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요추압박골절이 보행시 통증 유발

휠체어를 타고 온 80세 여자환자다. 오른쪽 골반위쪽 통증 때문에 걸을 수가 없어서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1달 전쯤에 넘어진 뒤, 허리와 오른쪽 골반이 아파 병원엘 갔다고 했다. MRI를 포함한 정밀검사 후 요추압박골절 및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압박골절은 심하지 않아서 침상 안정가료하고 지켜보기로 했고 디스크에 대해서는 시술 및 주사치료 등을 받았다고 했다.

허리는 좀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오른쪽 골반이 아파서 걸을 수도 없었다. 누워있으면 괜찮아서 1달 정도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했다. 오른쪽 골반통증의 원인은 넘어지면서 발생한 타박상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은 들었지만, 통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내원한 환자는 좀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 다리부위의 골절이나 외상이 없는데 걷기도 어려운 상태라면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필자가 해야 할 일은 검사소견상 병소를 찾아보고, 그 정도를 환자의 상태와 견주어 봐야 한다.

MRI 촬영 후 꼼꼼히 살펴봤다. 환자가 말한 대로 제1요추 압박골절이 있고, 제4-5요추에 디스크 소견이 있었다. 우선 디스크 상태는 지금 상태를 설명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제1요추 압박골절의 압박정도는 경미했고, 압박골절의 주 증상인 허리통증도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MRI를 촬영할 때 오른쪽 골반부위도 확인했는데 여기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럴 땐 내 호흡소리가 들린다.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다시 MRI를 확인한다. 다시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찾았다. 가벼운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제1요추압박골절이 원인이었다.

골절은 있지만 변형정도도 심하지 않고, 이로 인한 허리 통증도 경미해서 당연히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척추뼈 사이에는 양쪽 상지 및 하지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다. 자세히 확인하니 골절의 방향이 오른쪽 제1요추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 쪽으로 있었다. 이 때문에 앉아있을 때는 괜찮은데 서 있으면 뼈조각이 구멍 쪽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눌러서 통증이 발생한 것이었다.

척추 압박골절 후 1달 이상 지났지만 골절이 자리 잡지 않고, 이로 인한 골절편이 신경을 눌러서 보행시 방사통이 발생한 케이스다. 이 환자분은 시멘트 시술을 해서 골절부위를 안정화하고, 좁아진 신경구멍은 미세현미경 수술을 해서 넓혀드렸다. 수술 후 허리도 훨씬 가벼워지고, 골반통증이 없어져서 휠체어 없이 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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