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서해안을 따라 벌어지는 중국어선의 불법어로는 여전했던 것 같다. 1786년 조선왕조실록 정조편을 보면 황당선(荒唐船)이 방풍을 채취해서 돌아갔다는 기록이 보인다. 황당선은 ‘거친 당나라 배’란 뜻으로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중국배를 말한다. 방풍(防風)은 말 그대로 어르신들이 제일 싫어하는 풍(風)을 예방하거나 막는다는 뜻을 가진 한약재다.

동의보감에서 사용된 처방 속에 방풍이 사용된 빈도는 인삼과 반하에 거의 비견될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병풍ᄂᆞᄆᆞᆯ불휘’로 방풍나물 뿌리다. 36가지 풍병을 치료하고 뿌리가 실하면서 눅진눅진하고 대가리 마디가 딴딴하면서 지렁이대가리처럼 된 것이 좋다고 되어있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독은 없고 맵고 달다.(溫無毒辛甘) 방광과 폐장과 비장으로 들어간다. 따뜻하고 매운 맛은 찬바람(風寒)을 쐬어서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치료하는 데 다른 발산풍한약에 비해 건조하지 않고 끈적이면서 기름기가 있어 온몸을 돌면서 풍(風)으로 생긴 마른 부분을 촉촉하게 해 주어서 풍사(風邪)를 제거함과 동시에 조직에 윤기를 가져다준다. 또한 매운맛은 습기를 없애주므로 풍습(風濕)으로 인해서 몸 여기저기가 저리고 뻣뻣하고 아픈 비통(痺痛)을 치료한다. 그래서 풍(風)을 치료하는 성약(聖藥)이라고 한다.

찬바람으로 인해 감기에 걸려서 오슬오슬 춥고, 머리와 어깨가 아프고, 컨디션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쉬고 싶거나, 콧물이 줄줄 흐르거나 재채기를 심하게 하고, 숨이 가빠지면서 기침을 밤새 해서 목이 건조해져서 따갑고 아플 때 처방한다. 또한 전신이 뻐근하게 아프고 뻣뻣하고 시큰거리며 아픈 비증(痺症)에 쓰인다. 뼈가 끊어지듯이 아프고 시큰거리며 뻑뻑하고 추울 때 뼈골이 시린 골절산통(骨節酸痛)에도 쓰인다. 성질이 따뜻하고 윤기가 있어 작은 근육으로 구성된 사지 부분에 진액이 빠져나가 근육이 딱딱하게 굳고 연이어 근육이 땡기고 뒤틀리는 사지구련(四肢拘攣)에 역시 사용할 수 있다. 파상풍이 일어나면 경련이 생기거나 근육이 딱딱하게 강직되게 되는데 이를 완화시켜주는 보조 한약으로 응용할 수 있다.

방풍을 풍약(風藥) 중의 윤제(潤劑)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이런 이유로 그 쓰임새가 넓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혈제로 많이 쓰이는데 이 때는 형개(荊芥)와 마찬가지로 초탄(炒炭) 즉 새까맣게 태워서 써야 한다. 생리가 둑이 터져서 물밀 듯이 나오는 붕(崩)과 질질 새는 루(漏) 모두에 쓸 수 있고 혈변(血便)과 뇨혈(尿血)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설사를 멈추게 할 때는 볶아서 쓴다. 백지(白芷)는 산형과에 속한 2-3년 생 구릿대의 뿌리를 건조해서 쓴다. 뿌리가 흰색(白)으로 통증을 그치게 하는(止) 풀(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자생한다.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고 맛은 맵다.(溫辛無毒) 폐와 위(胃), 대장(大腸)으로 들어간다.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은 폐(肺)와 위(胃)의 풍한사(風寒邪)와 습한 기운을 말리고, 백지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은 상부에 있는 칠규(七竅, 일곱 구멍)인 눈, 코, 귀, 입을 뚫는다. 이를 각각 제습(除濕), 통규(通竅)라고 한다.

얼굴의 칠규 주위를 돌아가는 경락이 위경(胃經)이다. 그래서 백지(白芷)를 공식적인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의 주약(主藥)으로 여긴다. 머리 전체의 통증이나 얼굴의 칠규에 문제가 있으면 족양명 위경의 경락 순행이 방해를 받은 것이므로 제일 먼저 백지를 생각해야 한다. 코막힘, 콧물, 코의 통증, 이마통증, 미릉골통(眉稜骨痛), 측두통, 후두통, 두정통, 잇몸이 붓고 아픈 치은종통(齒齦腫痛)같은 안면부 질환을 치료한다. 백지는 풍(風)을 흩어주고 습(濕)을 말려주는 효능이 탁월한데 이를 산풍제습(散風除濕)이라한다. 특히 습을 잘 말려 부풀어 오른 종양을 삭히고 농을 잘 빼준다. 이를 소종배농(消腫排膿)이라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냉대하(冷帶下)에 특효를 보인다. 얼굴색이 거무튀튀하거나 잡티가 많을 때 쓰면 미백효과가 뛰어나다. 가벼우면서 맵고 건조해서 음혈허로 열이 많을 때는 피해야 한다. 두통에는 고본, 천궁과 함께 쓰면 틀림이 없다. 치통에는 세신과 함께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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