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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유전자 주사와 함께한 여섯 달,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지난해 11월 첫째 주,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퇴행성관절염에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신(新)주사치료가 시작됐다. 바로 ‘유전자 주사’다. 기존 주사치료는 닳고 있는 연골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고 단지 염증만을 줄여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주사를 사용하든지 오로지 환자의 생활관리와 운동관리만이 퇴행성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유전자 주사는 연골의 성질 개선에 중점을 두어 염증 발생을 확실히 감소시키면서 관절염 악화를 최대한 둔화시켜 준다는 연구결과를 명확히 했다. 그러기에 연골이 새로이 생기게 한다는 최종적인 의과학자들의 목표에는 못미치지만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 수술이 임박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늘 느끼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이 유전자 주사가 사용된 지 어언 6달이 넘어가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시술받은 환자가 수백 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의 병원에서도 70례 이상의 시술을 했고 그 초기 결과를 확인하는 중이다. 결과가 과연 어떠할지는 정형외과 무릎전문의인 필자 역시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기존 주사들에 반응이 없던 퇴행성관절염 3기 (연골이 30% 미만이 남은 분들) 환자들에게서 한차례 주사로 염증이 생기지 않고 조절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앞서 주사를 맞으신 환자들의 호전상태를 고려해 유전자주사를 고민중인 환자들에게 가격이 높기는 하지만 수술 전에 한 번 맞아보기를 권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필자의 병원에서 유전자 치료를 처음으로 받은 환자를 만났다. 이 환자는 체격이 아주 좋고 헌칠한 중년 신사다. 호탕함도 넘쳐흘러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 무릎 관절이 빨리 손상됐다. 1년 넘게 “이제 수술하세요”라는 말을 이 환자에게 늘 하곤 했었다. 기존의 연골주사, DNA 주사 등도 이 분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런 분에게 “유전자 주사가 있으니 한 번 맞아보자”라고 권유했다.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술을 했었는데, 시술 후 6달째가 되어 그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상태가 어떠하냐는 필자의 가벼운 인사에 활기 넘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장님, 저 요새 등산도 몇 번 다녀왔어요. 그렇게 차던 물이 이제는 안차네요.” 물이 안찬다는 환자의 말에 반가우면서도 등산을 다녀왔다는 말에 필자의 마음은 얼어붙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등산이라니...” 하지만 잔소리는 다음 외래 진료 때 해야겠다 싶어서 호전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절대 등산만은 안 된다고만 말하고 헤어졌다. 몇 주 지나 정식 진료일에 그 환자를 다시 만났다. 무릎을 만져보니 살짝 부어있는 것이 보였다. 속으로 탄식했다. 그리고 환자에게 당부를 섞어 말했다. “ 염증이 조금 생긴 것 같네요. 이전에 무릎이 많이 아플 때 말씀드렸던 생활관리와 운동관리를 다시 마음먹고 시작해주세요.”

유전자 주사를 사용하고 6달이 지나면, 많은 환자들이 통증에서 벗어나 너무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게 퇴행성관절염의 무시무시한 공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결코 아니다. 연골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단지 너무 든든한 유전자주사라는 우군을 하나 곁에 둔 거다. 예전 우리나라 6.25 전쟁 때 UN군을 만난 것과 같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물론 싸우기는 훨씬 수월하다. 환자가 인식하든 못하든 유전자 주사는 관절염으로 인해 계속 악화되는 환자의 연골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같이 애쓰지 않으면 전쟁에서 분명히 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애초에 1번 주사로 2년 정도 도와줄 거라고 설명서에도 적혀있지 않은가.

퇴행성관절염을 이기는 생활습관은 복잡하지는 않다. 일단 많이 걷고 서있으면 안 된다. 걷는 것이 연골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분명하나 이미 정상적인 방어기전이 무너진 무릎에 계속적인 체중부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서 걷는 운동으로 무릎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면서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실내자전거 타기 운동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경사진 곳을 오르내리거나 쪼그리고 앉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이제 너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안타깝게도 무릎에 물이 차는 것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때까지 관절염을 이기기 위해 등산을 한다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정형외과 무릎전문의로 일하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다. ‘병에 있어서 특별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다. 무릎에 이상을 느끼는 분이라면 꼭 지금 하고있는 활동이 자신의 무릎에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닌지 꼭 한 번 주의깊게 살펴보자. 경고신호에 안테나를 세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이다. 이제 우리 무릎은 유전자주사라는 든든한 친구이자 보호자를 만났다. 친구의 도움을 즐기면서 지금까지 했던 노력과 관리가 동반될 때 우리 모두 수술로 인한 두려움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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