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랜 조상들로부터 시작된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했고, 손이 자유로워지자 수렵이나 채집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도 함께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손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뇌의 범위를 보면 알 수 있다. ‘펜필드’는 캐나다의 외과 의사로 우리 인체 각 부분에서 수집된 감각이 뇌의 어느 피질부분으로 입력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뇌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는 운동신경이 뇌의 어느 피질부위에서 발현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 결과 만든 것이 ‘펜필드 뇌지도’ 혹은 '호문쿨루스(homunculus)'다.

이 지도를 보면 인간의 대뇌 피질로 들어오는 감각신경과 나가는 운동신경의 데이터의 량이 인체의 각 부위마다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영역은 손이고 그 다음이 입술과 혀 그리고 발의 순서다.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손이 두뇌를 자극해서 뇌의 용량의 발달을 가져오고 그 결과 더욱더 정교한 손기술의 발달을 가져온 것이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이 인간이 이로움이 많은 직립보행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인체에서 가장 소중한 13-15Kg 이나 되는 두뇌를 인체에서 제일 높은 꼭대기에 매달아 고정하고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움직이거나 뛸 때 머리가 몸체에서 분리되지 않게 하려면 두개골과 목뼈 사이 또 두개골과 견갑골, 흉골 그리고 쇄골 사이에 강한 인대로 꼭꼭 붙들어 매어 잘 흔들리지 않아야 된다. 거기다 두개골 안쪽에 있는 뇌의 실질 부위는 질퍽해서 단단하게 고정할 수 없는 부위라 이 부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능이 추가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척추가 용수철처럼 생겨서 외부의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게 하도록 설계된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들판에서 사냥하거나 채집하거나 농사를 지으면 이런 용수철부위의 근력이 강화된다. 그래서 노인에게 등산은 어깨나 허리 근력강화를 위해 권장해봄직한 운동 중 하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 종일 몇 평 되지 않는 방에서 작업의 효율성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여서 거의 움직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수십 년 간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루 종일 한다. 게다가 일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이란 미끼를 덥석 문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이끌려 다닌다. 당연히 목이나 어깨 쪽 근육의 피로도가 급증하게 되고 심하면 일자목이나 거북등증후군 같은 질환이 된다. 평상시에 머리를 앞뒤에서 고정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두 근육만 스트레칭으로 풀어줘도 통증이 많이 완화될 수 있다. 앞쪽은 흉쇄유돌근, 뒤쪽은 승모근이 그 근육이다.

특히 앞 쪽의 흉쇄유돌근은 귀 뒤에 만져지는 유양돌기에서 흉골과 쇄골로 연결되는 근육으로 근육의 크기는 작지만 우리 몸 전체 근육 중에 가장 중요한 근육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 근육이 긴장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인체에 심각한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 후두통, 측두통, 두정통, 전두통, 안통, 눈섭통, 이명, 그리고 난청(難聽)까지 만들 수 있는 강력한 근육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흉쇄유돌근 근육을 풀어주면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대부분의 두통이 사라지면서 일순간 눈이 번쩍 띄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승모근은 누구나 다 아는 근육이다. 등과 어깨와 뒷목까지 넓은 부위에 걸쳐 존재하는 근육으로 두께가 얇아서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거나 찬 곳에서 자면 금방 딱딱하게 굳어 온몸을 찌뿌듯하게 하고 고개 돌리기 힘들게 한다. 반대로 뜨거운 곳에 찌지면 금방 편안해 지기도 한다.

최근에 후두통으로 40년 운영한 가게를 그만두려고 한 환자가 왔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었는데 두개골 속에 있는 1,2번 경추와 두개골간 연결된 인대의 경직과 후경근, 후두하근의 경직으로 판단해 치료해서 좋은 효과를 낸 적이 있었다. 그 외 측두근도 두통에 영향을 미친다. 각종 두통에 침구치료가 잘 안 듣거나 자꾸 재발할 때는 한약이 들어가야 되는데 갈근(葛根) 즉 칡뿌리와 모과 그리고 백지(白芷)와 고본(藁本) 천궁 정도로 구성된 한약을 쓰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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