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가 휜다리로 고통받을 땐?

- 40대 환자의 근위부 경골절골술 -

중년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선다. 아내분이 다짜고짜 남편에게 화를 퍼부었다. "원장선생님! 이 사람 다리 한번 봐 주세요. 아픈지가 몇 년 됐는데도 큰 병원가기가 무서워 미루다가 이제는 다리가 완전히 O 자가 되어버려서 걷기도 힘들어해요. 동네 의원하고 한의원에서도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큰 병원엘 가보라고 하네요. 오늘 여기도 오지 않으려는 걸 겨우 데리고 왔어요!" 사연을 들어보니 충청도에서 2시간 가까이 걸려서 필자의 병원에 큰 맘 먹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남편은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너무 아파서 힘들다는 표정은 역력했다.

다리 전장 엑스레이를 보니, 무릎이 정상각에 비해 약 18도 정도 안쪽으로 틀어져 휜 심한 내반슬(안쪽으로 틀어진 무릎) 이었다. 통증이 심하여 내측무릎 반달연골판과 연골손상이 의심되는 상황. MRI검사를 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미 내측 무릎의 대퇴골 천장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진 것이었다. " 환자분 나이가 45세도 안되었는데, 무릎은 70대 무릎이군요. 이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도 없고 큰일입니다. 아니 무릎이 이 지경이 되도록 어떻게 참고 사셨어요? "

듣고만 있던 환자의 나지막한 한마디." 선생님, 고칠 방법이 있겠습니까?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겠습니다. 안 아프게 걷게만 해주세요..." 필자가 대답했다. “ 환자분께서 치료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으시고, 아직 나이가 젊으시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드리는 말씀에 잘 따라만 주시면 됩니다.” 결국 그 환자는 근위부 경골 절골술 ( 무릎 11자 휜다리 교정술) 과 동종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고 만족스런 결과 덕분에 3개월 뒤엔 반대편 무릎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연고지가 멀어 자주 오시진 못하시지만, 한 번씩 병원에 들를 때마다 “허벅지 근육 운동과 걷기 운동을 기분 좋게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관절의 연골 두께가 소모되어 얇아지는 병을 관절염이라고 하는데, 무릎은 우리 몸에서 가장 관절염이 호발하는 관절 중 하나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었을 때, 무릎의 연골 회복력이나 쿠션역할을 하는 연골판이 약해지면서 관절염은 진행된다. 마치 얼라인먼트가 틀어져 있는 타이어를 오래 타게 되면 타이어의 편마모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무릎이 안쪽으로 틀어진 분들은 급격히 안쪽 무릎 연골만 닳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엔 다리 축을 11자로 똑바로만 맞춰주더라도 체중분산 효과가 있어 추후 추가적인 연골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이미 관절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어 있는 환자 분들은 11자 휜다리 교정수술과 덧붙여 줄기세포 연골이식, 자가 골연골이식 등의 추가적 시술을 통해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 3개월이 지나면 거의 완치에 가까운 치료를 할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다리 교정이란 게 다리를 잘라서 해야만 하는 너무 위험하고 큰 수술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정강이뼈를 다 자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 틈새를 벌려서 원하는 각도만큼 벌리는 수술이라서 생각보다 큰 수술도 아니고 위험하지도 않다. 안쪽에 붙여놓은 철판도 1년이 되면 뺄 수 있다.

휜다리 교정수술은 다소 젊은 나이에 무릎 내측 관절염이 진행되는 분에서는 이제 필수적인 수술이 되었다. 성공만 한다면 노년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고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너무 무릎 통증을 오래 묵혀 놓게 되면 교정각도가 커지고, 추가적인 시술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수술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휜다리가 꽤 있으면서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적극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중요하다.

달려라병원 장종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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