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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척추의 인대가 뼈처럼 변한다고?

척추의 인대가 뼈처럼 변한다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70대 여성 환자.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 여느 환자들과 달리 얼굴에서 통증의 기색이 드러나지가 않았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습니까?” 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늘 목이 뻐근한지는 오래 되었어요. 그런데 한 달 전에 화장실에서 미끄러져서 삐끗한 뒤로 이상하게 팔과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요. 걷다 보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감각도 무딘 것 같아요.”

그동안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보고 의원에서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아 봤다고 했다. 그래도 호전이 되지 않아 정밀 검사를 받아 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필자의 전문병원을 찾아 왔다고 했다. 진찰과 정밀검사를 마친 뒤 ‘후종인대골화증이 동반된 척수병증’으로 진단되었다. 후종인대 골화증?

후종인대는 척추체의 뒷면이자 척추관의 앞면에 위치하고 위 아래로 길게 붙어있는 인대이다. 이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골화라고 하는데, 이것이 점차 커져서 바로 뒤에 있는 척수라는 신경을 압박함으로써 신경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후종인대 골화증이라고 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가족 간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아 인종적, 유전적인 요소가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목 부분인 경추에서 많이 발생하고, 40세 이후에서 그리고 남자에게 4배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목 주위로 뻐근하고 눌리는 듯한 압박감으로 증상이 시작한다. 병이 진행되면 점차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팔이나 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며 힘이 약해질 수 있다. 또한 다리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생기다가 더욱 심해지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보행장애나 대소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에 증상이 없던 사람도 간혹 급작스러운 충격을 받고 나면 갑자기 병이 악화되어 팔과 다리의 마비도 올 수 있다.

환자를 진찰 한 뒤 후종인대골화증이 의심 된다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엑스레이와 CT검사에서는 골화된 종괴의 모양과 크기를 알 수 있고, MRI 검사를 통해서는 신경이 눌리는 정도와 신경손상 정도를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신경기능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근전도, 유발 전위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일단 증상이 발현이 되면 심각한 신경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 외에는 실질적인 치료법이 없다. 그러나 사실 오랫동안 증상이 없는 환자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평생을 이 병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보고서들은 수술 방법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과 가장 좋은 수술 시기를 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검사결과와 병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듣고 난 뒤에도 환자의 표정은 여전히 동요가 없어 보였다. “근데 제 설명을 듣고도 어떻게 그렇게 평안해 보이세요?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실 텐데…” 라는 필자의 질문에, “내가 뭘 아나요. 걱정을 한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요. 차라리 선생님 딱 믿고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치료를 잘 받는 게 낫죠. 하하하” 라고 유쾌하게 대답을 하는 환자.

그 환자는 일단 수술보다는 약물 치료를 받기로 하였고 다행히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호전되었다. 현재는 정기적으로 경과 관찰을 위해 외래에 들르신다. 환자분이 오실 때마다 보여주시는 늘 한결 같은 여유와 미소에 오히려 내가 힐링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환자만 치료받는 것은 아닌 게다.

달려라병원 조희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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