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사(月沙) 이정귀(李廷龜:1564-1635)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중국어에 능통해서 어전통역관이 되었다. 임진왜란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명나라 병부주사 정응태는 선조가 일본을 끌어들여 명나라를 침략하려고 했다고 주장하게 된다. 이에 명나라로 들어가 무술변무주(戊戌辨誣奏)를 지어 바쳐 그를 파직시키며 명나라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게 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그 해 임진왜란이 끝나게 된다.

1601년에 명나라에서 황태자 책봉을 알리는 조서(詔書)를 반포하고 국경지역인 조선의 의주(義州)로 사신을 보내왔는데 이를 영접하러 동사(東槎) 즉 사신접견 수행 업무의 우두머리 격인 접반사가 되어 동사를 수행했다. 이정귀의 월사집(月沙集)은 그의 문인인 최유해(崔有海)가 편간하였다. 6권의 동사록(東槎錄) 즉 동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기록한 기록에는 칠언 절구의 한시가 있는데 “열흘 동안 압록강 물고기 실컷 먹었더니(經旬已厭鴨江魚) 서리 맞은 배추와 우엉으로 담갔던 그 김치가 생각난다.(晩菘新芋作霜葅)“고 하였다. 집 떠나서 객지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누구나 고향의 어머님이나 부인이 해 준 음식이 간절하기 마련이다.

임진왜란 전 까지만 해도 양파니 빨간 고추가 없던 터라 배추 속을 채우는 양념이 마늘, 생강, 젓갈, 부추, 무, 파, 갓, 달래 정도라 오늘날처럼 먹음직한 붉은 색이 아니고 희여 물건 한 백김치로 추정된다. 위의 시를 보면 우엉도 김치 속을 채웠던 것 새롭다. 우엉조림, 연근조림, 콩자반, 오징어채, 쥐포무침, 실치 고추장 볶음, 튀각, 다시마 부각, 오그락지, 시금치, 콩나물, 깍두기, 멸치볶음, 감자조림, 그리고 김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학교 급식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도시락 반찬들이다. 책과 참고서에 김치 국물의 흔적이 없는 학생은 꽤나 조신한 편이었고 보통은 훈장처럼 빛바랜 붉은 색이 여러 면에 걸쳐 염색되어 있곤 했다.

우엉의 이파리들은 가을에 흰 서리가 내려도 고개를 쳐들고 빳빳하게 있을 정도로 기세가 대단하다. 그래서 그 기세로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물을 찾아 가는 지도 모른다. 우엉 뿌리가 보통 30Cm 보다 커서 수확할 때는 적어도 그 두 배의 깊이로 땅을 파야하는 관계로 무지 애를 먹는다. 내다 팔 목적이 아니라면 대개 뿌리 끝까지 파지 않고 파는데 까지 파고는 꺾어서 수확한다. 일본의 어떤 이는 이게 얼마나 귀찮았으면 비료포대에 흙을 채우고 밑에 공기구멍을 뚫고 우엉씨앗을 심고 다 큰 우엉을 수확할 때는 비료포대를 간단히 뒤집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우엉의 씨앗을 우방자(牛蒡子)라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이다. 우방자의 이명(異名)은 악실(惡實), 서점자(鼠粘子)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우엉을 한자어로는 서점근(鼠粘根)이라고 한다. 당연히 우리나라 각지에서 자생한다. 우방자는 우엉의 씨앗이다. 성질이 차고 맛은 맵고 쓰다.(寒辛苦) 폐경과 위경으로 들어간다. 폐경으로 들어가서 뜨거운 열기로 인해 발생한 감기를 치료하는데 이를 소산풍열(疏散風熱)이라고 한다. 피부에 풍열로 인해 발생한 온갖 발진과 반진(斑疹)을 밖으로 뽑아서 제거한다. 이를 투진(透疹)이라 한다. 또한 찬 성질은 풍열로 인해 생긴 후두(喉頭)와 인두(咽頭)의 염증질환을 치료한다. 이를 해독이인(解毒利咽)이라고 한다. 단독(丹毒)이나 차시(痄腮, 볼거리)에도 유용하다. 단독은 피부나 점막의 헌데나 다친 곳으로 연쇄상 구균이 들어가 생기는 급성 전염병으로 딱딱한 붉은 반점이 점점 확대되고 높은 열과 마비를 수반하는 질환이다. 얼굴의 구규(九竅)와 인후부에 생기는 모든 염증성 질환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찬 성질은 기운을 깎아 먹고 대변을 설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거나 설사처럼 변이 많이 무른 경우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의림촬요(醫林撮要) 중풍문에 보면 중풍환자의 식치(食治) 즉 식이요법이 있는데 대두, 흑지마 즉 검은 깨, 우엉, 가물치, 오골계를 먹으면 중풍에 도움이 된다고 쓰여 있다. 식기(食忌) 즉 금기음식은 앵도, 날 음식과 찬 음식〔生冷〕, 닭, 술, 거위, 호도, 돼지, 식초, 토끼, 오리, 토란 등이 있으니 함께 참고하기 바란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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