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눈 내리는 '4월의 크리스마스'

구미 금오산 벚꽃길에는 수더분한 매력이 피어난다. 산길 초입까지 한적한 벚꽃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지고 저수지 주변으로는 꽃길 산책로가 사색을 돕는다. 4월이 되면, 바람이라도 불면 시내 전역에 온통 꽃눈이 내린다.

"우리는 경주, 진해 안갑니더. 봄이면 시내 전체가 벚꽃 천지라예."

구미 주민들의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봄날 구미 시내에서 스타트를 끊은 벚꽃은 저수지인 금오지를 지나 금오산 등산로 초입까지 줄줄이 흰꽃 잔치를 연출한다. 4월 초순 도심 벚꽃들이 만개했다면 저수지 주변의 꽃들은 중순까지 하얀 세상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금오산 초입 각산 사거리에서 구미도서관 지나 저수지인 금오지까지 연결되는 길은 환상의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변신한다.

수줍게 즐기는 벚꽃 드라이브

금오산은 삶에서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10~20분이면 닿고, 이곳 청춘들이 바람 한번 훌쩍 쐬러 손쉽게 방문하는 곳이다. 구미시청에서도 뒷길로 걸어 산책 삼아 다녀올 수 있는 친근한 거리다. 그 초입에 4월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매화처럼 깊은 마을을 찾아가거나, 철쭉처럼 산등성이를 오르지 않아도 수월하게 가로수변에서 봄날을 만난다.

전국에 벚꽃 명소들이 즐비하지만 벚꽃길을 여유롭게 달리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 상춘객들이 이미 길을 장악해 엉긍엉금 다니기 일쑤다. 이곳에서는 차창 위로 벚꽃잎이 하나둘 눈처럼 내리는 광경에 빠르게 몰입될 수 있다. 한적한 벚꽃길은 넉넉하고 더욱 운치 있게 다가선다.

꽃눈 드라이브로 상승곡선을 탔다면 차는 금오산 초입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으며 벚꽃의 향연을 본격적으로 즐긴다. 금오산에서 내려오는 하천변으로는 벚꽃과 함께 개나리가 만개해 있다. 보기에도 화려하고 마음도 들썩이는 색의 궁합이다.

저수지 따라 이어진 꽃길 산책로

벚꽃 감상의 최적의 장소는 금오지 주변이다. 저수지 인근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됐고 나무테크도 잘 갖춰져 있다. 저수지를 바라보고 정자도 들어서 있어 단아한 벚꽃 명소의 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저수지 뒷편 자연환경연수원으로 향하는 길은 차량도 통제돼 호젓하고 풍성한 벚꽃 나들이를 선사한다.

구미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커피자판기도 저수지 한편에 세워져 있다. 벚꽃 시즌이면 자판기의 매상이 제법 쏠쏠하다며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니 그 명성이 허풍은 아닌 듯하다. 드라이브 길을 달리며 벚꽃이 들뜨게 다가섰다면 저수지 산책로에서는 마음이 하얗게 정화되는 착각에 빠진다. 저수지 벚꽃길을 산책하는데는 한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금오산 벚꽃길은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전국 단위로 소문을 내는 떠들썩한 축제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금오산 초입에는 구미의 청춘 남녀들이 데이트를 위해 즐겨 찾는 식당과 카페들도 곳곳에 위치했다. 배 두둑히 채운 뒤 차 한잔 음미하고 꽃구경에 심취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평일 오전이면 더욱 한갓지고 인근에 캠핑 사이트도 있어 벚꽃향에 취해 캠핑도 즐길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 구미IC에서 빠져나와 33번 국도를 이용한다. 서울역에서 구미행 열차가 운행중이며 구미시내에서 시내버스 로 금오산 초입까지 닿을 수 있다.

▲음식, 숙소=금오산 인근의 ‘버드나무 백숙’은 한방백숙이 유명하며 ’금오산성 숯불갈비’는 갈비 맛이 좋다. 체어맨모텔, 호텔금오산 등이 묵을만한 숙소들이다.

▲기타정보: 구미에서는 둘러 볼 명소들이 여럿이다.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채미정, 눌지왕의 전설이 서린 도리사 등을 함께 방문할 수 있다. 금오산 정상 아래 위치한 사찰인 약사암에 오르면 구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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