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여름이 싱그럽다. 산세가 아름다운 내변산과 해안경치가 빼어난 외변산이 한껏 향기를 뿜어낸다. 숲이 어우러진 폭포와 사찰을 감상하고, 변산의 해변을 둘러보는 ‘앙상블 투어’가 발길따라 이어진다.

변산8경중 절경으로 손꼽히는 곳이 직소폭포다. 30m 암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한여름이면 청아함을 더한다. 직소폭포는 내변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조선이 낳은 여류시인 이매창,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의 삼절로 꼽힌다.

직소폭포까지는 2km 남짓 풍광 구경을 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왕복 2시간 가량 소요된다. 폭포앞에 다다르는 몇몇 돌길 외에는 대부분 완만한 코스다. 봉래구곡, 실상사 등 주변 볼거리들도 발걸음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호젓한 정취의 직소폭포 숲길

직소폭포에서 쏟아진 물은 분옥담, 선녀탕 등 소를 이루고 봉래구곡으로 흘러내린다. 바람 없는 잔잔한 날에 직소보는 내변산의 빼어난 풍광을 몸 안에 담아낸다. 관음봉과 초록의 나무가 안기고, 물 속에는 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직소폭포는 빼어난 자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폭포에서 내린 물은 무심코 흐르지 않고 작은 폭포수 줄기와 함께 탐스러운 소를 만들어낸다. 분옥담에서 올려다보면 직소폭포가 암벽 가운데서 물줄기를 쏟아낸다. 폭포 아래는 푸른 기운이 깃든 웅덩이다.

폭포로 가는 길은 같은 내변산 국립공원 산자락에 터전을 두고 있어도 내소사 가는 길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내소사 길이 연중 사람들로 북적거리다면 직소폭포길은 물길이 어우러진 한적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새소리, 바람소리만 고요한 동행이 된다.

직소폭포와 자웅을 겨루는 내변산의 명승지는 내소사다. 내소사는 폭포에서 재백이재를 넘어서면 걸어서도 닿을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덕성봉, 옥녀봉을 끼고 도는 숲길 도로가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내소사는 여름이면 초입 전나무숲길이 싱그럽다. 아름드리 전나무숲은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여m 이어지며 땀방울을 식혀준다. 이 길은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길이다. 633년(백제무왕 34)에 혜구두타가 창건한 내소사는 천년고찰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관음봉을 등지고 자리한 대웅보전은 보물 제 291호로 등재돼 있다.

기암괴석 해안, 외변산의 격포

해안으로 채워진 외변산을 대표하는 명승지는 격포 일대다. 채석강은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독특한 해안 절벽 지형을 형성한 곳이다. 화강암, 편마암 위에 퇴적암이 성층을 이루며 수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 물고기 비늘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즐겨찾았던 채석강과 유사해 ‘채석강’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로 등재돼 있다. 물이 들고 날때를 기다려 바위 위에 올라서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격포해변은 소담스런 풍광이 아름답다. 드넓은 해수욕장은 아니어도 인근의 기암절벽과 아담한 모래해변이 조화를 이룬다. 해질 무렵이면 격포해변으로 산책 나온 가족과 연인들의 발자국이 해변을 수놓는다. 격포 해변 남단에는 격포항이 위치했는데 포구 끝에는 요트 정박장이 마련돼 있다. 변산의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음미하려면 금구원 야외조각미술관에 들러본다. 1966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조각공원으로 여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100여점의 조각품이 인상적인 곳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부안IC, 30번 국도를 경유한다. 서울 센트럴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1시간 단위로 버스가 오간다.

▲음식=변산일대의 여름 별미는 ‘오죽’이다.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갑오징어의 먹물을 이용해 죽을 내놓는데 담백한 맛에 영양 가득해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이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이색 음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기타정보=격포 일대에 바다를 낀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변산 국립휴양림은 바다를 마주하고 들어선 휴양림이 이채롭다. 곰소항, 반계선생유적지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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