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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의학311]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시호(柴胡)의 기원식물

스트레스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 편안하게 해줘
<스마트한의학311>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시호(柴胡)의 기원식물

살인사건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지나가는 행인 1에 의해 아무 생각 없이 당할 수 있는 범죄가 되어버렸다. 이것보다 더 가관인 것이 동거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해서 범죄를 은닉했는데도 징역을 3년만 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만약 자신의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감옥에서 나오는 날 똑같이 살인하고 자신도 징역 3년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법 감정이 일반인의 상식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반상의 구별이 엄연했던 조선시대 영조 45년(1769년) 창원(昌原)에서 이지응(李枝應)이 사노비(私奴婢)인 오삼(五三)이 말을 공손하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로 차고 때려 7일 만에 죽는 일이 발생했다. 오삼이 이지응의 사노비인지 다른 주인이 있었는지는 기록에 나타나 있지 않다. 사노비는 주인이 있는 노비다. 주인은 노비를 물건처럼 값을 매겨 팔수도 있고 매질을 할 수도 있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단 노비가 죽으면 그것은 나라에 고하고 재판을 받아야한다.

조선이란 왕조를 지탱했던 서슬이 시퍼렇던 반상의 법도도 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반드시 3심의 재판을 거치는데 이를 사죄삼복(死罪三覆)이라한다. 고려 문종 때부터 시행되었으나 조선시대 정조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정착되었다. 위의 내용은 조선 후기 영조 정조 연간의 각종 범죄인에 대한 판례집인 ‘심리록(審理錄)’에 나와 있다.

심리내용을 보면 ‘뒷늑골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딱딱한 상처가 있고 죽음의 원인은 발에 차인 것’으로 되어 있다. 1심‘본도의 계사’에서 담뱃대로 구타하고 낫을 던졌다고 하나 치명적인 상처가 없고, 약록(藥錄, 한약 투약 기록)을 보건데 병사(病死)한 것 같다고 했다.

2심인 ‘형부(刑部)의 계사’에서는 약록에 나타난 한약이 석고(石膏)와 시호(柴胡)인데 이것은 상처치료에 쓰인 한약이 아니라 사인은 병사로 결론짓는다. 3심인 ‘판부(判付)’ 즉 살인 사건에 대한 임금의 재가(裁可)에서는 “이지응의 구타도 원인이 되지만 한약을 지어 준 의원이 돌림병에 땀을 발산시킬 목적으로 처방했다고 한 것으로 보면 돌림병으로 병사한 듯 보이고 징역을 15년 이미 살았으니 석방한다”는 취지의 사면령을 내린다. 지금보다도 훨씬 치열하게 법리를 다투고 형량도 지금보다 훨씬 높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 말이 없다고 하지만 하찮은 노비의 죽음에 대한 판결도 임금이 들여다볼 정도였던 조선시대가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이 요즘 보다 더 나은 듯하다. 위에 사용된 한약재인 시호(柴胡)는 특히 조선시대 때 천연두나 두창 같은 많은 피부병에 쓰였다. 시호는 우리나라의 시호(柴胡), 중국의 북시호(北柴胡), 남시호(南柴胡)의 뿌리를 봄과 가을에 채취해서 말려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에서 채취한 시호를 원시호(元柴胡)라 부르고 재배한 시호를 식시호(植柴胡)라 부르고 자연산 시호를 재배한 것을 ‘얼치기’라 부른다. 민간에서 죽(竹)시호나 개시호라고 부르는 것은 시호가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ㅁㅚㄷ미나리’라는 식물로 등재되어 있다.

<산림경제(山林經濟)>의 양우(養牛) 즉 ‘소 기르는 법’을 번역하면서 시호(柴胡)를 ‘??물 불휘’라고 어떤 곳에서 번역하였는데 다른 식물인 듯하다. 씨앗의 종류에 따라 삼도시호(三島柴胡)와 장수시호로 나뉜다. 복잡하다. 시호는 성질이 약간 차거나 서늘하다. 독은 없고 맛은 쓰기만 하다.

(微寒凉無毒苦) 시호의 귀경은 특이하게도 간담(肝膽)경으로만 들어간다. 간담은 목(木)의 성질을 가진 장부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간(肝)은 스트레스를 담당하고 담(膽)은 담력, 담대함 같이 스트레스를 이겨나가는 용기와 관련이 있다. 간담 모두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요즘같이 이익을 위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밀하게 전개되는 사회에서 꼭 필요한 한약재다. 또한 갑의 횡포로 인해서 겉으로는 드러내놓고 화를 내지 못하고 화를 참으면서 한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계속 봐야하는 스트레스로 속앓이를 남몰래 해서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사람에게 가슴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한약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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