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이 쓴 연암집(燕巖集)의 양우(養牛)편 즉 ‘소를 기르는 방법’에 보면 “소가 병드는 것이 한 가지가 아니나 약 쓰는 것은 사람과 흡사하다. 단지 크기 때문에 약량을 많이 해서 먹이면 못 낫는 병이 없다. 소가 기창병(氣脹, 가스차서 배가 빵빵한 병)에 걸리면 찬 것과 열나는 것이 서로 부딪쳐서 비장(脾臟)이 크게 상해서 그런 것이니 공위산(功胃散)을 쓴다. 백지, 회향, 길경, 창출, 세신, 작약, 귤피, 육계를 가루 내어서 생강과 소금물 달인 물로 한번에 40g씩 먹이면 낫는다,”고 되어 있다. 똑같은 내용이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 목양(牧養) 양우(養牛)편에도 나온다. 여기서 세신은 냉(冷)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 당시 소는 농민에게 있어서는 집안의 가장 값나가는 자산일 뿐 아니라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이었으며 각종 제사나 의식에 쇠고기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각별했던 것 같다. 요즘 동물병원도 영역 다툼이 치열한지라 강아지를 대상으로 침을 놓고 한약을 처방하는 일이 왕왕 뉴스에 뜨는데 한약의 사기오미(四氣五味)같은 약성이나 배합될 때의 부작용등을 모르고 잘못 운용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말없는 짐승이라도 그 아픔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우리의 선조들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세신의 맵고 강한 방향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알레르기성비염을 임시방편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세신과 신이를 성글게 가루로 내어서 코 속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고운 천에 싸서 콧속에 두면 콧물이 안 흘러내리고 코가 막힌 것이 뚫어지게 된다. 오래두면 코 점막이 상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세신의 방향성은 너무 세서 용량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정기를 훼손시킬 수 있다. 또한 기운이 약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사람이나, 비쩍 마른 사람(陰虛)이 열이 위로 솟구칠 때(火旺), 또한 출혈이나 장기 질환으로 피가 부족한 사람(血虛)이 가래가 없이 마른기침만 할 때는 사용하면 안 된다. 세신의 강한 성질을 줄이면서 용량을 높여 사용하려면 꿀에다 축여서 볶아서 쓰면 된다. 대략 한 첩에 오푼(五分) 즉 2g정도 쓴다.

오늘날 같은 치과 치료법이 없었던 조선시대 때 치통(齒痛)이 시작되면 죽을 만큼 아팠을 거라 짐작된다. 오죽하면 치아가 양호한 걸 오복중의 하나로 쳤을까? 이 때 사용한 것이 세신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치통이 심해서 울면서 왔다가 웃으면서 가게 하는 곡래소거산(哭來笑去散)이나 치아동방(治牙疼方)에 세신이 많이 들어가 마취작용을 한다. 동양의학대사전의 세신편을 보면 세신의 약리작용 중에 제일 처음이 마취작용이다.

고본(藁本)이란 한약재가 있다. 고본(Ligusticum sinense OLIV) 혹은 요(遼)고본(Ligusticum jeholense NAKAI et Kitag)의 근경과 근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본(Ligusticum tenuissima Kitag) 이나 고본(Angelica tenuissima NAKAI)를 사용한다. 고본도 기원식물이 복잡하다. 또한 백지, 강활, 당귀, 식방풍 등과 외형이 비슷하여 이들 한약재를 매일 접하는 한의사 같은 전문가 외에 가끔 한약재를 사용하려는 일반인들로서는 감별하기 어렵다. 특히 천궁(川芎)의 꼬리(尾) 부분과 유사하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맛을 보면 고본이 천궁보다 더 쓰다. 역시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으며 맛은 맵다. 방광경(膀胱經) 한 곳으로만 약효가 집중된다. 여러 곳으로 흘러가지 않으니 효율적이다. 머리로 가는 여러 경락 중에 정중앙으로 흐르는 기경팔맥인 임맥과 독맥을 제외하면 방광경이 가장 높은 곳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고본하면 특징적인 효능이 머리 꼭대기가 아픈 전정(巓頂)두통에 잘 듣는다는 것이다. 찬바람 때문에 생긴 감기나 몸살 콧물 재채기 두통에 잘 듣고, 차고 눅눅한 한습(寒濕)에 오래 노출되어 전신이 찌뿌듯해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지절비통(肢節痺痛)에 많이 사용된다. 또한 아랫배가 차서 설사하는 한설(寒泄)에 효험이 있다. 맵고 따뜻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습기가 있거나 찬 것을 데워주는 역할은 잘 하지만 마른 사람이나 장시간 질병으로 음혈(陰血)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용하면 더욱 마를 수 있어서 금지해야 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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