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두 중국과 닮거나 달라… ‘국물 있는 만둣국’은 한반도 뿐

만두-상화, 포자, 교자 등, 내용엔 차이 …조선 후기 중국의 풍습ㆍ음식 만두에 영향
만두, 한반도에서 국물있는 음식으로 탄생, 만둣국ㆍ만두전골이 대표적

국물에 만두를 넣고 만드는 만두전골, 어복쟁반 등은 한반도의 독특한 만두 음식이다.
우리의 만두와 외국의 만두는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다르다면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일까?

만두와 상화에 대한 표기부터 살펴보자.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내내 만두와 상화는 혼용된다. ‘쌍화’는 잠깐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만두’ ‘상화’ ‘상화병’이라는 이름은 자주 나타난다.

기록들을 살펴보면, 반가와 궁궐에서는 늘 ‘만두’라고 불렀다. ‘상화’를 표현할 때는 ‘속칭(俗稱)’이란 표현이 덧붙는다. 우리 것이고 저잣거리 상민들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만두와 상화, 같은 점, 다른 점

숙종 연간(1690년)에 발행된 중국어 사전 격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는 “만두는 우리나라 풍속의 상화병(霜花餠)이다”고 명확하게 표현한다. “중국의 만두는 우리나라의 상화”라고 못 박는다.

조선시대 기록에 만두는 여러 표현으로 나타난다. 우선 만두가 귀한 음식임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면(국수)을 이야기할 때 인용한 세종4년(1422년) 5월17일(음력)의 태상왕(태종)수륙재에 관한 기록에도 만두는 귀하게 나타난다. “만두饅頭, 면麵, 병餠 등의 사치한 음식은 일체 금단하소서(후략)”라는 구절이다. 만두는 국수, 떡과 더불어 귀한 음식의 대명사다. 만두라고 정확하게 표현했다. 상화라는 표현은 없다.

한국식 만두다.
서글픈 기록도 있다. ‘토만두土饅頭’라는 표현이다. ‘흙으로 빚은 만두’다. 무덤을 이르는 말이다. 시 구절에 “끝내는 한낱 흙 만두가 되고 마는 것이다(終須一介土饅頭)”는 표현도 있다. 사람이 죽으면 한낱 무덤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중국에도 토만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성 밖에는 흙 만두가 있다지만 만두소는 성 안에 있네(城外土饅頭 ?草在城裡)”라는 씁쓸한 표현이다. 성 밖에는 무덤이 있는데 그 무덤에 묻힐 사람은 성 안에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만두 소’는 사람을 이르는 표현이다.

무덤 같은 모양을 한 만두는 오늘날 중국인들이 말하는 ‘빠오츠(包子, 포자)’ 혹은 ‘만토우(饅頭, 만두)’의 모양이다. 반달같이 생긴 ‘쟈오츠(餃子, 교자)’의 모양은 아니다.

‘포자’는 둥글게 만들어 보따리 묶듯이 위를 틀어 올린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고기만두라고 부르는 것은 포자일 때가 많다. 북경 왕푸징의 ‘구부리만두점’에서 파는 ‘천진구부리포자’가 바로 이것이다. 만두가 아니라 포자다. 서울 삼청동의 ‘천진포자’도 반드시 ‘포자’라고 한다. 한글로는 만두라고 쓰지만 한자로는 ‘포자’라고 쓴다. 중국인들은 포자를 반드시 포자라고 부른다. 소룡포(小籠包)는 소룡포자(小籠包子)의 준말이다. 소룡포는 포자의 일종이다. 소룡포는 작은 대나무 찜통(小籠, 시아롱, 소룡)에 넣어서 찐 포자다. 포자 중의 하나다.

포자는, 만두를 둘러싸는 겉껍질이 다르다. 발효시킨 곡물 가루를 사용한다. 주로 밀가루를 발효, 숙성 시킨 후 사용한다. 폭신폭신하다. 예전에는 막걸리로 만드는 ‘술빵’처럼 발효시킨 곡물가루를 사용했다. 지금도 발효시킨 밀가루를 사용한다.

교자의 경우는 반달 같이 생긴 것이고 겉껍질을 부풀지 않은 생 곡물가루를 사용한다. 교자(餃子)는 한, 중, 일 삼국이 모두 같은 표기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발음도 비슷하다. ‘교자’다.

한국식 만두의 주요 재료는 두부, 돼지고기, 부추 등이다.
정작 한국과 중국의 만두는 전혀 다르다. 중국인의 만두, 즉 만토우는 ‘속이 없는 찐빵’ 같은 것이다. 빵을 따로 주고 곁들여 먹는 음식을 또 따로 준다. 즉, 식사용 빵과 곁들이는 반찬이 따로 있는 셈이다.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류나 해물, 채소 등을 볶고 그 곁에 나오는 것들이 만토우일 때가 많다. 흔히 한국 중식당에서 ‘꽃빵’이라고 부르는 것도 만토우의 일종이다.

발효 여부로 가르자면 중국의 만두와 포자, 한반도의 예전 상화 등은 발효된 곡물가루를 사용하고 교자는 생 곡물가루를 사용한다.

한국식 만두 빚는 모습.
한반도 만두, 19세기 후반에 급격히 변화

앞서도 밝혔듯, 한반도의 ‘만두’는 특정시기 한번 전래되고 그친 음식이 아니다. 고려 후기 이전에 이미 전래되었든 혹은 독자 개발했든, 그 무렵에 이미 쌍화 혹은 상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상화는 여전히 존재했다. 만두도 마찬가지. 고려 말 목은 이색의 <목은고>에도 이미 만두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고려시대에 이미 만두와 상화가 공존한 것이다.

모양이 반달형이든 포자형이든, 혹은 발효된 곡물을 사용했든 아니면 생 곡물가루를 사용했든, 일반 상민들 사이에서 상화, 쌍화라고 불렸고 조선의 반가나 고려 귀족계급은 만두라고 불렀으리라 추정된다.

만두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기존의 만두와 상화에 중원대륙의 새로운 만두 음식들이 들어와서 뒤섞이며 발전했을 것이다.

만두와 상화, ‘투웨이 방식’으로 변형 발전되던 한반도의 만두는 임오군란(1882년)과 청일전쟁(1894년)을 계기로 급격히 변한다. 전쟁이다. 전쟁 중 한반도에는 이전과는 다른 ‘중국 문명의 대폭격’이 이루어진다. 중국인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면서 변화도 급격히 일어난다. 군인, 군인을 따라온 상인들 등이 한반도로 몰려든다. 그들만의 도시를 만들고 중국 풍습, 음식을 들여온다. 그중 일부 중국인들은 인천을 시작으로 여의도, 영등포 일대-한양(경성) 등에서 음식점 혹은 만두전문점을 연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만두는 대부분 이 시기에 한반도에 전래된 것이다.

화상들은 손수레든 움막 같은 가게든 만두도 팔고 춘권, 월병과 더불어 공갈빵도 팔고 호떡도 팔았다. “호떡집 불난 것 같다”는 표현도 이 시기에 시작된 것이다. 지금 서울의 오래된 노포 만두전문점들은 대부분 화상들이 창업했고 그 후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제 2대를 지나 3대, 4대로 전승된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했다고 해서 그 이전에 만두 전문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영업허가 없이 장사한 기간도 있었고 더하여 손수레에서 혹은 난전에서 가게 꼴도 갖추지 못하고 영업을 했던 기간들도 있었다.

만두는 서울과 평안도, 황해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한반도는 중국이든 유라시아 대륙이든 북쪽에서 받아들인 혹은 독자 개발한 만두 혹은 상화로 독자적인 만두를 만들었다. 그중 급격한 변화를 이룬 시기가 바로 19세기 후반부터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만두와도 비슷하다.

만두전골 용으로 빚은 만두.
만둣국, 만두전골, 한반도의 독특한 만두 문화

한반도의 독창적인 만두문화는 무엇일까? ‘국물 있는 만둣국’이다. 한식은 탕반음식이다. 밥과 국이 있어야 한다. 국물 없는 밥은 맨밥이다. 한식 밥상에는 반드시 국과 밥이 있어야 한다. 숟가락, 젓가락도 마찬가지. 밥과 국 그리고 각종 채소 반찬, 김치 등을 효율적으로 먹는 도구다.

중국에도 물기가 있는 만두는 있다. ‘훈툰(??)’이다. 물만두(水餃子, 수교자)도 있다. 물기가 많은 혹은 물기가 흥건하게 고인 만두 음식이지만 그 국물을 다 먹지는 않는다. 한국인들처럼 만두를 부숴서 국물에 말아먹지도 않고 만둣국 다 먹고 또 밥을 말아먹는 일은 없다.

중국식 물만두의 모습.
한국인의 만둣국은 마치 한반도의 라면 같다. 면이나 만두를 먹고 난 다음 그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중국인들로서는 이해불가다. 만두나 국수가 바로 국물로 만든, 탄수화물이다. 라면의 국수도 마찬가지다. 만두, 국수를 먹고 나서 또 다른 탄수화물 밥을 말아서 먹는다. 국물이 없는 음식은 끼니가 아니다. 주전부리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만두를 다양하게 이용한다. 떡볶이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라면을 끓일 때 넣기도 한다. ‘만두전골’은 재미있는 음식이다.

전골은 전립투골(氈笠套骨)에서 파생한 단어다. ‘전립투’는 조선시대 병사들의 벙거지모자다. ‘골’은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뜻이다. 뒤집은 전립투에 여러 가지를 넣고 끓인 음식이 전립투골, 전골이다. ‘여러 가지’에 여러 가지 고기 혹은 고기 부속물, 생선, 채소 등이 들어간다. 만두가 들어가면 만두전골이다. 반드시 써야 할 식재료는 없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한다. 추운 북녘의 겨울이다. 화롯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는다. 채소나 고기 부속물 등을 넣는다. 국수, 우동 등을 넣기도 하지만 만두가 만만하다.

만두전골에는 양지 혹은 업진살 등을 사용한다.
평양의 어복쟁반도 만두전골의 일종이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만두를 꼭 사용한다. 고기 부속물인 유통과 채소, 부엌에 남은 부침개 등도 넣는다.

만두는 한반도에 전해진 후 급격히 변화한다. 국물 있는 음식이 된다. 만두전골도 되고 어복쟁반도 된다. 김치만두로 만든 김치만두전골, 된장, 토장을 넣은 된장/토장만두전골도 등장한다. 만두의 화려한 변신이다.

씁쓸한 것은 군만두와 튀김만두다. 튀김만두는 일본인들의 ‘뎀뿌라’ 방식이다. 기름으로 지지는 정도가 아니라 끓는 기름에 푹 담그는 방식, deep frying이다. 19세기 이후에 개발된 일본의 튀김요리 방식이다. 군만두는 한쪽을 굽고 한쪽은 뜨거운 증기로 익히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군만두와 튀김만두가 혼용된다. 대부분 튀김만두를 군만두로 부른다.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군만두를 잃어버렸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한식 만두 맛집 4곳]

자하손만두

한국식 만두 전문점 중 최고의 음식점이다. 채소류만 넣은 편수도 가능하고 만둣국, 만두전골 등이 있다. 오가피를 넣은 만두도 개발했다. 냉동만두 구입도 가능.

평양옥

2018년 개업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만둣국과 만두전골, 어복쟁반 등을 구분하여 내놓는다. 어복쟁반도 새롭게 해석했다. 유통 대신 질 좋은 쇠고기를 사용한다.

이북식손만두국밥

만두와 만두가 들어간 국밥을 같이 먹도록 설계된 특이한 음식이다. 인천 청천동 골목 안에 있다. 만두를 으깨서 국물에 말아 먹는 특이한 음식이다.

개성만두 궁

서울 인사동에서 오랫동안 운영한 노포다. 개성식 만두를 내놓는다. 조랑이 떡국을 넣은 만둣국이 재미있다. 만두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다.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