 가진 신양(腎陽)이 오랫동안 데워야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아름다운 여인을 봐도 쉬 동하지 않는 이유가 정(精)도 부족할 뿐 아니라 양기도 덩달아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음약으로 정(精)을 보충해주지 않고 양기를 흥분시키는 보양식만 쫓아다닌다고 해서 정력이 좋아지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구기자는 신장의 음기를 보해서 정(精)을 생기게 할 뿐 아니라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유정(遺精)에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정(精)과 혈(血)은 음분(陰分)을 기반으로 하는 터라 간장의 혈(血) 또한 보해서 눈을 밝게 한다. 허리는 신장이 주관하는데 나이가 들어 디스크 판이 납작하게 찌그러들면 허리가 시큰거리는데 디스크 판에 물을 대 주는 것이 보음약이다. 그래서 구기자 같은 보음약은 흔히 요슬산연(腰膝酸軟)에 많이 쓴다. 구기자는 보음(補陰)하는 동시에 보양(補陽)하는 몇 안 되는 한약재로 토사자(菟絲子)와 사원자(沙苑子) 등과 효과가 비슷하다. 하지만 구기자는 보음하는 것이 조금 더 강하고 토사자와 사원자는 보양하는 효과가 더 강하다. 시력감퇴에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에 구기자와 결명자 석결명을 함께 사용한다. 요슬산연에는 육미지황탕에 구기자, 우슬, 두충, 맥문동을 함께 써서 치료한다. 정력강화에는 쇄양, 음양곽, 육종용, 숙지황, 오자(五子)등과 함께 쓴다. 보혈할 때는 사물탕에 구기자와 산수유를 함께 쓴다. 구기자는 벌레가 많이 꼬이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큰 씨알로 자란 놈이 최상품이 된다. 해풍에 묻어온 소금기가 벌레를 자연스레 퇴치해주기 때문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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