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마을, 설산 사이를 걷다

스위스 융프라우 지역은 알프스 트레킹의 메카다. 융프라우 등 베르너 오버란트의 설산과 마을을 배경으로 시원한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능선과 마을을 잇는 총 70여개, 200km의 루트가 흥미진진하게 연결된다.

융프라우의 산악마을이 매력적인 것은 무공해 교통수단과 함께 숱한 트레킹 코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거친 숨으로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곳에서 발걸음을 시작해 여름 알프스를 즐길 수 있다.

융프라우 산악마을의 가장 정점에 위치한 곳은 뮈렌이다. 1639m에 자리 잡은 마을은 지대가 높아 눈 덮힌 아이거, 융푸라우, 묀히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다. 뮈렌에서 그러취알프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루트는 철로 옆 숲속길을 가로지른다. 자전거도 다니고, 노약자들도 즐길수 있는 초보자 코스는 설원의 봉우리를 조망하는 가운데 나란히 연결된다.

해발 1000m 청정마을의 하이킹 코스

해발 1275m에 위치한 벵겐에서는 앙증맞은 전기차가 거리를 오가는데 소음도, 먼지도 없다. 덜컹거리는 열차소리와 치즈 가게에서 나지막하게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대화만이 골목에 맴돈다. 벵겐에서 케이블카로 닿는 멘리헨은 파노라마 하이킹의 출발점으로 브리엔츠 호수를 조망하고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4km 하이킹 코스가 이어진다.

꾸준한 인기를 끄는 곳은 휘르스트~바흐알프 호수 코스다. 해발 2,168m의 휘르스트역에서 바흐알프호수까지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평이하고 아기자기해 가족 단위로 걷기에 좋다. 이 일대는 절벽걷기 등이 어우러져 더욱 다채롭다. 2시간 남짓 이어진 트레킹은 바흐알프 호수에서 단말마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쉼표를 찍는다. 호수는 설산과 베르니즈 알프스의 봉우리가 데깔코마니로 찍어낸 듯 대칭을 이루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세계유산 눈 속을 걷는 ‘빙하 트레킹’

베르너 오버란트 트레킹은 설렘이 또 다른 설렘을 낳는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열차가 집결하는 곳은 클라이네샤이덱역이다. 아이거 북벽 아래 클라이네샤이덱은 수많은 산악인들을 등진 사연이 서린 곳이다. 알프스의 3대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은 한때 등반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였다. 70여년전 초등 등정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청년 등반가들의 도전과 떠남의 이야기는 빛바랜 철로와 주변을 걷는 ‘아이거 워크’ 등의 트레킹 코스 위에 남아 있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열차를 타고 ‘Top of Europe'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면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의 민낯이 눈앞에 펼쳐진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한여름에도 빙하를 따라 봉우리옆 묀히 산장까지 이색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빙하 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 위를 걷는다는 아득한 감동과 함께한다. 묀히 산장에서는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대용량 마운틴 커피 한 잔이 곁들여진다. 고된 여정 뒤에 경험하는 그 커피 맛이 또 일품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터라켄이 융프라우 트레킹의 관문이다. 취리히,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한다. 마을과 봉우리간에는 열차, 곤돌라가 운행된다.

▲숙소, 음식=산악마을 일대는 호스텔 외에 롯지와 샬레 가옥, 캠핑장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다. 간이역과 어우러진 산장호텔에서의 하룻밤은 감동을 증폭시킨다. 이 지역 전통 맥주인 루겐브로이와 벵겐 등 산악마을에서 직접 만드는 치즈는 맛과 신선도가 다르다.

▲기타정보=융프라우 지역은 여름에도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춥다. 두꺼운 옷이 필수다. 여행기간이 여유 있거나 2개 산 이상을 트레킹 할 경우에는 열차, 곤돌라 탑승이 자유로운 VIP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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