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판(龜板)에 대한 못 다한 얘기를 좀 더 해보겠다. 귀판과 녹용은 둘 다 딱딱하지만 녹용은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는 반면 귀판은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귀판을 쓸 때는 반드시 수치해서 써야 하는데 냄비에 모래를 넣고 센 불로 가열해서 모래가 물기가 말라 잘 저어질 때 귀판을 썰어 넣고 표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서 모래를 채로 쳐서 없앤 다음 식초에 담갔다가 껴내서 건조해야 비로소 쓸 수 있다. 귀판은 신음(腎陰)을 대보(大補)하므로 음허(陰虛)로 인해서 열이 치솟아 올라 생기는 모든 증상에 기본적으로 쓸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골증노열(骨蒸勞熱)이다. 일을 많이 해서 진액(津液)과 음분(陰分)을 극도로 소모하면 뼈가 있는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생겨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 때는 식은 땀이 같이 동반된다.

또한 피를 토하는 토혈(吐血), 코피, 유정(遺精), 붕루(崩漏), 대하(帶下)등도 함께 치료한다. 난치성 천식에 귀판과 마황을 써서 많이 완화시킨 예가 있다. 천식에 특효약은 마황(麻黃)이다. 마황은 안으로부터 밖으로 뿜어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인데 과다하게 사용해서 인체 내의 진액이나 기운을 밖으로 방출하게 되면 인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쓰면 안 되고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아래 사용해야 되는 전문 한약재다. 원심력 방향으로 작용하는 마황과는 정반대로 귀판은 중심으로 끌어당겨서 수렴시키는 작용이 강하다. 그래서 이 둘을 함께 쓰면 오래된 천식이라 할지라도 부작용이 없이 너끈하게 치료할 수 있다.

소아의 성장이 지연되거나 성장통이 있을 때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에 더해서 쓴다. 별갑(鱉甲)은 자라다. 동의보감에는 당시말로 ‘쟈라등겁질’로 되어 있다. 귀판이 배딱지를 쓴데 반해 자라는 등딱지를 약용으로 쓴다. 자라도 역시 자라고기인 별육(鱉肉)과 자라머리인 별두(鼈頭) 모두 한약재로 사용된다. 자음(滋陰)하는 효과는 귀판이 더 낫다. 하지만 귀판은 현재는 사용할 수 없다. 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별갑이다. 별갑은 간신(肝腎)으로 들어가고 성질이 약간 차며 맛은 짜다. 귀판과 같은 자음(滋陰)과 잠양(潛陽)의 효능이 있으며 귀판이 가지지 않은 독특한 효능인 연견산결(軟堅散結)의 효능이 있다. 연견산결이란 모든 딱딱한 종양(腫瘍)을 말랑말랑하게 해준 뒤 밖으로 배출해서 없애 주고, 여기 저기 맺혀있고 뭉쳐있는 것을 흩어준다는 뜻이다. 별갑은 다른 보음약들과 비슷하게 간신(肝腎)으로 들어가서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정력을 강화시키고 요통을 낫게 하고 스트레스에 잘 견디게 하고, 면역력을 증대시킨다. 아울러 음허로 초래된 각종 발열증상과 발열이 심해서 발생되는 각종 출혈 뿐 아니라 골증노열(骨蒸勞熱)도 잡아준다.

귀판이 신장 쪽으로 약효가 집중된 반면 별갑은 오히려 신장 쪽 보다는 간장이나 비장쪽으로 더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 몸에서 간경(肝經)이 지나가는 부위를 자세히 보면 엄지발가락 바깥쪽에 대돈(大敦)혈에서부터 가슴의 기문(期門)혈까지 인체의 내측면을 타고 흐르는데 그 지나가는 길이 사타구니의 남녀 성기를 돌아서 위로 행한다. 간자 파극지본(肝者罷極之本)이라 해서 간은 과로와 스트레스를 담당하게 되는데 이 두 요소가 한꺼번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힘든 일을 겪게 되면 간경이 꽉 막혀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고 그러면 남자의 경우 성욕이 감퇴되거나, 발기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여성의 경우 태아를 양육하기 위해 비축해 두었던 자궁의 혈(血)이 모두 어혈로 변하게 되어서 생리주기 뿐 아니라 생리의 색깔, 생리의 양, 그리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생리통을 겪게 되고, 임산부 같은 경우에는 유산에 이를 수 있다. 이런 분한 일이 심해지면 간(肝)에 울화가 쌓여 종양(腫瘍)이 발생해서 간덩이가 붓게 되는 간종대(肝腫大)가 생기거나 자궁에서 생긴 어혈로 인해 아랫배에 단단한 덩어리인 종괴(腫塊)가 생기고 생리가 수개월동안 거르게된다. 이 때가 별갑의 연견산결하는 힘을 빌려야 할 시기다. 별갑의 수치도 귀판과 같다. 단지 더 샛노랗게 될 때까지 볶아야 한다. 태아를 가진 임신부에게 쓰면 태아를 어혈로 생긴 종괴(腫塊)로 보고 공격하는 탓에 유산될 수 있으니 주의해서 쓰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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