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와 맞닿는 터키 남부 일대는 고대도시로의 시간여행과 맞닿아 있다. 푸른 바다와 전설의 땅이 빚어낸 이채로운 흔적들은 이스탄불에서 맞닥뜨렸던 이슬람의 풍경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전이된다.

터키 남부 지중해 여행은 타임머신을 탄 듯 인근 고대도시들의 자취와 숨가쁘게 연결된다. 리키아 땅으로 발길을 옮기면 케코바, 뮈라 등 생소한 고장들이 바다속, 암벽 동굴의 사연 너머 모습을 드러낸다. 지중해 연안의 시데, 아스펜도스는 고대의 유적을 가지런하게 간직하고 있다. 풍요로운 땅의 주인들은 숱하게 바뀌었지만 옛 유적들은 생채기와 사연을 품에 안은 채 낯선 풍경을 슬라이드 넘기듯 쏟아낸다.

바닷속 수몰된 고대마을 케코바

리키아 지역으로 향하는 일정은 반전의 연속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들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한적한 어촌 풍경을 간직한 위츠아즈는 바닷속에 수몰된 유적인 케코바와 연결되는 해변마을이다. 옛 리키아 연합에 부속됐던 시메나의 유적들은 코발트블루의 바닷속에서 고요히 숨쉬고 있다. 돛단배를 달고 짙은 바다로 나서는 일은 천년 세월을 뛰어 넘어 잔잔한 파문을 만들어낸다.

로마시대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칼레성은 성 아래 붉은 펜션들과 어우러진 엽서같은 단아한 풍광이다. 석굴 무덤인 인상적인 뮈라나 산타클로스의 유례가 담긴 성 니콜라스의 인근 유적들 역시 낯선 장면들이다. 산타클로스에 얽힌 사연을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서 만난다는 현실 자체가 생경하다.

원형극장 오페라의 아스펜도스

지중해와 맞닿은 고대유적은 리키아 동쪽 아스펜도스와 시데에서 완연하다. 아스펜도스는 1800년 세월의 원형극장이 옛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한 때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의 숙소로 이용됐던 원형극장에서는 매년 오페라, 발레축제가 열린다. 특별한 음향시설을 가미하지 않은 채 천년 유적 안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시데의 그리스 유적들을 알현하는 장치가 색다르다. ‘석류’라는 의미를 지닌 도시의 이름처럼 깊이 들어설수록 매혹적인 풍광들은 끊이지 않는다. 코린트식의 기둥이 도열한 돌길을 걷다 보면 고대 원형극장과 아고라가 나오고 비치가 모습을 드러내며 신전이 다시 나타나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원전 7세기 이오니아의 식민지였던 시데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함께 일몰을 바라봤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지중해의 순풍은 북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으스파르타로 연결된다. 으스파르타는 장미의 고장이다. 시즌 내내 재배한 장미는 화장품이나 특산품 등으로 지중해 도시에 쏟아져 나온다. 으스파르타에서는 터키에서 네 번째로 넓다는 에이르뒤르 호수를 조망하거나 장미마을을 방문하는 게 가능하다. 이곳에서 장미소스가 곁들여진 터키식 만두 괴즐레메를 맛보는 것은 독특한 추억들이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지중해 남부의 중심인 안탈리아가 이동 거점이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안탈리아 공항까지 이동하는게 일반적이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이며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음식=길거리 상점에서 쓱쓱 썰어주는 되네르 케밥 외에도 요구르트가 곁들여진 쇠고기 요리인 이스켄데르 케밥, 감자로 만든 쿰피르 등이 별미다. 식후에 터키 커피를 마신뒤 남은 찌꺼기로 운세를 점치는 낯선 경험도 흥미롭다.

▲기타정보=터키 지중해를 조망하려면 타흐탈르산의 케이블카에 오르면 된다. 전열기는 220V 콘센트로 한국과 같다. 터키인은 99%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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