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별미가 된 일상의 음식들…지역성 띤 산물로 ‘맛’을 내다

콩ㆍ메밀ㆍ감자 요리 전문점들… 해산물 맛집, 새로 등장한 명가들


앞으로 4주간은 ‘여름휴가철 맛집’을 게재한다. 속초, 강릉과 강원도 맛집들, 부산, 통영 언저리의 경남 남해안, 충청ㆍ호남지역과 서해안의 맛집들, 제주도 맛집들을 소개한다.

강원도 깊은 산골은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쌀 석 되도 먹지 못하고 시집간다”고 할 정도로 궁벽한 곳이었다. 쌀 대신 콩, 옥수수, 메밀, 감자 등을 일상적으로 먹었던 곳이다. 이제 그 음식이 다이어트 음식이 되고, 별미가 되었다.

속초, 강릉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안의 항구도시다. 속초, 강릉 동해안 그리고 강원도의 음식을 ‘여름휴가철 맛집’의 첫 번째로 소개한다.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 칸초네 피자

강원도 두부 맛집들

‘미산민박식당’. 예전 주소표기법으로는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586번지’다. 미산리에 있어서 이름이 ‘미산민박식당’이 되었을 터이다.

'미산민박식당' 두부

‘인제군 상남면’은 외지사람들이 좀체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인제읍내에서도 40분 이상이 걸린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접근하거나 홍천군에서 상남면으로 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꼬불꼬불한 길을 40분 이상 가야 하는 난코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그나마 나아졌지만 여전히 깊은 산골이다.

현지사람들만 가는 식당이었다. 인근이 깊은 산골이고 내린천으로 합류하는 개울이 있어서 한여름 피서객들이 더러 있었던 곳이다. ‘민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민박 집 겸 식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리라.

‘미산민박식당’은 특이한 ‘촛물두부’를 내놓는다. 촛물두부는 순두부다. 두부는, 끓인 콩물에 간수를 넣고 콩 단백질이 엉기면 물리적으로 눌러서 모양을 잡은 다음 내놓는다. 모두부다. 순두부는 두부가 엉긴 후 간수 및 물기를 적당히 덜어내고 내놓는 것이다. 이때 간수 성분이 들어간 물이 흥건하게 고인다. 흔히 ‘촛물’이라고 부른다. 이 촛물이 남아 있는 두부를 ‘촛물두부’라 부른다.

‘미산민박식당’에는 모두부, 모두부 지짐, 촛물두부가 가능하다. 도심의 번잡스러운 식당이 아니다. 문 여닫는 시간도 들쭉날쭉하다. 미리 전화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TV 먹방 등을 통하여 인제, 양구의 몇몇 두부집도 유명해졌다.

양구재래식손두부

‘양구재래식두부’는 ‘모두부 전골’이 특이했던 집이다. 두부 한모를 통째로 뚝배기에 담고 간이 강하지 않게 마치 탕처럼 끓여주는 것. 방송을 통하여 인제, 양구 일대에 ‘짜박두부’가 등장했다. ‘짜박’은 물기가 자박하다는 뜻이다. 서울의 두부 맛집에서 만날 수 있는 ‘짜글이’와도 흡사하다. 물기가, 아주 흥건하지도 않지만 두부조림보다는 많다. ‘짜박두부’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인제, 양구 일대의 두부집들이 모두 ‘짜박두부’를 내걸었지만 원래 양구의 두부 맛집은 따로 있었다. ‘’와 ‘’이다.

전주식당

‘’는 현지 생산 콩으로 만든 손두부가 워낙 좋았다. ‘’은 “채널A_먹거리X파일”의 ‘착한식당’으로 선정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대관령, 미시령을 넘어서 속초 일대에 갔다면 속초 외곽의 콩꽃마을, 학사평의 두부를 권한다. 강릉 지역의 두부 마을인 ‘초당마을’에는 ‘원조할머니손두부’ 등 노포들도 있다.

두부 이외에 콩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의 ‘’이다. 백담마을 입구의 ‘’은 시래기국밥 집이다.

산채향

‘’은 점심, 저녁 모두 식사메뉴로 청국장을 내놓는다. 직접 띄운 청국장이다. 청국장 띄우는 날 식당에 들어서면 청국장 냄새가 물씬하다. 밑반찬도 제법 정갈하다.

“강원도에도 갓이 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남쪽 갓보다는 맵고 알싸하다.

백담갓시래기국밥

‘’은 갓, 무청, 우거지시래기 등을 섞어서 국을 끓인다. 멸치를 적절히 손질해서 미리 양념에 재운다. 이 멸치를 국물에 넣어서 구수한 맛을 낸다. 황태가 지천인 백담마을에서 유일한 시래기국밥 집이다.

감자로 만든 음식들

강원도의 대표적인 산물 중 하나는 감자다. 감자가 흔하고 맛있다. 감자는 밥반찬 혹은 간단하게 쪄서, 구워서 먹지만 강원도에는 감자 요리가 몇 종류 있다. 그중 감자전을 추천한다. 감자전은 메인 메뉴가 아니고 사이드 메뉴다. 곁들이는 메뉴이니 유심히 보지 않는다. 감자전을 특이하게 하는 집도 있다.

'남북면옥' 감자전

개인적으로 강릉 중앙시장의 ‘’ 감자전을 좋아했고 늘 추천했다. 중앙시장이 몇 해 전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해 정비 공사가 끝나고 기존의 노점 식당들이 다시 정비된 중앙시장에 되돌아왔다.
진부집

오래 간만에 돌아온 ‘’에 가봤다. 바뀌었다. 예전에는 손님이 감자전을 주문하면 주인 할머니가 바로 감자를 강판에 갈기 시작했다. 다른 노점 점포에서는 믹서기로 감자를 갈았는데 이 할머니만 유독 강판을 고집했다.

새로 입점한 다음 ‘’을 갔더니 아뿔싸, ‘’도 강판이 아니라 믹서기로 감자를 갈았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감자전을 주문하고 먹었다.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자전은 ‘겨우’ 3000원이다. 그걸 만들기 위해서 힘든 ‘강판에 감자 갈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연세도 많다. 이제 강판에 감자를 가는 집은 점점 더 드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금대리막국수’는 특이한 방법으로 감자전을 내놓는다. 100% 메밀 막국수를 내놓는 집으로 유명하다. 감자전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주력 메뉴인 막국수를 내놓는 일도 버겁다. 감자전은 늘 신경 쓰면서 굽고, 뒤집기를 해야 한다. 인력을 한 명 더 채용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힘들다.

'금대리막국수' 감자전

‘금대리막국수’의 감자전은 재미있다. 주인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식당을 운영하니 예전 방식의 감자전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감자를 믹서기로 갈되, 적당히 간다. 곱게 갈아서 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입자의 굵기를 조절한다. 덜 갈아낸 감자 입자는 마치 맷돌이나 강판에 간 것 같이 성기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 궁여지책이지만 재미있다.

산골손두부해물칼국수

원주 ‘’의 주력메뉴는 손두부와 칼국수다. 문제는 사이드 메뉴인 감자전과 뜬 비지가 더 강력한 인상을 준다는 점. 별 특별한 매력도 없는데 늘 감자전이 맛있다. 언젠가 대놓고 물어봤다. “이집 감자전이 맛있는 이유가 뭐냐?” 주인도 주방 일꾼들도 대답이 없었다. 아마 주문받고 바로 붙여내는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고 짐작할 뿐이다.

감자옹심이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감자 음식 중 하나다. 감자녹말 혹은 감자를 곱게 갈아 만든 감자 수제비다. 국물은 주로 멸치육수를 사용한다. 몇 해 전까지 속초 교동 한적한 큰길가에 ‘사돈에팔촌’이라는 감자옹심이, 감자전 전문점이 있었다. 내부도 깔끔하고 음식이 정갈했는데 문을 닫았다. 왜 닫았는지, 다른 곳에 개업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감나무집

방송에 등장해서 널리 유명해진 ‘속초관광수산물시장’의 ‘’을 권한다. 손님이 많고 회전이 빠르니 식재료가 신선하다. 참깨가루가 들어간 감자옹심이를 먹을 수 있다.

해산물 맛집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해산물, 회도 마찬가지다. 해산물이 비교적 넉넉한 곳의 ‘생선 인심’이 낫다. 가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산물 생산량이 많은 곳에서는 생선을 구하기도 쉽다.

'봉포머구리집' 물회

동해 북부에서는 주문진항과 후포항이 생선 생산량이 많은 곳이다. 생선을 찾는 이가 많으니 고기잡이배들도 일상적으로 이 항구에 들어온다.

후포에 가면 ‘’를 찾는 것이 좋다. 20집 이상의 횟집, 생선전문점이 한곳에 모여 있다. 그야말로 종합어시장 형태의 식당 타운이다. 둥근 고무 ‘다라’를 내놓고 호객한다. 한차례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후포어시장회센터

“내가 단골인 집”을 내세우기도 민망한 것이 대부분의 가게들이 비슷한 생선을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다. 단골이라고 해서 특별히 잘 대해주기도 곤란한 구조다. 옆 손님이 보는 눈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집을 정해서 꾸준히 다니면 그나마 손해 보는 일은 없다.

주문진항도 마찬가지다. 생선잡이 배들이 많이, 자주 들어온다. 이른 새벽부터 경매가 진행되니 새벽 경매 시장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평소 보지 못하는 생선도 볼 수 있다.

주문진항구회센터

주문진항 주차장 건물의 2층에는 ‘’가 있다. 주인이 토박이다. 생선을 잘 알고 바로 곁의 주문진항에서 생선을 구한다. 큰 수족관이 있으니 미리 살펴보고 원하는 생선, 생선요리로 주문하면 된다. 적절한 가격에 ‘코스 요리’를 원하면 맞춰준다. 게, 계절 별 복어, 각종 생선 등을 모둠으로 ‘3만원 코스요리’식으로 내놓기도 한다.
기사문

개인적으로 늘 ‘강추’하는 집은 강릉 교동의 ‘’이다. 별도의 메뉴판도, 메뉴도 없다. 생선을 인근 항구에서 자연산으로 구한다. “메뉴는 동해바다가 정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항구에서 구하는 생선으로 그날 혹은 그 다음날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전화를 할 때 좋아하는 생선, 생선 요리와 싫어하는 음식을 이야기하면 적절하게 맞춰준다. 늘 내놓는 메뉴인 ‘한국식 초밥’을 권한다. 밥과 생선을 따로 내놓는다. 손님은 식성대로 생선에 밥을 말아서 먹으면 된다. 고추냉이 간장이 아니라 생선을 소금에 찍어 먹도록 하는 점도 재미있다. 뽀얀 소금은 1,250도 이상으로 구운 용융염(鎔融鹽)이다. 생선을 간장에 적시면 간장 맛이 도두라 지지만 소금에 찍으면 생선의 맛과 향이 진하게 남는다.

이미 널리 알려진 집들 그리고.

강릉에는 의외로 곰탕, 쇠고기 국밥 류들이 흔하다.

자매소머리국밥

그중 최근에 문을 연 ‘’을 권한다. 한때 유명했던 주문진 철길 가의 소머리국밥집과 음식이 비슷하다. 좀 더 깔끔한 맛, 정도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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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명해진 빵집도 있다. 강릉 교동의 ‘’이다. 몇 종류의 빵을 내놓는데 시간대별로 빵 나오는 시간이 다르다. 프랑스 산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고 ‘마치 김치 익히듯이 반죽을 숙성한 다음 빵을 굽는다’고 써 붙였다. 크루아상, 치아바타 등이 좋다. 식사 빵 위주로 내놓는다.

서지초가뜰

강릉의 ‘’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음식이 달라졌다는 불평도 있지만 그렇진 않다. 원래 소박, 수수하면서도 정갈한 밑반찬, 반찬 류들이 좋았던 집이다. 특별한 대표 메뉴는 찾는 게 어색하다.

88생선구이
진양횟집

속초의 ‘(생선구이)’ ‘(생선회, 물회, 생선조림)’ ‘이모네식당(생선조림)’ ‘옥미식당(곰치국)’ ‘봉포머구리집(물회)’등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서비스가 나빠졌다’ ‘음식이 변했다’는 불평도 있다.

'이모네식당' 생선조림
'옥미식당' 곰치국

성수기의 유명 맛집에서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음식 질도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면 식재료 부족 사태도 벌어진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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