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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의학317]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선태(蟬蛻) 그리고 치매

세상의 모든 의사들은 환자를 모두 치료할 수 없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혹시 놓치면 안 되는 것을 놓쳤을 때에 대한 두려움은 의사라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일상이다. 한의사는 그 정도의 긴장 상태에 항상 몰입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나은 치료법으로 치료해보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으리라는 아쉬움은 늘 있게 마련이다. 특히 앞선 선배 한의사들이 치료한 내용을 밝혀 놓은 의안(醫案)이 지금의 환자와 너무나 같을 때는 몇 번이고 그 치료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한의학에서 가장 오래된 의안(醫案)이 상한론(傷寒論)이다.

이 한의서는 최초의 한방처방이 수록되어 있는 처방집이기도 하다. 거기에 보면 저당탕(抵當湯)이라는 처방에 대한 조문이 있다. 그 속에 ‘선희망(善喜忘) 축혈(蓄血)’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선희망은 “깜빡깜빡 잘 잊어버린다.”란 뜻이고 축혈은 “어혈(瘀血)로 꽉 뭉쳐져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핫이슈인 치매(癡呆)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저당탕을 써야할 환자는 어혈(瘀血)이 있는 환자로 대변색이 검고, 딱딱하지만 의외로 대변은 잘 본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연이어 설명하고 있다. 치매환자에게 꼭 써보고 싶은 데 선뜻 내키지가 않아서 아직까지 못 써보고 있다. 저당탕 처방의 주 재료가 수질(水蛭, 거머리), 맹충(虻蟲, 등에, 쇠파리), 도인(桃仁), 대황(大黃)이다. 맹충은 소등에 붙어서 피를 빨던 까맣고 작은 쇠파리다. 요즘은 농약을 쳐서 그런지 쇠파리를 통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녀석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인삼에 버금할 정도다.

어혈은 타박상이나 자동차 사고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화병(火病)이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동시다발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쓰나미같은 모습으로 밀려오면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정신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스트레스와 관계된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게 치매의 기전이다. 그래서 과거의 소중하고 달콤 쌉싸름한 기억들은 모두 남겨둔 채 최근의 기억은 지우고 또 지우는 것이다. 저당탕은 하복경결(下腹硬結)도 치료한다. 어떤 환자는 아랫배에 럭비공 같이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져서 이도저도 안됐는데 저당탕으로 치료했다는 의안이 있다. 한약재로 쓰이는 광물과 동물성 약재가 많다. 일부 동물성 한약재는 CITES(멸종위기 동식물 보호조약)으로 금지되었다. 옛날에 논이나 실개천에 수초가 있으면 서식했던 거머리가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것처럼 일부는 환경의 변화로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또 동물성은 한약으로 쓸 때도 조금씩은 독성이 있어 쓰기가 저어해진다. 그래서 필자도 많이 못 써봤다. 저당탕과 유사한 처방이 있는데 중국의 이령약업에서 생산되는 통심락(通心絡)이다. 주성분이 선태(蟬蛻,매미 껍질), 수질(水蛭), 오공(지네), 자충(쥐벼룩), 전갈, 인삼, 작약 등이다. 주요 약효는 뇌혈전증 회복기 환자의 혈액순환 개선 및 어혈 제거와 협심증의 완화다. 달리 말하면 피떡 같은 어혈을 잘 없애서 피를 맑게 한다는 뜻이다. 선태(蟬蛻)는 선퇴(蟬退), 선의(蟬衣)라고도 불리는 매미 허물이다. 성질은 차고 독은 없으며 맛은 달다.(寒無毒甘) 우리나라 각지에 산재해 있지만 주로 수입해서 쓰고 있다. 폐경(肺經)과 간경(肝經)으로 들어간다.

매미 허물의 껍질이라 피부 쪽에 작용을 한다. 대표적으로 뜨거운 바람을 쐬고 발생한 풍열(風熱)이 피부를 틀어막아 피부 쪽의 국소순환을 가로 막거나, 상초부위 특히 얼굴 쪽으로 열이 몰려서 눈 코 귀 입이 열로 인해서 건조해 지거나 핏발이 설 때 주로 쓴다. 이를 소산풍열(疏散風熱)이라 한다. 풍열 때문에 피부에 생긴 열감(熱感)과 소양증(瘙痒症,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이를 투진지양(透疹止痒)이라 한다. 이 때는 피부 쪽으로 열 때문에 말라붙은 조직을 재건하기위해 진액을 보충해주는 한약과 함께 쓴다. 모든 피부병에는 보통 선태(蟬蛻)와 화피(樺皮), 부평초(浮萍草)가 기본으로 쓰이고 기혈음양의 결손에 따라 이를 보충해주는 한약을 함께 쓰면 된다. 파상풍에는 30g씩 빻아서 막걸리에 타서 복용하면 응급처치가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응급의료기관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만 쓸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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