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부추기는 탐스러운 미항

미항 시드니의 단상은 복잡다단하다. 화려한 건축물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비좁은 골목은 오래된 아케이드와 낯선 펍이 뒤엉킨다. 골목을 벗어나며 우연히 마주하는 바다는 골목의 햇살만큼 진한 파문을 만들어낸다.

호주 시드니는 걷고 싶은 욕망이 숨쉬는 도시다. 도심이 더욱 이채로운 것은 걸어서 10분, 길 하나만 지나면 거리의 윤곽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로얄 보타닉가든과 하이드 파크는 도시의 허파이자 여유로운 시드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곳이다. 초대 총독의 야채밭이었던 로얄 보타닉가든은 한때 오페라하우스의 주차장으로 전락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재는 시드니 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피크닉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하이드파크는 호주 최초의 크리켓 게임이 열렸던 경기장이었다.

바닷가 록스 지구에는 200여년 전 시드니 정착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거리 곳곳을 채운 고건축물이나 그 길목에 깃든 사연들은 따사롭게 남아 이방인의 발길을 붙든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전시된 현대미술관, 오페라하우스의 노을을 감상하는 적소인 언덕위 시드니 천문대도 록스지구가 간직한 보물들이다.

하버 브리지 등 명소의 재조명

바다에서 한 템포 떨어진 중심가의 모습은 들어설수록 대비가 선명하다. 고층빌딩이 치솟은 센트럴 시드니는 타운홀, 세인트 앤드류 성당 등 오래된 건물이 함께 어우러져 도시의 깊이를 더한다. 빌딩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시드니 타워는 전망대에 오르면 세계유산인 블루 마운틴과 남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계탑이 도드라진 타운홀 건너편, 퀸 빅토리아 빌딩은 비잔틴 궁을 본딴 로마네스크 양식의 고급스러운 내외관이 돋보인다. 퀸 빅토리아 빌딩은 1898년 건물이 설립되기 전 시장터였던 곳이 현재는 명품숍들이 들어선 백화점으로 변신했다. 이곳은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댕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센터”라고 극찬한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드니의 명소들은 한 발 다가서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구조물인 하버 브리지는 1932년 완공당시 세계에서 두번째 긴 다리(1149m)로 화제를 모았다. 아치형 외관 때문에 ‘옷걸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는데, 하버 브리지 최고의 짜릿한 경험은 둥근 아치 위를 걷는 것이다. ‘브리지 클라임’으로 불리는 이 체험은 해뜰 무렵, 노을질 때 걸으면 두배의 감동을 선사한다.

남반구의 열기 가득한 해변들

‘미항 시드니’의 방점을 찍는 상징적 건물은 오페라하우스다. 오페라하우스는 덴마크의 건축가 요른 우츤이 1973년, 14년만에 완공한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요른 우츤은 아내가 간식으로 마련한 오렌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독특한 외관의 오페라하우스를 구상했다. 오페라하우스는 실제 공연 외에도 분장실, 소품실 등 비밀스러운 공간을 들여다보는 백스테이지 투어가 인기 높다.

도심에서 승용차로 한시간 달리면 시드니의 바닷가다. 본다이 비치, 맨리 비치 등 연중 사람들로 붐비는 해변이 있는가하면 쿠지 비치처럼 아늑한 바다로 치장된 곳도 있다.

시드니의 익숙한 여행루트는 록스광장, 달링하버 주변을 서성거리거나 서큘러 키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변을 둘러보는 동선이 주를 이뤘다. 요즘은 작은 와인 바나 펍들이 도심을 재구성하는 반전의 주역을 자처하고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개성 넘치는 펍들을 찾는 행위는 이곳 청춘들의 취미이자 시드니 여행의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는 시티레일을 이용하면 중심가까지 20여분이면 도착한다.

▲식당=서큘러키와 록스 지역에 전망 좋은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다수 있다. 서큘러키 지역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주를 이루며 록스쪽은 펍 등이 들어서 있다. 킹스크로스 일대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기타정보=시드니에서 꼭 즐겨야할 투어가 크루즈로 빌딩군락과 하버브리지 등을 색다른 각도에 구경할 수 있다. 크루즈에서는 선상뷔페 등이 제공되기도 한다. 북반구와 달리 시드니는 여름의 한 가운데 놓인 뜨거운 날씨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