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불편한 구석이 생기면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기 전에 우선 지난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를 뒤돌아보기 바란다. 갑자기 업무량이 폭주해서 힘들었거나, 난데없이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을 겪었거나, 아니면 각종 축구, 야구, 농구, 베트민턴, 테니스 동호회에서 결승에 진출한다는 목표 아래 죽을힘을 다해서 경기를 치렀거나,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 정황에 쳐해 있거나, 느닷없이 음주가무할 일이 많이 생겨 주상(酒傷)이나 색상(色傷)을 겪었거나 말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푹 쉬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수많은 세월동안 인체가 지구환경과 인간사회에 맞게 진화해 온 터라 웬만한 상황은 모두 극복하고 그 치료법을 우리 몸 안에 자세히 각인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이게 아니면 편식, 운동부족, 나쁜 근무환경, 안 좋은 작업 자세 같은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병이 온 것이다.

인체가 불편한 부위가 있으면 의사들이 치료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아프면 진통제로 다스리고, 근육이 딱딱하게 굳으면 근육 이완제를 복용하고, 염증으로 빨갛게 부어서 탱탱하게 붓고, 열이 나고, 아프면 소염제를 쓴다. 감기가 오면 감기를 옮기는 바이러스를 잡으려고 항바이러스제를 쓰거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해열재를 쓰고, 가래가 있으면 거담제를 쓰고, 2차 세균감염으로 인한 것이면 항생제를 쓴다. 이런 일을 자주 계속해서 겪게 되면 어떤 치료로도 도통 차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나타나고 치료를 위해서 온갖 유명하다고 하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닥터 쇼핑을 하게 된다. 유명한 곳에서도 효과를 나타내지 않으면 트라우마 시기로 접어들게 된다.

최근에 1년 2개월 동안 허리가 아파서 유명한 병의원을 모두 섭렵한 환자가 왔다. 이 환자의 증상은 밤에 허리 뿐 아니라 몸 전체가 아파서 깬다는 것이다. 이 분은 2-3년에 한 번 씩 내원했던 환자로 혹시나 해서 내원했다가 침 한번 맞고서 잠을 잘 잤다고 그 다음 날 꼭두새벽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가 침을 잘 놓아서가 아니라 한의학이 주는 선물이었던 것 같다.

한의학이 대증치료보다는 근본치료에 더욱 가깝다고 하는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보겠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에게는 오장육부의 기운이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부위가 병들면 그것은 오장육부의 부조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빨이 너무 아픈 치통(齒痛)을 생각해보자. 몸의 모든 뼈는 신장이 주관하고 치아는 뼈의 여분이다(腎主骨 齒者 骨之餘)라고 해서 치아는 신장(腎臟)에 배속되어 있다. 하지만 치아로 가는 경락은 위경(胃經)과 대장경(大腸經)이다. 제일 처음 이 말을 듣고 “무슨 한의학의 이론이 이래? 치아는 당연히 신장에 배속되니까 신경(腎經)이 흘러야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치아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한다. 위장과 대장이 안 좋아서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그들 입장에서는 음식물이 유입되지 않는 편이 제일 낫다. 그래서 치아를 아프게 해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로 신장이 망가져서 치아가 들뜨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 외에 위장과 대장의 상태를 동시에 살핀다. 우리 몸 안에 있는 오장육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앞 다투어 전쟁을 치른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이것을 중재해서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보음약 중에 한련초(旱蓮草)가 있다. 한련초가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초입부터로 머리카락 염색과 두피 혈류개선을 통한 탈모예방 및 치료에 대한 논문들이 나오면서 부터이다. 그 중에는 한련초 추출액을 MTS(도장침)으로 탈모부위에 적용한 결과 효과가 있었다는 논문도 있었다.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면서 시다. 간신(肝腎)으로 들어가고 찬 성분은 혈열(血熱)로 인한 염증이나 치아가 들떠 일어나는 것 같이 각종 부속물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솟구쳐 일어나는 질환을 치료한다. 또한 화농으로 발갛게 고름이 나거나 욱신거리는 피부부위에 찧어서 붙여놓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한련초의 차고 끈적이는 성질이 열 때문에 손상이 일어난 두피의 염증과 탈모, 그리고 과로로 열이 치솟아 치아가 흔들거릴 때 사용할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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