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허리가 아파서 내원한 20대 남자의 사연이다. 몇 년 전부터 허리와 엉덩이 뒤쪽이 아파서 허리디스크라고 내심 생각했다.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x-ray와 MRI를 찍어봤는데 디스크는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신경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 봤지만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환자에게 증상을 자세히 들어봤다. 통증은 아침에 심하고, 몸을 좀 쓰는 오후에는 그래도 견딜만 하다고 했다. 허리가 뻣뻣한 것 같아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진 듯 느껴지지만 상태는 엇비슷하다고 했다. 그래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통증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주위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아니냐고 걱정들을 하기에 필자의 병원에 찾아왔다고 했다.

환자의 말을 다 듣고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의심되는 부위의 x-ray와 MRI를 촬영하고 찬찬히 살펴봤다. 천장관절부위였다. 척추아래부위인 천골과 골반뼈인 장골이 관절을 이루는 부위다. 우리가 바지를 입었을 때 양쪽 뒷주머니 안쪽부위 딱딱한 부위이다. x-ray에서 한쪽 천장관절부위가 약간 하얗게 변했고 관절간격도 좁아져 있었다. MRI에서는 역시 허리디스크소견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며 천장관절부위를 추가 촬영한 영상에서 한쪽 천장관절에 이상소견이 보였다. 바로 ‘강직성 척추염’이다. 강직성 척추염일 때 혈액검사에서 발견될 수 있는 HLA-B27소견에서도 양성이 나왔다.

강직성 척추염 (ankylosing spondylitis)은 병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척추에 염증이 생겨 뻣뻣하게 강직되는 병을 말한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에는 강직성 척추염이 척추가 점차로 대나무처럼 뻣뻣해지는 병이라고 배웠다. 때문에 통증은 진통소염제로 해결하고, 더 굳지 않도록 운동하고 바른 자세로 생활하라고 교육하는 게 치료의 전부였다. 그런데 2010년부터 축성 척추관절염 (axial spondyloarthritis)이라는 다소 어려운 표현으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서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모두 척추가 뻣뻣해지는 것도 아니고 척추에 발생한 관절염 소견이 척추 주위 다른 관절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명을 바꾸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서 진단기준도 좀 더 세밀해졌다.

이 때문에 조기진단이 가능해졌다. 단순히 통증만을 조절하고 지냈던 과거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병을 치료하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약제들이 개발되었다. 이로써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이제는 더 이상 감추고 두려워 할 병이 아니다. 두려워말고 진단부터 받아보는 게 치료의 지름길이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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