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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성 화진포… 시대의 흔적을 껴안은 호수와 바다

강원도 고성을 가르는 북녘 길은 화진포에서 슬며시 발길을 붙든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시대의 흐름을 곱씹을 공간들이 화진포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고성 화진포가 화제가 된 데는 드라마의 몫이 컸다. 갈대가 수놓은 화진포호는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며 청춘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영화 ‘파이란’의 배경이 된 곳 역시 화진포였다. 중국 여배우 장백지가 화진포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부여잡고 최민식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수채화처럼 채워졌다.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화진포는 사랑보다는 그리움이라는 테마와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북녘으로 향한 이산가족의 마음이 그랬듯, 해후에 대한 사연이 포구와 호수에 서려 있다. 화진포의 ‘화진’에는 ‘꽃 피는 나루’라는 뜻이 담겨 있다.

철새와 근현대사를 품은 호숫가

드라마와 영화는 분위기를 돋우는 단편적인 소재일 뿐이다. 화진포는 그 자체로 단아함을 뽐낸다. 둘레 16km 화진포호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다. 호수 주위로는 울창한 송림이다. 가을이면 갈대가 피고, 호숫가로는 철새들이 날아든다. ‘고즈넉함’. 화진포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요한 수식어들이 어울린다. 북적이거나 요란스럽지 않고 호수의 미동에는 잔잔함이 서려 있다.

호수에서 길목 하나만 넘어서면 화진포의 바다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공식적으로 남한 최북단의 해수욕장으로 등록돼 있다. 모래빛이 희고, 밟으면 감촉이 보드랍기로 정평이 났다. 예부터 화진포 일대에 유명한 별장들이 많았던 데에는 그 까닭이 있는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전부통령 별장, 김일성 별장으로도 쓰였던 화진포의 성 등 근현대사를 채웠던 인물들의 별장이 줄줄이 화진포에 자리해 있다.

화진포의 성은 호수보다는 바다를 조망하기에 좋다. 화진포 바다는 호수와는 또 다르다. 백색 포말을 일으키며 고요한 정적을 깨운다.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의 별장

화진포의 성은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실 운동을 시작한 셔우드 홀 박사의 별장이었다. 암벽 위에 세운 별장은 독일인 건축가가 지어 독일 성의 윤곽을 지녔으며 김일성의 별장으로도 쓰인 시대적 배경을 간직하고 있다.

화진포 사구에 들어선 이기붕 별장은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건립된 뒤 북한군 간부 휴양소,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의 별장, 육군사령부 휴양소 등을 거치는 질곡의 세월을 간직한 곳이다. 이승만 별장은 화진포의 성과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완연하게 호수에 기댄 아늑한 전망이나 내부 볼거리는 이승만 별장과 기념관이 탁월하다. 이처럼 화진포는 단순한 자연경관뿐이 아닌 근현대사의 볼거리와 흔적까지 새겨져 있어 더욱 상념을 더한다.

화진포의 별장들은 어느덧 후세들에게는 제법 먼 과거일수도 있다. 화진포 해변에는 가족 나들이객을 위한 볼만한 전시관이 있어 반전의 발걸음을 부추긴다.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 산호류 등 1,500여종을 전시하고 있으며, 수중생물 125종 3,000여 마리가 유영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

여행메모

▲가는 길=자가운전의 경우 원통, 진부령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거진항을 지나면 화진포에 닿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거진, 간성행 버스가 오간다. (약 3시간 소요)

▲음식=거진항 일대에 식당들이 몰려 있다. 요즘 명태는 거의 잡히지 않지만 고성의 옛 명성을 알리듯 생태찌개와 도루묵, 물회 등을 맛볼 수 있다.

▲기타정보=화진포에서는 고성 통일전망대가 지척거리다. 고성8경중 1경이며 금강산줄기에 들어선 건봉사, 언덕위 거진항 등대 등이 함께 둘러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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