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런 운하가 거리를 채색하다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아침풍경은 단아하다. 구도심을 가로 질러 운하가 흐르고, 운하 주위로는 출근족들이 자전거를 타고 물결처럼 오간다. 도심 운하 옆에는 아침 꽃시장과 아담한 카페, 갤러리가 들어선 살가운 모습이다.

암스텔담은 고리 모양의 운하들이 구도심을 둘러싼 운하의 도시다. 에이셀 호수의 저지대를 간척해 만든 도시는 17세기풍 맞배지붕의 '파사드' 건물들이 운하를 사이에 두고 가지런히 마주보며 서 있다. 그 건물의 1층에 아담한 카페와 치즈가게, 소규모의 갤러리들이 늘어선 그림같은 정경이다. 운하 옆 앙증맞은 카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은 이곳 시민들이 누려온 오랜 호사중 하나다.

암스텔담에서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오전 일찍 문을 나설 일이다. 미술관이 들어선 뮤지엄 광장이나 운하와 출근족들이 만나는 레이체 광장 주변으로 산책을 나서면 이곳이 자전거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미술관과 카페, 서브컬처의 도시

도시의 랜드마크인 담 광장 인근은 늘 인파로 북적인다. 광장주변으로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는 왕궁은 원래 시청사로 쓰이다가 프랑스 점령기때 나폴레옹 동생의 왕궁이었던 것을 네덜란드 왕실에서 이어받은 질곡의 사연을 지녔다. 왕궁 옆으로는 국왕의 대관식이 행해지는 신교회와 백화점 호텔들이 나란히 연결된다.

암스텔담은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도시다. 작은 도시 안에는 미술관과 박물관만 60여개에 달한다. 렘브란트, 고흐, 베르메르의 그윽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리화나와 홍등가 등 서브컬처까지 도시는 품어내고 있다.

예술에 심취한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은 뮤지엄 광장이다. 국립박물관, 반 고흐 박물관, 시립 근대 미술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시민들의 자랑거리인 국립 박물관(Rijks)의 전시공간만 70여곳. 이곳에서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반 고흐 박물관에는 ‘해바라기’ ‘노란 집’ 등 수백여점 대표작이 전시중이다.

400년 세월의 세계유산 운하

암스텔담에서 소소한 일상들은 모두 캔버스속 작품처럼 다가선다. 도시의 실루엣을 완성하는 것은 운하와 어우러진 도심 꽃시장이다. 싱겔 꽃시장은 구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 잡아 도시를 더욱 싱그럽게 단장한다. 꽃시장 옆으로는 5개의 반원형 운하중 가장 첫 번째인 싱겔 운하가 흐른다. 다소 이채로운 홍등가나 차이나타운 역시 운하 옆에 자리잡았다. 암스텔담의 운하들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4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운하 위로는 여전히 뱃길이 이어져 도시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예전 암스텔담 사람들은 보트 안에 가옥을 만들어놓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운하 옆으로는 실제 하우스보트 뿐 아니라 하우스보트를 테마로 한 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유대인 박해의 실상을 담은 ‘안네 프랑코의 집’도 프린센 운하 옆에 자리잡았다.

암스텔담의 구도심 중앙은 트램들의 세상이다. "띠링 띠링" 경적을 울리며 느리게 달리는 트램들은 운하의 도시를 더욱 여유롭게 단장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까지는 직항편과 경유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유럽각지에서 열차를 통해 암스테르담까지 닿을 수 있다.

▲음식=암스테르담에서는 고기와 진한 국물이 어우러진 ‘하세’, 베이컨과 사과가 어우러진 네덜란드식 팬케이크 ‘파네쿠크’가 대표적이다.

▲기타정보=암스테르담에서는 요일과 무관하게 노천시장, 벼룩시장이 시청사 인근 등 곳곳에서 열린다. 어두침침한 외관에 ‘커피숍’이라고 쓰여있는 곳은 커피 외에도 마리화나 등을 판매하는 곳이니 유념할 것. 숙소는 고급체인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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