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로드 따라 여름추억 한 가득

영덕의 풍경은 코발트색 바다와 함께 달린다. 언덕을 넘으면 자맥질 하듯 낯선 마을과 포구가 외지인들을 맞는다. 영덕의 해변 따라 이어지는 블루로드에서 잠시 눈길을 돌리면 주변은 체험이 어우러진 추억세상이다.

경북 영덕에는 바다, 흙, 바람을 느끼고 경험하는 공간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갯비린내 나는 포구마을에서, 또 한옥이 어우러진 농촌마을에서 즐거운 여름향기를 담아갈 수 있다.

축산면 차유마을은 블루로드와 맞닿는 푸른 마을이다. 이 구간 블루로드 길에 붙은 별칭 역시 ‘푸른 대게의 길’이다. 차유마을은 대게원조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마을 초입에는 대게마을을 상징하는 표지석이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다. 어촌체험센터 대문에도 대형 붉은 대게 모형이 내걸려 있다.

대게원조마을에서 따개비 따기

고려말 영해 부사 정방필이 대게산지인 이곳을 순시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넘어와 ‘차유(수레 車, 넘을 踰)’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의 규모는 소담스럽다. 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으며 포구 귀퉁이에는 정자가 들어서 운치를 더한다. 가족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체험은 고동 따개비 체험이다. 작은 칼과 소쿠리를 지니고 갯바위에 붙은 고동과 따개비를 따내는 체험은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체험과는 사뭇 다르다. 갯바위 아래 발목까지 동해의 푸른 바닷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느낌은 쾌적함을 더해준다. 잡은 고동이나 따개비는 즉석에서 삶아 먹거나 죽으로 맛볼 수 있다.

통발체험은 정어리 조각을 미끼로 저녁시간에 통발을 갯바위 근처에 던져 넣은뒤 다음날 아침에 걷어 올리는 체험이다. 운이 좋으면 배를 타고 나서지 않더라도 문어, 놀래미 등의 고기를 잡을 수 있다.

블루로드의 출발점 고래불 해변

차유마을에서 영덕의 여름명물인 고래불 해수욕장까지는 차량으로 10여분 거리다. 고래불해수욕장은 영덕 블루로드의 북쪽 출발점이 되는 곳으로 송림, 청정 해변, 모래사장이 어우러져 ‘명사 20리’로 불리는 곳이다.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영덕 출신인 고려말 학자 목은 이색이 이곳 앞바다에서 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명명했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이어지는 영리, 덕천 해수욕장은 고래불보다 더욱 한적한 해변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블루로드에서 내륙으로 잠시 핸들을 틀면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창수면에 위치한 나라골 보리말 체험마을은 옛 종가집 10여채가 고스란히 남은 영덕의 전통마을 중 한 곳이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인량리 전통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다. 나라골 보리말 마을에는 수백년 세월의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데 한옥과 농촌체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보리말’이라는 이름은 비옥한 땅에 보리수확이 풍요로워 붙여졌다. 보리개떡 만들기, 옥수수, 복숭아 체험 역시 마을의 재밋거리다.

블루로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또 다른 체험 공간들이 기다린다. 풍력발전기가 도는 창포리 해맞이 공원 인근은 바람과 해와 달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풍력발전기가 20여기가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 아래에는 신재생에너지체험전시관이 위치해 있다. 풍력, 태양열 등 새로운 에너지의 원리를 살펴보고 경험할 수 있으며 매달 보름때면 창포리 일대에서 블루로드 달맞이 걷기 행사도 진행된다. 창포리 등대와 연결되는 해맞이 공원은 일출 명소로 전망대와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영덕까지 2시간 단위로 버스가 다니며 4시간 20분 소요된다. 승용차의 경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나와 34번, 7번 국도를 경유한다.

▲음식=영덕의 여름 별미는 물회다. 강구항 일대와 해안도로에 물회 식당이 들어서 있으며, 시즌이 한철 지났어도 대게찜을 맛 볼수 있다.

▲기타정보=포항과 영덕을 연결하는 동해선이 올해 초 개통됐다. 영덕역에서 열차를 타고 강구역, 장사역 등을 오가며 푸른 해안선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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