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하는 ‘맛의 보물섬’…특별한 민어ㆍ닭요리ㆍ한식밥상 등


호남은 맛의 보고다. 보물섬 같은 곳이다. “호남음식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식재료가 달라졌다. 서해안에서 나오는 생선들도 예전 같지 않다. 수입산도 많이 쓴다. 썩어도 준치다. 그래도 호남은 여전히 맛의 보물섬이다. 음식에 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소중한 곳이다. “전라도를 여행할 때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여름 휴가철, 호남의 맛집을 정리했다. 늘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목포 민어, 여수 닭요리?

지인이 짓궂게 물었다. 만약, “호남을 여행하는데 한 끼만 먹어야 한다면 어느 집을 갈 것인가?” 라고. 한참을 고민했다. 여름이라면 당연히 민어다. 흔히 이야기하는 ‘민어 보양식’ 때문은 아니다. 민어는 보양식이 아니었다. 흔한 물고기였다. 교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서해안에서 널리 잡히는 생선이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어는 불과 40∼50년 전만 하더라도 흔하디 흔한 생선이었다.

이제 민어가 귀해졌기 때문에 민어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민어는 생선이 귀한 8월에 많이 나온다. 여름이면 바닷물이 뜨뜻하고 생선은 귀해진다. 사시사철 나오는 가자미류를 제외하면 여름철 생선은 거의 없다. 8월 15일을 전후해 많이 생산되는 민어가 반가운 이유다.

목포에는 ‘민어거리’가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 ‘중앙횟집’ 그리고 ‘’이다. 민어 맛이 다를 리는 없다. 음식구성도 비슷하다. 업력도 40년 정도로 비슷하다. ‘’과 ‘유림횟집’이 비슷하고 중앙횟집이 조금 뒤진다. 그래봤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만고만하다. 천천히 걸어도 5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오밀조밀 있다. 목포 출신들이니 서로 빤하게 안다. 새로운 메뉴 만들면 며칠이면 뒤따라 내놓을 수도 있다. 어느 집 장이 더 맛있다고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은 외지 사람들 이야기다.

영란횟집

‘’은 일찍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민어전문점’이 되었다. 목포에 처음 가는 사람, 민어회를 자주 먹지 않는 사람들은 유명한 집이니 첫 민어횟집으로 가 봐도 좋다.

‘중앙횟집은 세트 메뉴를 잘 구성했다. 민어요리는 대략 3종류다. 민어회, 민어전, 민어탕이다. 여기에 껍질과 내장 부속 등을 더하여 내놓는다. 가격도 만만치 않고 양도 적지 않으니 한두 사람이 세 종류의 음식을 모두 먹을 수는 없다. 이 경우 ‘중앙횟집’의 세트 메뉴는 도움이 된다.

유림회식당

‘유림횟집’은 투박하고 ‘목포적’이다. 목포 현지사람들이 자주 찾는 집이다. 아들, 딸 출가시킨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한다. 주방 보조 격인 인력이 한 명 더 있을 정도로 단출하다. 민어회의 양도 넉넉하고 음식을 먹을 때 간간이 들리는 호남 사투리도 구수하다. ‘통역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들을 수 있다.

호남에서 닭요리를 먹는다?

“호남 가면 꼭 닭요리를 드시길”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한다. ‘생선도 한식도 아닌 닭을?’ 이라는 뜻이다. 그렇다. 호남에 가면 닭요리를 드시길 권한다.

우선 닭이 제법 실하다. 무겁고 크다는 뜻이다. 삼계탕으로 먹는 550g짜리 병아리 수준이 아니다. 대략 2kg 이상 되는 닭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닭고기 맛이 제대로 난다.

또 다른 특징? 있다. 닭 한 마리로 코스 요리를 만들어낸다. 닭 한 마리로 네댓 가지 음식을 만드는 걸 보면 놀랍다. 먼저 닭회를 내놓는다. 닭고기 소금구이가 나온다. 닭고기 살을 일일이 발라서 구워먹기 좋게 내놓는다. 석쇠와 숯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닭 목이 있는가 하면 닭 껍질을 구워서 돌돌 말아 내놓는다. 맛?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음 코스는 백숙이다. 살을 발라낸 닭을 푹 고아서 내놓는다. 마지막은 녹두죽이다. 이때쯤 되면 배가 빵빵해진다. 배부르지만 꾸역꾸역 먹는다. 맛있기 때문에.

장수통닭

호남에서도 남쪽 끝 해남에는 ‘’이 있다, 이름이 통닭이니 닭튀김, 프라이드치킨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호남의 닭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가까운 곳에 일정 기간 방사하는 닭을 준비해두고 닭 코스요리를 내놓는다.

약수닭집
약수닭집 녹두죽

여수의 ‘’은 숯불구이로 닭고기를 내놓는다. 녹두죽도 좋고 닭회도 퍽 아름답다. 날고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특별히 부탁하지 않으면 회를 내놓지 않는다. ‘’에서 바라보는 여수 앞바다 경치는 덤이다. 여수시 봉선동이다. 나지막한 야산 자락의 바로 앞은 여수의 아기자기한 바다 경치다.

시골집

함평의 ‘’도 닭 코스요리 전문점이다. 회, 구이, 찜, 녹두죽 등과 더불어 튀김도 내놓는다. 여러 가지 닭 음식을 큰 접시에 내놓는 꾸밈새도 볼 만하다.

원아가든

광주광역시 용두동의 ‘’은 백숙 전문점인데 닭회를 내놓는다. 직접 재배하는 채소가 한상 푸짐하다.

남도의 향기

화순의 ‘남도의향기’는 보기 드문 ‘닭장떡국’을 내놓는다. ‘닭고기+간장’을 넣어서 끓인 호남식 떡국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남도식 떡국’이라는 표현도 보인다. 가을에 전통간장에 닭을 넣는다. 두어 달 지나면 닭고기에 간장 물이 밴다. 닭고기의 맛은 간장에 밴다. 떡국을 끓일 때 닭고기 간장으로 간을 하고 닭고기는 고명으로 사용한다. 맛이 깊다. ‘남도의향기’는 이런 호남의 닭고기 음식을 내놓는다.

내촌식당

남원시의 ‘’은 닭국을 내놓는다. 닭고기로 끓인 국이다. 제법 큰 닭을 토막 낸 후, 푹 고아서 내놓는다. 닭죽이나 백숙이 아닌 닭국이 이채롭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닭 한 마리면 한 가족이 한두 끼 정도 먹었다. 예전의 그 음식이다. 압력밥솥에 푹 고아낸 닭국이 소박하다.

풍요로운 호남의 한식밥상

미리 밝혀둔다. 대부분의 호남한식 맛집들은 ‘4인상’을 기준으로 내놓는다. 외지 관광객이 많은 곳은 2인상도 가능하지만 상당수는 4인상 기준으로 밥값을 셈한다. 막상 밥상을 받아들면 ‘왜 4인상을 고집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정도로 차려서 두 사람이 먹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히도 ‘혼밥러’는 밥 먹기 힘들다.

대원식당

남도의 한식집으로 순천의 ‘’을 손꼽는다. 초봄이면 마당에서 주꾸미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겨울이 지나면 곰삭은 남도의 김장김치도 맛볼 수 있다. 두어해 잘 묵힌 진석화 젓도 가능하다. 풋 채소가 늘 푸근하다. 늦겨울이나 초봄 봄동의 향기도 아주 좋다. 한상 그득한 차림이다.

‘한식 밥상은 강진’이라고 했다. 불행히도 외지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면서 많은 집들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양만 많고 화려하다. 밥상에 오르는 반찬 가짓수도 줄어들지만 그보다는 장맛이 예전과 다르다.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그저 달기만 하다.

강진의 ‘명동식당’을 권한다. 상당수의 손님들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꾸준히 옛맛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해남 성내식당

해남의 ‘성내식당’은 고깃집이다. 외지에서 가는 이들은 이집의 김 장아찌와 김국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된장 푼 물을 끓이고 여기에 샤부샤부 식으로 고기를 익혀서 먹는다. 질 좋은 한식 쇠고기 샤부샤부가 있는 한식 밥상인 셈이다.

남원집

순창의 ‘’은 연세 드신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한다. 늘 조마조마하다. 가끔 어느 한 분이 몸이라도 아프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저녁에도 문을 열더니 최근에는 낮에만 문을 연다. 이른바 호남의 전설적인 100첩 반상이다. 실제 헤아려보면 80그릇 남짓의 반찬이 놓인다. 미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반찬들은 두 겹, 세 겹으로 밥상에 자리한다. 2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식사가 가능하다. 6인 이상만 예약이 가능하다.

새집

순창의 ‘’도 권할 만하다. 돼지불고기, 소불고기가 가능하다. 남도의 한식이다. 반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20여 종류의 반찬들이 한상 가득하다. 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사용한다. 식당 내부의 마당이나 방의 군데군데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넓으실

광주의 ‘’은 내용과 형식이 모두 좋은 음식점이다. 음식맵시도 좋지만 내용도 수준급이다. 화려하면 실속이 없고, 실속 있는 음식 중에 모양새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은 겉과 속이 모두 수준급이다. 모임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전통식당

담양에서는 ‘’과 ‘’을 가보길 권한다. ‘’은 소쇄원 가는 길목에 있다. 집안에 장독대가 가득하다. 밥상은 수수하면서도 화려하다. 여러 종류의 반찬들이 나오지만 어느 하나도 뽐내지 않는다. 수수하고 소박하면서도 반찬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제대로 만든 전통 간장, 된장으로 빚어낸 밥상이다.

덕인관

담양은 떡갈비로 유명하다. 그중 ‘’을 권한다. 업력도 오래 되었고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정갈하다.

놓치기 아까운 호남의 밥상들

서울회관

구례의 ‘’. 할머니 서너 분이 운영하는 밥집이다. 4인분 기준 4만4000원. 만원 남짓의 밥상이지만 반찬 가짓수는 무려 40여 종류다. 돋보이는 반찬도, 콕 집어 권할 만한 반찬도 없다. 밥상을 받아들면 푸근하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티읕

구례에는 참 엉뚱한 찻집과 빵집이 있다. ‘’과 ‘’이다. ‘’은 문을 열었을 때 융드립으로 유명했던 집이다. 주인이 바뀌고 융드립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다.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다. 원두 관리도 잘 하고 있다.

목월빵집

‘’은 재미있는 집이다. 일체의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빵을 만든다. 더하여 계란, 설탕, 버터, 우유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구례에서 생산한 농산물 사용이 원칙이다.

일해옥
정순순대

전북 익산의 콩나물국밥집 ‘’과 ‘’도 빼놓을 수 없다. ‘’은 조미료 없는 콩나물국밥이고 ‘’도 조미료를 넣지 말라고 부탁하면 조미료 없는 국밥이 가능하다. 원래 조미료 없는 순대국밥이었으나 방송 소개 후 손님이 늘어나고 외지 손님들의 음식 타박이 심해지면서 조미료를 사용한다. 업력이 40년을 넘겼다.

조일식당

여수는 호남에서도 맛의 성지다. 생선이 흔하고 농산물도 좋다. ‘’. 삼치 등 선어회 전문점이다. 선어와 더불어 ‘보리멸튀김’이 아주 좋다. 고구마 등 몇몇 채소와 더불어 보리멸을 튀겨서 내놓는다.

월성소주회센터

여름철에는 삼치 맛이 겨울보다 못하다. 그래도 삼치회, 숙성회를 먹고 싶다면 여수 ‘’를 권한다. 가격 대비 삼치 선어회의 양이 많고 맛도 각별하다.

청정게장촌

여수의 간장게장은 대부분 평준화되었다. 비슷한 가격의 비슷한 맛이다. ‘’을 권한다. 예전에는 게장 무한리필이었는데 최근에는 회수를 정해서 리필해준다.

봉순이팥죽칼국수

호남의 칼국수는 대부분 ‘팥칼국수’다. 팥칼국수는 만드는 과정이 참 번거롭다. 호남에서는 꾸준히 팥칼국수를 고집한다. 화순읍내 ‘봉순이팥칼국수’는 변하지 않고 꾸준히 팥칼국수를 내놓는다. 큰 냉면 그릇에 하나 가득 팥 국물이 가득하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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