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황(大黃)은 그 쓰임새가 많아서 어떤 한약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보겠다. 제일 먼저는 다음에 소개할 망초(芒硝)와 잘 어울려 논다. 대황과 망초가 함꼐 들어간 처방들은 대개 ‘조시(燥屎)’를 목표로 한다. 5-6일 동안 대변을 못 봐서 하행결장의 아랫부분이 직장과 만나는 부분을 눌러보면 계란크기만한 돌덩이가 만져지게 되는데 이를 조시(燥屎)라고 한다. 조시가 있으면 몸에 식은땀이 나고 열이 달아오르고 입이 마르고 혀가 건조해서 가시가 돋는 느낌이 든다. 당연히 아랫배에 딱딱하고 거북하다. 옛날부터 줄곧 변비약으로 쓰이는 조위승기탕이나 대승기탕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가슴에 딱딱한 것이 맺혀서 숨쉬기 곤란할 때 쓰는 대함흉환이나 대함흉탕도 대황과 망초가 주약이다.

다음은 후박(厚朴), 지실(枳實)과 함께 쓰일 때이다. 후박과 지실은 평소에 소화가 안 되고 가스차서 배가 빵빵할 때 흔히 쓰는 한약재다. 요즘 언론매체에서 체질과 관계없이 하루에 물 2-3리터를 마시라는 바람에 소음인과 태음인의 배는 물로 가득차서 소화장애를 일으켜 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이 물위에 둥둥 떠다니면서 부패하는 관계로 복부가 항상 가스가 차고 출렁거리며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밥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서 죽겠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원인을 모른 채 만성 소화불량과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심하면 담훈(痰暈)이 발생한다. 뱃속의 물이 출렁거리면서 마치 배 멀미 하듯이 어지럽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담훈이다. 이 때 후박과 지실은 최고의 약이다. 대황과 함께 쓸 때도 역시 이런 증상이 있으면서 변비가 함께 왔을 때이다. 소승기당, 후박대황탕, 후박삼물탕등이 이런 용도로 쓰인다.

대황이 정신병에 쓰일 때가 있는데 도인(桃仁)과 함께 쓸 때이다. 미친 듯이 날뛰며 아랫배가 팽팽하게 뭉쳐있을 때 쓰인다. 원문에 ‘기인여광(其人如狂)’이라 나와 있는데 “미친 사람 같다.”란 뜻이다. 이런 사람이 대변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색이 편안해져서 딴 사람이 된다. 도인승기탕과 대황목단피탕이 여기에 속한다. 치자(梔子)와 함께 쓸 때도 있는데 이 때는 전중(膻中)이나 명치부위가 그득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메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본인의 가슴을 스스로 쓰다듬거나 손으로 가슴을 칠 때가 많으며 아울러 배가 아프고 황달증상이 있을 때 쓴다. 화병(火病) 때문에 숨쉬기가 곤란할 때다. 그걸 번열(煩熱)이라 한다. 대표로 치자대황탕이 있다. 그리고 대황에게 중요한 임무가 맡겨지는데 황련(黃連)과 황금(黃芩)과 함께 쓸 때이다. 삼황사심탕(三黃瀉心湯)이라는 처방인데 황(黃)이 3개 들어갔다고 해서 삼황(三黃)이고 열(熱)로 대표되는 심장(心臟)의 번열을 꺼준다고 해서 사심탕(瀉心湯)이다. 이 처방은 대열(大熱)하여 불길이 잘 잡히지 않을 때 주로 쓰며 각종 출혈(出血)에 많이 사용한다. 출혈은 대개 혈(血)이 열(熱)을 받아서 끓어 넘쳐서 맥관 밖으로 나와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누누이 말한 적 있다. 여기다 황백(黃栢)과 치자(梔子)가 더 들어가면 열(熱)을 꺼주는 끝판 왕 정도쯤으로 보면 된다. 펄펄 끓는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처방이다. 고열이 되면 먼저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서 해열제로 열을 내렸는데도 해열제가 듣지 않을 때 써 볼 수 있다.

임상을 하다보면 묘한 상황을 겪게 되는데 한적변비(寒積便秘)가 이와 같은 경우다. 변비라고 하면 대개 대변이 너무 오랫동안 대장에 머물러 있어 대장의 수분흡수 기능 때문에 대변이 딱딱하게 굳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열이 아닌 냉(冷) 때문에 대변이 얼어서 딱딱하게 굳어서 변비가 되었다면 어떻겠는가? 변비가 있어 어찌어찌 대변을 보았는데 똥이 변기에서 사르르 녹는다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말한다. 체온이 36.5 ℃인데 대변이 얼었다니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실재로는 그런 일이 임상에서 벌어진다. 그 때 찬 성분의 대황과 더운 성질의 부자(附子)가 한 처방 속에 들어간다. 대황부자탕이 그것이다. 인체는 참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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