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낭만시장

춘천 가는 열차 이름이 '청춘'이다. 청량리의 '청', 춘천의 '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는데, 청춘시절 춘천행 열차에 오르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춘천 낭만시장, 망대골목 등은 봄날로 향하는 추억나들이를 더욱 따사롭게 채색한다.

춘천은 많이 변했다. 춘천역부터 번쩍번쩍해졌고, 역에서 받아든 춘천지도를 보니 명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닭갈비 골목은 어림잡아 일곱 곳이다. 이럴때는 차리리 오래된 터의 뒷골목이 그립다.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낭만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변신에 성공했다. 비좁은 시장골목 구석구석 벽화가 그려졌으며, 춘천의 옛 이야기와 시장을 잇는 산책길이 새롭게 사랑받고 있다.

벽화, 조형물로 단장된 시장

춘천 낭만시장의 역사는 60,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시대 때부터 문을 열었던 시장은 6.25 한국전쟁때 폐허가 되며 모습을 감췄다가 1952년 다시 장이 서기 시작했다. 이주해 온 피난민들과 인근 서민들이 온갖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미제상품과 약사리 고개를 넘어 온 농산물들이 한자리에서 사고 팔렸다.

70년대에는 명동과 함께 춘천의 유행,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시장은 80년대 마트들이 생겨나며 상권이 흩어졌지만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시장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커다랗게 '춘천 낭만시장'이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시장 구석구석에는 미술작품이 설치되고, 벽화가 그려졌으며, 책 한권 읽을 수 있는 휴식공간이 생겨났다.

재미가 어우러진 시장 나들이는 발걸음을 분명 가볍게 한다. 50년 넘어선 한복가게 간판 위와 닭집 위에도 재미있는 동화벽화가 그려져 있다. 우연히 걷다 좁은 골목에서 길을 잃어도 천정에는 추억을 낚는 강태공, 전기줄을 타고 달리는 미니카 등의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소박한 갤러리들은 시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예술가의 흔적 서린 망대골목

번잡한 명동과 맞닿은 북문과 달리 남문은 먹자골목과 연결된다. 약사리 고개로 이어지는 남문길은 예전부터 춘천사람들에게 간식골목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는 30~40년 세월의 작은 분식집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다. 튀김만두와 떡볶이 등이 간식골목의 주메뉴다.

남문에서는 망대골목까지는 호젓한 산책이 이어진다. 망대는 예전에 화재를 감시하던 탑이었다는데 중앙시장 상인들이 망대 인근 산비탈에 한집 두집 집을 지어 살면서 동네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 망대골목길에서 조각가 권진규가 하숙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화가 박수근이 은사가 있던 춘천에 와서 그림을 그리다 생활이 어려울 때는 나무를 해다 시장에 내다팔았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망대길과 평행으로 나란히 늘어선 약사리 고개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다. 봇짐 맨 장사꾼과 주민들이 시내로 가기위해 넘나들던 고갯길 끝자락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죽림동 성당이 자리잡았다. 죽림동 성당은 6.25 한국전쟁때도 포화로부터 지켜졌던 곳으로 분주했던 시장과 골목과는 다른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ITX-청춘열차가 서울에서 춘천역까지 매시간 오간다. 평균 1시간 10분 소요. 춘천역에서 중앙시장까지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연결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춘천IC에서 빠져나온다.

▲음식=막국수는 ‘남부막국수’가 춘천 전통의 맛을 자랑하며, 닭갈비는 조양동의 ‘명동산골닭갈비’, 후평동의 ‘우성닭갈비’가 유명하다.

▲숙소=춘천 명동 일대에 게스트하우스 등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서면의 ‘강원숲체험장’과 사북면의 ‘집다리골자연휴양림’ 등은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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