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개(荊芥)의 가볍고 경쾌한 기운은 한열에 관계없이 밖으로 잘 뿜어내주는 역할을 해서 피부에 뿌리를 내리고 괴롭히는 각종 종양과 반진(斑疹)과 풍진(風疹), 소양(瘙痒), 창양(瘡瘍)의 초기에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투진(透疹)이라 한다. 형개를 까맣게 태워서 탄(炭)처럼 만든 것을 형개초탄(荊芥炒炭)이라 한다. 초탄이 되면 성질이 쓰고 꺼끌꺼끌한(苦澁) 것으로 바뀌는데 혈분(血分)으로 들어가서 출혈되는 것을 틀어막는 지혈(止血)작용을 한다. 그래서 객혈(喀血), 토혈(吐血), 뇨혈(尿血), 변혈(便血), 비뉵(鼻衄), 출혈성 자반증 등에 쓰인다.

형개수(荊芥穗)는 형개의 이삭만을 채취한 것이다. 지상부 보다는 훨씬 향기가 진하고 기운이 왕성해서 발표(發表), 산풍(散風), 투진(透疹), 이혈(理血)하는 효능이 형개(荊芥)보다 강하다. 형개는 열이 심하게 나고 오한기가 적은 사람이나,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 혈허(血虛)해서 열이 나는 사람, 음허(陰虛)해서 화(火)가 치성(熾盛)해서 눈과 머리가 아픈 사람은 형개를 쓸 수 없다. 형개와 방풍은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좋은 친구다. 형개가 가는 곳 마다 으레 방풍이 따라간다. 이 둘이 만드는 처방 중에 명방(名方)이 많은데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 형방지황탕(荊防地黃湯), 형방사백산(荊防瀉白散), 형방도적산(荊防導赤散)이 그것이다.

한약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형개는 중국 한국 일본 할 것 없이 품종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한약재는 한의학이 성행하는 동아시아 3국에서 각각 다른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강활(羌活)이 그것이다. 강활은 형개 보다도 훨씬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다. 환자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고 한약 처방을 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약재가 강활이라고 보면 된다. 강활은 많이 쓰이는 탓에 아무것이나 함부로 쓰면 안 될 것 같아 정확한 기원을 먼저 밝혀보고자 한다. 강활에 대한 이견이 있기 전에 먼저 강활과 독활의 기원식물에 대한 여러 의견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명본초에 “독활은 강활의 어미다.”라고 되어 있고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는 “독활은 강활로부터 온 것을 최상품으로 쳐서 독활의 다른 이름을 강활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독활이 달리 강활(羌活), 강청(羌靑)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시진의 이 말 한마디로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은 정리가 된 상황이다. 독활은 거풍습지비통약 즉 풍습병에 걸려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지금 본초학 서적에서 말하는 독활은 중치모당귀와 구안독활의 뿌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있다. 본초학에서 강활은 산형과의 중국강활(Notopterygii insissum Ting)이나 관엽강활(Notopterygii forbesii Boiss)의 뿌리줄기를 쓰라고 되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대신 Ostericum koreanum (Max) Kitagawa란 학명을 가진 ‘강호리’를 대용으로 쓰도 된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은 이 마저도 존재하지 않고 Angelica genuflexa Nutt란 학명을 가진 ‘왜천궁’을 쓰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모수당귀’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일본대엽천궁’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용 강활은 재배 방식에 따라 북(北)강활과 남(南)강활로 구분된다. 북강활은 종근을 심어서 키워 땅속줄기가 잘 발달하고 잔뿌리는 적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다.

반면에 남강활은 종자를 뿌려서 키워 땅속줄기의 발달이 더디고 잔뿌리가 길고 많아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진다. 유전자 분석에서 북강활과 남강활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중국강활은 땅속줄기의 마디 사이가 조밀하고 누에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잠강활(蠶羌活), 마디 사이가 넓어 대나무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죽절강(竹節羌)으로 구분된다. 관엽강활은 뿌리는 가는 반면에 땅속줄기가 부풀어 올라 짱구와 비슷해서 대두강(大頭羌)이라고 하고, 가는뿌리나 곁뿌리는 조강(條羌)이라고 부른다. 중국강활이 쓴맛(苦味)이 너무 강하고, 세포독성도 있어 적당한 용량을 잘 사용해야 한다.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같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처방에는 중국의 강활을, 사상처방의 형방지황탕(荊防地黃湯)이나 경험방 등 우리나라도에서 만들어진 처방에는 강호리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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