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다. 작년 2017년 11월 유전자 주사치료가 시행된 것을 말함이다. 참으로 많은 무릎 전문의들과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의 기대를 받으며 유전자 주사치료는 시작됐다.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건 바로 퇴행성관절염이 어떤 비수술 치료에도 그 진행과정이 조절되지 않고 악화되는 병이라는 점이었다. 알다시피 유전자 주사치료가 새로 연골을 재생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연골 악화를 둔화시키거나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주사치료 출시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실제로 출시되고 주사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효과에 대한 연구와 토론은 더욱 뜨겁게 진행중인 것 같다. 주사를 맞은 어떤 환자는 이제까지 버텨오면서 겪었던 그 많은 힘든 문제를 다 잊어버릴 정도로 잘 지내기도 한다. 또 어떤 환자는 효과를 느끼기는 하지만 아직 무리하면 예전의 불편한 느낌이 조금씩 감지되어 불안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큰 효과가 안 느껴진다는 불평도 나오는 것 같다.

이렇듯 임상결과가 하나씩 쌓여가면서 이 유전자 주사를 실제 환자에게 권하는 필자 같은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반응이 84% 정도라는 초기 연구결과와 더불어 본원에서 시행한 지금까지 결과도 90% 이상은 되지 않고 있다. 과연 어떤 환자가 이 주사치료의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을지와 더불어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는 환자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필자의 병원에서도 1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유전자 주사치료 시술을 한 바 있다. 이를 대한민국 전국으로 확대하면 전국적으로는 1,200 명 이상이 이 치료를 받았다는 통계가 있다. 필자의 병원이 단일 병원으로는 전국 2위의 시술 숫자를 랭크중이라는 말도 전해 듣는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기쁘기보다는 좀 마음이 무거워진다. 솔직히 말해 그렇다.

현재와 같은 치료 환경에서는 빨리 여러 환자분들의 자료를 모아 이 자료에서 중요한 핵심을 뽑아서 다른 비슷한 환자들에게 좀 더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치료하는 게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퇴행성관절염의 비수술 치료에 대해 너무도 많은 비과학적이고 미신 같은 치료법들이 유포되어 있는 상황. 심지어는 방송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인 치료법이 확정적인 것처럼 전파를 타는 현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진짜 좋은 치료가 뭔지 설명하고 책임지는 치료가 자꾸 제 목소리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진짜 좋은 치료는 완벽하게 병을 다 낫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병을 다 낫게 할 방법이 없을 때의 차선책은 최대한 효과를 내면서 그 치료의 한계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만병통치라는 뉘앙스를 풍기거나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는 식의 치료는 많은 환자들의 마음과 몸을 다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기 때문이다. 유전자 주사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무릎 관절을 오래 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사용해야지 만족감이 커지는 것이다. 한 방에 무릎을 낫게 한다거나 평생 낫게 해주는 것이 아니니 쓸모없다거나 하는 것은 이 주사가 가진 진짜 힘을 모르게 한다.

유전자 주사치료는 그 효과나 한계가 개발단계에서 어느 정도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일부분이 더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구자가 아닌 실제 임상치료에서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이 할 일은 바로 현재 결실을 맺은 유전자 주사치료와 같은 신기술을 실제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면서 그 효과를 명확하게 밝혀내고 검증해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후에 개발될 더 좋은 어떤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자료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현재 필자는 유전자 주사치료를 시작하면서 참으로 과분할 정도로 감사인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 빚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감사는 필자가 치료하는 다른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로 갚아나가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자들의 감사인사를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며 연골재생을 위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많은 의료진과 전문연구기관. 연구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환자들이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말도 아울러 전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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